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노조 초대위원장 지낸 학습지교사 10년차 이소영씨

▲ 학습지노조 초대위원장 지낸 학습지교사 10년차 이소영씨
입춘이 지났어도 겨울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거리에 사람들은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서울 한 복판 찬 바람 사이로 우뚝 선 눈높이 대교는 미동조차 없었다. 정문 앞에 쳐 있는 비닐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 가는대로…

비닐 천막에는 ‘농성 25일째’종이 글자가 커다랗게 휘날리고 경비는 삼엄했다. 그 비닐 천막을 지키는 몇몇 노조원들은 가스난로와 전기장판, 침낭에 의지한 채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1,2기 위원장을 지낸 학습지 교사 이소영(37·구갈동)씨도 있었다.

그가 건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며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비정규직 권리요구 천막농성

여성의 사회 진출이 눈에 띠게 늘었다고 하지만 여성 노동자의 70%는 비정규직이다. 게다가 영세할수록, 비정규직이 많을수록 노사분규도 끊이질 않는다.

용인만 해도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주변에서 계약직, 파견직, 특수고용직 여성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올해 기흥에서 10년째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는 이씨 역시 비정규직 여성이다. 10년을 일했지만 그는 아직도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당당하게 가르치고 싶다.”

6년 전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이 처음 설립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외치고 있지만 법은 그들 편에 서지 않았다.

“학습지교사는 피고 회사와의 사이에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선정자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결국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된 단체로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2005년 11월24일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만 둘 수는 없잖아요.” 그가 천막농성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이씨는 용인과 인연이 깊다. 강남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학습지 교사 일을 시작하면서 밤에는 ‘신갈야학’에서 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온 것 같아요. 노조 활동하면 학생운동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때는 운동권, 비운동권 따질 것 없이 자주적인 학생회를 건설하는 시대적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야학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을 만나며 책을 통해 이해하던 현실을 더 깊게 느낀 그는 야학을 그만두고도 학습지, 학원 교사들과 모임을 시도했다.

그 때는 재능노조가 파업을 하고, 대교 눈높이도 노조를 준비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어 자신감 있게 노조 설립 신고를 하고 99년 11월 대교, 한솔, 구몬노조가 학습지노조로 통합했고 1,2기 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신혼살림도 구갈에 차렸다. 노조활동을 하며 일주일에 이틀 기흥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서울로 떠나고 싶지 않았을까.

“대학 때부터 용인에 살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용인이고 지역에서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가요? 삶의 근거지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죠. 오래 살아서 인지 용인에 애착이 가요.”

그는 “용인이라는 지역은 토박이 중심의 정서가 강한 것 같다”는 말도 곁들였다.

“아이를 낳는 일도 내게는 사캇

이씨는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이틀은 생업 현장에서 닷새는 천막농성장에서…

그를 비롯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대교지부장 부당해고 저지를 위한 농성과 함께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습지교사의 노동권을 요구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자기 품을 팔아야 하는데 노조 일을 하면 당연히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죠. 보통 교사들은 오전 10시에 출근해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점심 전까지 홍보활동 펼치고 사무실에 들어가 교재 챙기고 채점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개 밤 10시쯤 수업이 끝나 평균 12시간 이상 일을 해요.”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4대 보험 미적용에 출산휴가조차 없다. 학습지 교사의 90%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부당한 근로 조건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월수입 300만원 정도 올리려면 눈감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학습지만 생각해야 돼요. 그리고 출산휴가를 내면 바로 해직됐다가 재입사를 해야 되죠. 경력은 무시된 채.”

이씨의 노조 활동은 그렇게 특별한 삶이 아니다.

“노조활동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70년대부터 시작된 노동운동의 믿음이 곧 희망이죠. 우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이 사회가 더 진보해 나가고 희망은 있다고 봐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그는 지금까지 당당하게 버티며 일을 하고 있다.

올해 꼭 특수고용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로 조합원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이씨는 당연히 사회에서 받아가야 할 권리 찾기에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또 하나. 아이를 낳고 싶은 이씨다.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봐줄 때도 없고 대책이 없어서 쉽게 결단이 안서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사치인가요?”

장밋빛 정책도 그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가.

어떤 사람들이 비정규직인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나 법적인 정의는 없다.

고용의 지속성 여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중요한 잣대라고 볼 수 있다.

◇파견근로자= 파출부 운전사 등 사람을 파견해주는 일을 사업으로 하는 기업에 고용된 뒤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파견되는 근로자를 말한다.

현재 콜센터 텔레마케터 비서 자동차운전원 수위 등 26개 업종에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고 있다. 지난 1997년 근로자파견법 제정 이후 급속히 늘고 있다.

◇계약직근로자= 계약 기간을 정해 고용된 근로자를 말한다. 계약기간은 통상 1년 또는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해진다. 1년 단위의 계약을 여러 차례 반복할 경우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자로 인정돼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단시간 근로자= 근로시간이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단시간 근로자도 정규직과 균등한 근로조건 대우를 해줘야 하며 근로시간이 1주 15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퇴직금 휴일 연월차유급휴가 등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도급 근로자= 업무를 도급받은 도급회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업무를 발주한 기업의 사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자를 말한다.

최근에는 정규직과 파견근로자가 도급 근로자로 대체되는 추세다. 아웃소싱 사내하청 분사 하도급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에 볼트너트를 납품하는 회사가 자신의 근로자를 자동차 회사에 직접 보내 현장에서 상시적으로 일을 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수고용직= 보험모집인 레미콘차량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등 본인의 능력이나 업무량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특수한 형태의 근로자를 말한다.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중간 영역에 있어 법원의 판례로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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