“선생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그럼, 자네는 요즘도 농사짓나" “아니요, 벌써 처분했지요. 이제는 힘에 부쳐서요."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선생님들과 옛 제자들이 시내 한식당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언뜻 보아서는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모를 만큼 환갑을 훌쩍 넘어 이제는 인생의 노년을 같이 보내게 된 제자들이 깍듯이 선생님들을 맞이했다.

용인고등학교 1회 졸업생인 고영복(64) 박정한(62) 이영우(64) 이풍래(63)씨가 마련한 은사들과의 만남의 자리. 스승의 날마다 갖고 있는 이 모임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당시 과학을 가르쳤던 이돈영(77)선생님과 수학을 담당했던 김희경(73)선생님이 노제자들의 손을 반갑게 잡았다. 해마다 참석하시던 정필영(76)선생님은 이날 다른 제자들의 요청에 못이겨 그쪽 모임에 끌려(?)가셔서 부득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제자들은 이 날 학창시절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선생님, 천천히 많이 드세요." 반찬 그릇을 스승 앞에 놓아 드리며 무릎꿇고 술잔을 올리는 제자들의 손이 떨렸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도 엄하게 보였던 선생님, 이제는 하루 하루의 건강을 걱정해 드려야 할 만큼 노구가 되신 것이 제자들을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마음은 어느덧 고교시절로 돌아가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들이 고교를 졸업한지 43년,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각자 지역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소식이 닿는 선생님들과 매년 자리를 마련한 것이 오랜 모임으로 굳어졌다.

“후배들에게 이런 전통이 대물림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제간의 정이 메마른 시대라고 하는데 스승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풍토가 이뤄지기 바랍니다." 노년에도 스승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듬직하게 하는지 이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는 스승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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