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송혜경 변호사 이우윤씨 부부

#6년째 사는 만족한 삶 연하카드에 실어

길이 없을 듯 보이면서 좁은 샛길로 이어진 마북리 끝자락 하늘말 동네, 하얀 단층 양옥에 터를 잡고 사는 송혜경(57) 이우윤(59)씨 부부. 그들은 용인사람이 아니다. 토박이 원주민이 아닌 서울에서 내려온 외지사람들이다.

70만 인구가 돼버린 지금은 외부 유입인구가 더 많아지긴 했지만 용인은 아주 텃세가 심한 곳이다.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을 구분할 때‘용인사람’이냐 아니냐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지사람인 마북리 송씨네의 용인살이는 특이하다. 서울에서 우연한 기회에 동생의 소개로 내려오면서 처음에 마북리 향린동산에서 2년여 살다 이곳 하늘말로 옮겨온 지 4년.

이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것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져 고향같이 느껴진다.

수필을 쓰는 송씨가 용인으로 내려올 때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변호사인 남편은 교통이 불편하다고 반대했다. 불평하는 남편을 설득해 내려와 지금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정역까지 차로 배웅하고 마중 나가는 일은 아내 송씨의 몫이다.

서울에서 수십 년 살면서 별명이 ‘쓴 소리 여사’였던 송씨는 이제 더 이상 쓴 소리를 하지 않는다. 공기 좋고 햇빛 맑은 시골 외딴 곳에 살면서 할 일이 많아 더 바쁘고 만족한 생활에 부딪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신년에는 마당에서 남편이랑 같이 한복 곱게 차려입고 한껏 멋 부린 모습을 사진 찍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연하카드로 메일을 보냈다. 그동안 서울 사는 친구들이 저 좋아 농사짓고 일하느라 손톱밑이 새까매진 송씨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일 좀 그만하라고 놀려대어 작정하고 마음먹었다.
“나 이렇게 산다우. 부럽지 않수?”하고.

마치 약 올리듯이 행복하고 다정한 모습을 본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 한마디씩 인사를 전해오자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집은 개가 4마리나 있다. 진돗개 진돌이, 진순이, 101마리 강아지에 나오는 얼룩이 달리, 진순이가 낳아온 잡종 깜지.

▲ 재배한 표고버섯에서 어린 싹이 나온 것을 보고 기뻐하는 송씨.
일년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개 산책시키는 것은 남편 이씨의 일이다.

“남편이 비오는 날 우비 쓰고 개4마리 데리고 나가면 영낙없는 개장수지 뭐.”

송씨는 그가 사는 일상의 일들을 소재삼아 수필을 쓴다. 그의 수필집 “그 포도는 신포도였다”에도 동백에 사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저술중인 작품에도 마북리 둥둥배 얘기를 담았다. 마북리 살이의 애정이 담겨있다. 이곳에 살면서 그의 유일한 동네 친구는 그보다 열살이나 많은 이장댁이다. 이장네 콩밭 털면 같이 일하고 수확한 콩은 서울친구들에게 팔아주고 지하실 물차면 이장네로 달려간다. 뒷집하고 불편한 관계도 개 끼리 사돈 맺으면서 마음으로 털어버렸다.

송씨는 일을 잘 벌여 배추심고, 고추 심는 농사에 주말펜션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는 기름값이 올라 나무보일러로 교체해 더욱 일이 늘었다. 아내가 벌여논 일 마무리는 남편이 한다. 잔디 깍고 나무 돌보는 정원손질은 물론 장작패고 구덩이 파는 일까지.

#글쓰기, 농사, 펜션사업, 지역 일 등 할 일 더 많아

송씨는 마북리에 와서 살면서 환한 햇빛과 맑은 공기가 너무 아까웠다. 마북리 26-4번지 하늘말 -숲이 많이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인다는 동네.

용인의 특산물인 쌀 이름처럼 ‘파란하늘 맑은 햇살’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고 함께하고 싶어 틈만 나면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처음에는 외딴 곳이 무섭기도 하고 사람이 그립기도 해 넓은 주택 관리비라도 보탤겸해서 주말펜션 사업을 시작했다.

주말이면 찾아오는 기업이나 단체의 손님들을 맞아 같이 어울리면서 그들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살이의 모습을 글 속에 담았다. 장애우들(송씨는 이들을 ‘대단한 사람들’이라 부른다)을 초청해 그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마북리생활의 작은 기쁨이다.

노는 땅에 배추, 고추 농사지으면서 김장을 하고 햇빛과 맑은 공기가 아까워 장도 담궜다. 직접 담근 된장맛에 반해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작년 봄에는 마당 옆 산자락에 표고농사를 시작했다. 천연의 지리적인 조건에 1년만 재배하면 4년을 계속 따먹을 수 있다는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다. 평소에도 버섯을 좋아해 원삼의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 버섯농장을 방문하고 설비를 갖추었더니 겨우내 철도 안 돼 어린 표고가 벌써 얼굴을 내밀었다. 너무 반갑고 기뻐서 빨리 봄이 기다려졌다.

만족한 생활이지만 그렇다고 시골살이가 결코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날이 차지면 수도가 얼기도 하고 난방이 고장나면 추운 밤을 지새기도 한다. 작년에 보일러 고장나 말썽이고 딸아이 직장일에, 이웃과의 관계, 동네의 안타까운 일 등으로 우울증이 오기도 했으나 잘 극복했다.

쓴소리 여사였던 그는 동네의 잘못된 일은 그냥 못 넘긴다. 지나다 빌딩공사를 하면서 오래된 나무를 훼손하는 일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시정을 요구한다. 지난 해 동백-죽전 도로공사를 하며 인근 오리나무 군락지를 덮으려하자 마을의 전해오는 둥둥배 이야기를 신문에 기고하고 동네사람과 함께 토지공사에 보존을 요구하는 일을 했다. 그는 지역사회 일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문화재를 알리는 홍보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용인살이 이모저모가 담긴 수필집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속의 농촌생활을 즐겁게 살아가는 송씨의 세상을 향한 담백한 말걸기와 이순을 바라보는 인생의 소박한 상념이 묻어나올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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