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나리와 떠난 여행 23> 눈 내린 배부른산을 오르다

ⓒ 이기원
밤새 눈이 푸짐하게 내렸습니다. 이제 가을에 대한 미련을 남길 여지도 없어졌습니다. 벽에 걸린 달력도 달랑 한 장만 남아 있으니 온전한 겨울이지요. 누구는 지나간 가을을 그리워하고 더러는 다가올 봄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지금은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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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해발 고도 419m의 배부른산을 올랐습니다. 저것도 산이냐고 웃을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산은 산입니다. 제대로 단련된 체력을 바탕으로 날렵하게 오르면 두 시간도 안 걸리지만, 가쁜 숨 몰아쉬며 '이렇게 힘든 걸 왜 왔지?' 후회하며 오르다 보면 세 시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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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여 미끄러운 산길은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힘듭니다. 제 세상 만났다고 천방지축 불어오는 바람은 사정없이 겨울 숲을 헤집고 날아다닙니다. 나무 위에 쌓였던 눈도 안개처럼 하얗게 쏟아집니다.

칼바람 눈보라가 맨 얼굴에 부딪칠 때면 처마 끝 고드름처럼 섬뜩하게 겨울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칼바람 눈보라는 누굴 겨냥하고 날아들진 않습니다. 추운 겨울 쌀 수입 반대를 외치던 농민들을 향해 쏘아대던 물대포처럼 비정하진 않습니다.

거북바위에 다다를 무렵 누군가 눈 위에 글씨를 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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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갑절은 더 걸려서 눈 덮인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 위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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