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세 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 대표

▲ 이일세 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 대표
20대 뜻밖사고로 중증장애

장애를 가진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신체 일부가 정상인보다 불편할 뿐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생활 속에서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신체의 장애로 인해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소외당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다면 그 마음의 상처는 신체의 불편함보다 훨씬 클 것이다.

(사)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www.openworld.or.kr) 대표 이일세씨(46·보정동). 그는 한창 때인 20대에 사고로 중증 척수장애인이 됐다. 현재 그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다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를 창단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2002년 문화관광부 산하 장애인단체로 발족한 (사)열린세상 국민문화운동본부(이하 열린세상)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사업을 통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평등한 세상을 열어나가기 위해 턱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아픔 없는 세상을 추구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 일상생활에서 장애물 없는 공간 확보 운동과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의 집이나 생활 편의시설 개·보수 운동,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운동, 시민과 장애인의 만남의 장, 음악회 등의 문화 지원 사업, 사회통합을 위한 일반 시민참여 및 도우미 지원 사업 등으로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장애인들에게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바람으로 2004년부터 매년 가을 무렵 장애인과 함께 하는 문화한마당 <즐거운 초대>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음악제, 연극제, 미술제로 구성되는 행사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성악가를 비롯해 연극인, 구족화가 등이 함께 어울려 수준높은 공연과 작품을 보여준다.

이씨는 “장애인을 단지 도움을 주어야하는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우리들의 미래도 밝다”고 말한다.

열린세상은 지난 해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즐거운 초대 -두 번째 무대>를 올리면서 (사)열린세상 산하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극단 ‘열린세상’을 창단하고 창단공연으로 B·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공연했다.

이씨는 “문화에 대한 욕구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같기 때문에 극단 ‘열린세상’은 장애인의 문화활동에 대한 참여욕구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해준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만이 아닌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열린세상 이사 이금희 아나운서와 이일세씨, 미국에서 방문한 슈퍼맨 이승복씨.
장애인 스스로 능력 갖출 수 있어야

이씨는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저마다의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이 되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장애인을 만나봤지만 이들은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척추장애인 등 각자의 같은 부분별 장애인끼리 모이면서 서로에게 발전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84년 군 복무를 마치고 24세 되던 해 용평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눈 속에 박히는 사고를 당한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3년 5개월의 입원 후 미국 재활병원 신세를 지고 1급 지체장애자로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유복한 가정의 4남매 중 장남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온 그는 신체적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가 있어 편안함을 준다. 미국 재활치료기간 중 상담의사의 의사공부를 권유 받고도 공부가 싫다며 뿌리치고 한국에 나와 사업한다며 이것저것 해보다가 욕심을 접고 한동안 무위도식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사람구실하며 살 만한 일은 그래도 공부라 생각하고 30세에 미국 유학을 떠났다.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며 장애인을 위한 하버드대 정문의 턱 없애는 일을 해 매스컴에도 많이 알려졌다.

아버지의 권유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정치권에 영입되어 정책과 강령을 만드는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정치가보다 조직 내 행정가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전공한 의회정치 참여를 경험한 셈이다.

그는 재작년까지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 감사를 역임하며 현재 열린세상 운동 일과 글 쓰는 일, 책 준비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오직 하나 뿐인 나의 삶, 나의 사랑」(1991), 「휠체어로 누빈 하버드 630일」(1998) 후 3번째 저술이 되는 이번 책의 내용은 한국에서 살면서 또, 틈틈이 국내·외 여행 중에 만난 고위 공직자를 비롯, 공공기관과 학교, 여러 단체 의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뒷얘기와 재미있는 세상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며 자신의 일과 역할에 대해 분명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의 내 역할은 신문 칼럼을 통해 견해를 피력하고 열린세상의 외형적 성장을 위해 좀 더 노력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는 일이 주어진 일”이라며 “장애인이 되면 누구나 그때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그 방면에 공부를 하고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데 자신이 하던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기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욕심없이 순수하게 좋은 일만 해보자 하고 마음먹고 있는 데 나중에 뭐가 됐던지 내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나도 예비 장애인이라 생각하면 장애인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사회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초입에 있기 때문에 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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