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댄스스포츠인이자 용인향토학교 고등부 김차희씨(역북동·46)

직장 다니랴, 야학에서 공부하랴, 남편과 함께 취미 생활하랴, 두 아이의 엄마노릇 하랴…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김씨의 하루는 바쁘게, 하지만 활기차게 돌아간다.

스포츠와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김도겸씨(역북동·52)를 따라 주말이면 낚시하러도 가고 멀리가지 않을 때는 댄스스포츠 동호인들과 어울려 기량을 자랑하는 활기찬 시간을 가진다.

함께 바다낚시를 종종 간다는 김차희·김도겸씨 부부는 연신 서로를 마주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낚시를 함께 갈 때는 고기가 잘 잡힐만한 날에 일부러 데려가죠, 고기도 많이 낚고 해야 이 사람이 낚시에 재미 들릴 것 아니에요?” 남편은 부인이 꼭 낚시를 좋아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며 비밀을 털어놓았다.

남편보다 더 방파제를 잘 건너뛰어 다닌다는 김차희씨는 “바다를 보는 것이 좋고 남편이 좋아하니까 낚시를 하는 거지 실은 스포츠댄스나 공부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살짝 귀뜸했다.

조경인력관리 사업을 하고 있는 김도겸씨는 8살 많아 오빠처럼 때론 아빠처럼 그녀를 이끈다.

결혼 초부터 남편의 직업 때문에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까진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얼마갖지 못해서 인지 김씨 부부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애틋하다. 청년시절 조카들에게 인기가 최고였을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다는 남편은 정작 본인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도록 자는 모습밖에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어린나이부터 안 해 본일 없었다는 그는 강인한 생활력과 올곧고 부지런한 성품 하나만 믿고 고향을 떠나 상경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운수업에 뛰어든 그는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으로 말그대로 쉴 틈 없이 일했다. 어느 날 직장에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던 김차희씨에게 첫눈에 반해 매일 회사 앞에서 기다리며 가까워진 끝에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행복한 신혼의 꿈보다는 생계를 꾸리고 터전을 닦느라 별다른 연애나 신혼에피소드는 밝히지 않았다.

이제는 전보다는 여가생활을 할 시간이 많아졌지만 새벽 3시에 출근할 때도 있는 남편과 9시 출근, 6시 퇴근인 김씨는 시간이 맞지 않아 일부러 같이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들 부부에게는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갖고 싶은 시간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움

이제 2년차인 두 사람과 댄스스포츠라는 종목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남편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중 배울만한 게 있을까하며 찾다가 뭔지도 모르고 제가 먼저 시작했죠. 하다보니 재밌어서 이 사람에게 추천했고 기초과정 땐 각자 다른 시간대에 따로 가서 배웠어요”

기초반을 수강하며 댄스스포츠에 재미가 붙은 두 사람은 이를 계속하고 싶어 유림동 주민자치센터에 과정이 개설된 것을 알고 먼 길을 마다않고 유림동까지 댄스스포츠를 배우러 다녔다.

“2년을 배운 지금에야 조금 기초를 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둘이 같이 뛰었죠, 틀렸는지 맞았는지도 모르고 뛰어도 마냥 재밌고 신나더라고요.” 회상하기만 해도 즐거운지 두 부부는 처음을 생각하며 연신 웃는다.

부부는 댄스스포츠를 함으로써 생활의 즐거움이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두 부부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단연 으뜸이라고 꼽았다. 부부 모두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이유가 바로 운동으로 체력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춤을 추러 다닌다’는 선입견이 강해 사람들 시선이 달갑지 않다는 것.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직접 운동해보면 다르거든요. ”

동작을 멋지게 완성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그렇게 하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다. 이기고 지는 게임도 아닌데 그토록 이루고자하는 욕심이 드는 것은 그들 자신도 신기하다.

“우리부부는 스포츠 댄스를 관절이 움직이는 한 평생할 거에요, 너무 신나는 생활의 활력소예요” 얘기하는 동안에도 연신 들뜬 얼굴과 신나는 표정으로 스포츠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진정으로 스포츠댄스라는 운동을 사랑함이 눈에 보였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학교로

김차희씨는 지금 하고 있는 여러 활동 중 무엇보다 용인향토학교의 야학에서 공부하는데 가장 애착이 많다.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학업을 잇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취업해야 했던 그녀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지만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새록새록 알아가는 희열이 대단해요. 일상생활에서 거의 쓸 일이 없는 수학공식이지만 이것을 어렵게 풀어내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

야학의 어른 학생들이나 어린 선생님들은 모두 의욕에 넘친다.

“비가 철철 내려 온 길이 흙탕물이 된 저녁에도 우릴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기어코 나오는 어린 선생님들에게 너무나 고맙고 그런 선생님들 때문에 우리들도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천정에서 가끔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아가면서도 공부하는데 아무런 장해를 느끼지 않는 화기애애한 수업 분위기를 일반적인 학교를 마친 분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여요”

학년은 같아도 나이는 천차만별인 향토학교 학생들은 ‘어이 거기 언니동창생~’하며 서로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의 쉬는 시간은 여느 여고생들의 쉬는 시간 분위기와 다를 바가 없다.

주변사람들이 동창회에 나간다면 남몰래 속상할 때도 있고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 그녀들도 새로운 친구와 고교동창생들이 생겼다는 마음에 든든하기만 하다.

일주일에 5번 저녁시간 3시간씩을 학교에 가고 그 외에도 시험 준비로 공부에 매달리는 아내에게 남편 김씨는 여태껏 불평 한번 한적 없다.

“공부하고 싶어 맺힌 한을 이해하는데 그걸 왜 막거나 싫어하겠습니까 허허”하며 남편 김씨가 말했다. 사실 그는 아내 대신 집안일도 자주 돕는 편.

“그래도 조급하게 공부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쉬엄쉬엄 즐겁게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취감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니 공부에 매달려 다른 것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하죠.”

김차희씨가 직장생활을 함에도 늦깎이 공부와 왕성한 취미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살면서 한번도 부딪힌 적 없고 지금 또다시 연애하는 것처럼 애틋한 남편의 말없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2의 연애기와 제2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김차희씨,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 김도겸씨.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는 두 부부 때문에 주변이 다 환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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