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울병원, 키다리 아저씨 이제남 이사장

▲ 의사가 아닌 사업가가 용인에 병원을 세웠다. 주인공은 쉰 두 살의 이제남 이사장.
보기 드문 일이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짠’하고 나타난다.
적어도 용인에는 굶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이 이사장이 한달에 후원하는 쌀만
200포대가 넘는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용인 서울병원 앞에는 언제나 키 큰 문지기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준다. “커피 한잔 하시고 가십시오.” 낯이 익으면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차 한 잔이라도 손수 대접하며 안부를 묻는다. 그가 없으면 직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친절’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병원을 찾은 사람들 마음은 스르르 녹는다.

이 이사장은 의사 가운에 청진기를 찬 모습이 아니다.

양복을 차려 입은 평범한 50대 아저씨, 그렇다고 여느 CEO처럼 잔뜩 멋을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최고 멋쟁이는 바로 이제남 이사장(52·고림동)이다.

못 미더운 시선, 사회에 도움 되는 실천으로 극복

전라남도 완도에서도 배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고향 고금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이 이사장의 꿈은 의사였다. 먹을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외딴 섬에서 그는 돈 벌면 이 사회에 배고픈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고 아픈 사람들을 보며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건축업에 뛰어들어 막노동 생활부터 시작해 종합건설회사 대표가 됐다. 건설 회사를 하는 동안에도 시련은 닥쳤다. 하지만 딛고 일어섰다. 비록 의사는 되지 못했지만 30여 년 동안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2002년 6월 용인에 병원을 세웠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쌀도 나눠주고 있다. 의사 대신 병원 주인이 됐다.

▲ 어려운 사람을 돕는 날은 ‘오늘’ 이라고 강조하는 이 이사장.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용인시민들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조금씩만 나누고 마음을 베풀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4년부터 의료수익 사회환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단순히 한 개인이 하는 자선사업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모든 직원이 참여해 지역 사회와 나누며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었다.

“병원 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전문 직종에 있는 구성원을 이끌고 의료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죠. 병원이 안정되기 까지 종교의 힘으로 극복했고 직원들이 믿고 따라줘서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함께 나눌 수 있었어요.”

저소득층에게 20kg쌀 200여 포대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달 전달하고 지난 해 11월 28일 용인시와 ‘행려자 등 사회소외계층 장례처리를 위한 용인시와 용인서울병원간 협약’을 맺어 관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행려자 사망 시 운구 이송료, 안치료, 장례식장 사용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3명이 이 혜택을 입었다. 무연고자와 행려사망자는 용인시가 지급 기준에 따라 장제비를 용인서울병원에 지급하고 용인서울병원은 지급 받은 장제비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시에 다시 기탁한다. 가정간호사 사업 수익금 역시 어려운 이웃들에게 쓴다.

“대상자가 이미 지정돼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인력만 제공하고 운영비 이외 발생하는 수익금은 환원하는 것 입니다.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 베푸는 것이죠. 제가 버는 돈은 지역사회에 쓸 생각입니다.”

이 이사장이 입고 있는 옷이나 신고 있는 구두 값은 사실 몇 만원 안 된다. 하지만 매월 펼치는 사회사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저 어린 시절 마음에 품었던 뜻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쌀밥이라도 대접해주고 싶었어요. 남들 보기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죠.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 ‘그제야 내가 도왔구나’라고 기억할 뿐 이예요.”

항간에는 그에게‘저 자식 큰 돈이나 벌어 돕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소신대로 밀고 나간다. 병원 이사장 월급도 4년 동안 ‘1원’만 받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그 때 월급을 받겠다고 약속해서다.

“안산에서 아내가 영안실을 운영하는데 거기서 번 돈으로 먹고 삽니다. 집에 있는 것을 보탤 지라도 절대 병원의 어려운 살림을 축내가며 남을 돕지는 않습니다.”

그는 “먹고 넘쳐 나 돕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쪼개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베풀고자 하면 누구나 ‘부자’될수 있고 혹여함이 있다면 누군가 채워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료로 1000명의 장례식을 해줄 계획이지만 실질적으로 1인당 80만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수의라도 깨끗이 입혀 보내드리면 그 사람들이 죽어서 가만있겠습니까? 제가 살아갈 수 있도록 빈 곳을 채워주겠죠. ”

씩 웃는 모습에 확신이 넘쳤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해도 뒷말은 무성하다. 이런 그의 모습에 무슨 목적이나 있지 않을까 눈여겨보는 곱지 않는 시선 때문이다. “정치적 야심을 갖고 하면 누구든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그런 야심이 있다면 병원 정문에서 제가 왜 경비를 하겠습니까? 지역사회 돌아다니면서 표 관리 해야죠. 야심만 갖고 어떻게 정치를 하겠습니까. 정치하겠다고 하면 진심으로 용인시민의 인정을 받아야 되는 것이죠.” 이 이사장은 솔직한 심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4만여평서 움트는 의료센터의 꿈

그의 꿈은 따로 있다. 4만평에 올해부터 의료센터공사를 시작해 2~3년 안에 의료센터를 짓고 가꾸는 것이다.

“처음 의료계에 들어왔을 때 사기 치러 왔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저는 의료인이 못하는 의료센터를 짓고 그들이 내 병원을 견학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겁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가슴으로 대하는 그는 “올바른 생각으로 열심히 살면 언젠가 잘 살 수 있고 뜻을 향해 가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며 “저 역시 부모 유산 없이 자수성가 했고 매 끼니 없이도 살아 남았는데 열심히 사니까 정말 부자가 됐다”고 희망의 말을 전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날은 ‘오늘’ 이라고 강조하는 이 이사장.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용인시민들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조금씩만 나누고 마음을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새해 바람도 이야기 했다.

말없이 희망의 그림자만 드리우는 ‘키다리 아저씨 이제남’. 그림자가 빛이 되어 희망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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