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문화학교 박인선 대표

“내 한평생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아이가 부모인 내 보호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박인선씨(43)는 발달장애 아들을 둔 부모다. 박씨의 바람은 모든 부모의 바람과 같다.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라면 이러한 바람이 힘든 일로 생각되는 만큼 더욱 절실하다. 요즘 화제가 된 ‘말아톤’이라는 영화는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의 심정이 잘 묘사된 바 있다. 장애인 스스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쏟는 노력과 또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 간절한 바람, 노력과 헌신, 그에 따른 집착은 영화를 본 사람이면 당사자가 된 듯한 감정이입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박씨의 하루 일과는 18살 된 아들 동현군 보살피는 일로 꽉 찬다. 분당 야탑역에 위치한 ‘분당성은 학교’까지 매일 아침 7시마다 동현군을 등교시키고 오후 2~3시가 되면 데려온다. 아들 동현군 뒷바라지가 아직 큰일이지만 박씨는 틈틈히 시간을 쪼개서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박씨가 하는 일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편견과 벽을 무너뜨리는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활동이기도 하면서 또 문화예술과 관련된 활동이기도 하다.

박씨는 지난 2000년 다른 장애아동 부모들과 함께 한국장애인부모회 용인시지부를 만들고 초대회장을 맡았다. 또 2003년에는 미래예술단을 만들었고 올해 미래예술단에서 반딧불이 문화학교로 이름을 바꾼 뒤 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 ‘반딧불이 문화학교’ 합창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박인선씨
박씨가 운영하는 반딧불이 문화학교는 작은 지역 문화예술 단체다. 현재는 동양화와 문학, 합창 교실을 개설한 상태이고 다음달 7일부터는 용인시문화복지행정타운에서 작품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반딧불이 문화학교는 다른 문화예술 단체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반드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예술 작업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반딧불이 문화학교만의 특징이다. ‘분당성은 학교’에는 현재 50여명의 수강생이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들 중 30여명은 장애인이고 20여명은 비장애인이다.

박씨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장애인들을 집밖으로 나와 활동하게 하는 것이 반딧불이 문화학교의 목표”라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당이 단지 반딧불이 문화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학교 밖 세상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다르다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일 없이 서로 안심하고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박씨가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모아 함께 문화학교를 꾸려나가는 이유다. 반딧불이 문화학교에서 동양화와 문학을 가리치고 있는 소설가 주영숙씨는 박씨를 가리켜 “자기 일신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항상 어두운 곳을 밝히거나 불편한 사람들의 지팡이가 되어주기 위해 날마다 기도하며 동분서주하는 박인선씨”라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박씨의 아름다움은 지극히 당연한 부모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듯 하다.

박씨는 ‘이상’만 가진 몽상가가 아니라 꿈을 실현시키는 억척스러운 활동가다. 스스로 많은 상상을 한다는 박씨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문화 예술인과 일반인, 후원인들을 한데 묶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변에 한 지인은 “박인선씨에게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들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며 부지런히 주변을 챙기는 박씨의 성품을 은근히 자랑한다.

박씨는 “혼자 반딧불이 문화학교 앞날을 상상하곤 한다”며 “용인지역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이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질 날이 그려진다”고 말한다.

박씨가 가진 열정과 억척스러운 활동력은 한국 곳곳에 반딧불이 문화학교 같은 어울림 마당이 만들어지는 씨앗이 되리라 확신하게 만든다. 아울러 한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사회, 서로 아무런 연고가 없더라도 믿고 안심하며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가 박씨의 바람처럼 우리 사는 세상으로 꼭 이루어지길 함께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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