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고무신으로 통하는 사진동화 작가 김서희

▲ 사진동화작가 김서희
#‘청년실업자’라니…지금은 사진동화 작가

시골스럽지만 정감 있는 고무신(www.komusin.pe.kr) 김서희씨(25·풍덕천동)는 사진동화 작가라는 타이틀 대신 ‘청년실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전남 광양이 고향인 김씨는 여고시절부터 연극 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다. 연극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며 대학 원서를 샀지만 빚보증을 잘못 서 아버지 유산으로 남아 있던 집을 정리하고 대학 입학의 꿈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용인에 시집 온 둘째 언니 때문에 1999년 구성에 살게 된 그는 친구들도 보고 싶고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언니 소개로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웹디자인과 컴퓨터애니메이션을 배웠다. 하지만 시대는 김씨를 외면했다. IMF직후였던 터라 셀 수 없이 많은 이력서를 쓰고 또 썼지만… “면접을 한 곳도 못 봤어요. 연락이 정말 한 곳에서도 안 오는 거예요. 학력에도 걸리고.”

그 당시만 해도 그는 ‘대학도 못 나온 청년실업자 김서희’였다. 집안에서 백수로 지내다 2002년 9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처음 올라 왔을 때 제 자신이 얼굴도 시커멓고 촌스러워 보여서 고무신이라고 필명을 지었어요.”

고무신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 때는 우울했어요. 아는 사람들 몇 명만 읽어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를 지켜보던 둘째 언니는 김씨에게 희망을 주는 사진동화를 인터넷에 올려보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2004년도 1월부터 생활 속에 쓸모없이 버려진 돌멩이, 나뭇잎, 과자는 물론 피망, 과일 등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 의인화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적당하게 포토샵 작업을 해 글을 붙이고. 그때그때 마음에 따라 글도, 사진도 달라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동화를 만들면서 그는 배운 기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서 희망 찾아 외롭고 아픈 사람 위로

새우깡을 여러 겹 쌓아놓고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김씨는 사람이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시대를 생각하며 “가끔 성공은, 다른 이들의 실패인 덕인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김밥 옆구리가 터졌을 때는 어떨까요?

그가 만든 사진 한 장에, 그가 적은 몇 글자에 사람들은 공감한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김씨 작품은 이런 이유로 네티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일 방문자수만 1440명이 넘는다. 주로 20~30대가 누리꾼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고무신은 인터넷 유명 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사진 동화는 사이트에서 퍼가면서 알려졌어요. 개인 미니 홈피도 많이 꾸미니까요.”

인터넷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동화를 만들어서인지 꾸밈없고 편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렵던 시기에 사진동화가 자신을 위로했듯이 다른 사람들도 위로를 받는 듯하다.

청년실업자에서 사진동화작가로 일어선 김씨는 외롭고 아픈 요즈음 사람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사랑의 카운슬러인 셈이다.

▲ 지독하게 외롭다.
지치고 피곤해서 그만두고 싶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아서
차라리 영영 일어서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이 순간 이 악물고
견뎌 내리.

할 수 있어!
일어나!
포기하지 마!

힘겨울 때의 작은 한 걸음이
먼 훗날의 단단한 천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올해 1월 「고무신」이라는 사진동화집을 펴냈다. “예전에는 제가 찾아다녔는데 요즈음은 알아서 찾아 주던데요.”

요즈음 그는 책자 표지작업은 물론 스카이 네이버 극장 등에 사진동화를 연재하고 있다.

온갖 주워온 물건들로 가득하고 늘 정리해도 똑같은 집 안 작업실이지만 그는 거기서 희망을 찾는다.

# 아직은 꿈 많은 20대, 멋진 청춘을 위하여

얼마 전 카메라를 사서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워볼 생각인 그는 아직은 꿈 많은 20대다.

사진동화를 직접 디자인, 편집해서 손수 책을 제작해 보겠다는 목표, 남자친구를 사귀어 즐겁게 연예를 해보겠다는 상상,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마음껏 연기를 해보겠다는 바람.

김씨는 멋진 청춘을 그리며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그가 원하는 인생의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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