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새 여성들을 위한 각종 문화·취미·자녀교육·여가관련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불과 5∼6년전에 비하면 질적·양적으로 상당한 발전이다. 자치단체의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과거 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주도해 온 것에서 이제는 문화원, 도서관, 사회·시민단체
로 확대돼 여성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질적·양적 성장에 비해 수혜자가 국한돼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먼저 다수의 여성(주부)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두번째는 여성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15일과 17일 시립도서관에서는 ‘가을 문화교실’과 ‘작가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두 행
사 모두 주부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아이들을 안고 참석한 일부 주부들은 강연에 열중하
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우는 아이, 칭얼대는 아이, 노트에 낙서하는 아이들. 아이들을 얼르는 주부, 얼
굴을 붉히며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주부들. 강의가 끝나자 도서관의 한 직원은 아이들 때문
에 강연에 지장을 주었다는 듯 강사에 미안함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과연 아이를 데려온 주부들이 얼굴을 붉힐만한 일을 했는가? 도서관 한 켠에 놀이방이라도
있었다면 얼굴을 붉히며 밖으로 나가는 주부는 없었을 것이다.

영국의 런던시 그리니치구의 한 작은마을 울리치의 한 도서관. 1층 한 켠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놀이방겸 유아실에는 각종 놀이기구와 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주부들은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과 노는 사이 책을 고르거나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
다.

더 이상 예산부족을 탓하지 않길 바란다. 소위 선진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용인시 역량으
로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판단이다. 여성정책이 프로그램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성인이 아
닌 이상 아이들이 강연을 듣거나 교육을 받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함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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