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를 향해 달리는 김태옥·박정룡 부부

▲ 전통가마에서 구우면 깨져 버린다는 도예 자동차 작품은 이들 부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것이다. 경기 61거 5043이라고 차 번호판까지 정성스럽게 새긴 이 작품은 포르쉐 911을 본 뜬 것으로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에게 선물할 작품이라고 했다. 행정타운 개청 기념 시화전에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부부가 작품 앞에 섰다.
한국 여성 최초 카레이서 김태옥(49)씨와 한국 최초 카레이서 박정룡(47) 부부(포곡면 삼계리)가 문화복지행정타운 개청기념 시화전에 도자기 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국 최초로 자동차 튜닝 박물관을 준비하는 김태옥·박정룡 부부는 이 도예 작품을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고 했다. 1년 만에 1작품이 나올 정도로 정성을 들여야 하는 ‘도예 자동차’를 용인시민이 가장 먼저 보게 된 셈이다.

‘최초’의 길을 향해 달리는 이 부부, 인생의 레이스는 멈추지 않는다.

# 김태옥·박정룡 용인과 만나다

김태옥·박정룡 부부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인터넷 검색어에 이 부부 이름만 입력하면 기록이 쏟아져 나온다.

김씨는 1989년 볼카노 레이싱팀에 입단해 영종도 데뷔전 7위를 시작으로 1992년 한국모터챔피온쉽 여성전 준우승, 그 후 각종 국내외 레이스에 참가해 이름을 남겼다.

1993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도 김씨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지옥의 랠리(자동차를 이용해 도로에서 실시되는 경기)라 불리는 ‘파리-다카르 랠리’에 1996년 참가해 한국 선수 최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파리-다카르 랠리는 유럽에서 사하라 사막을 건너 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상최대의 자동차 경주에요. 한국 최초 여성 카레이서로 참가해 처음으로 완주했어요.”

랠리스트 사이에서 꿈의 경주로 불리는 이 대회서 김씨가 이름을 남긴 것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1999년 딸과 함께 ‘99코리아 평창 랠리’에 참가해 최초의 모녀레이서가 됐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카레이서 단장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김씨가 한국 최초의 카레이서 박정룡씨와 13년 전 부부 인연을 맺고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박씨 역시 수식어가 많다. 기아자동차에 다녔던 그는 기아차 프라이드로 1987년 국내 최초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88년 기아차 콩코드로 또 다시 우승을 했다. 그리고 1995년 삼성이 용인에 자동차 전용 경기장을 만들었을 때 치러진 한국모터챔피온쉽 종합우승도 그에게 돌아갔다.

‘아시아 태평양 랠리 선수권’전 우승을 비롯해 각종 국제 대회에서도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한국자동차경주를 이끌어 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잘 나가는 두 선수는 부부로 다시 태어나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모터스포츠는 배우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하기 힘들어요. 사실 (모터스포츠에)미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저희는 같은 일을 하니까 서로 이해할 수 있어서 편하죠. 사실 이 분야의 최초라는 타이틀은 부담이 많이 되지만….”

박씨는 “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무언가 할 때마다 잘해야 하고 모터스포츠 역사에 있어서 늘 주목 받는 대상이 되는데, 평범하게 사는 것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모터스포츠는 인생이다

그래도 부부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새로운 인생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용인에 자동차 전용경기장이 처음 들어섰을 때 포곡면 삼계리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자동차 전용경기장이 처음 들어선 곳이라 용인은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는 곳이죠. 공기 좋고 교통 좋고, 이웃 분들이 순수하고 적극적이어서 참 좋아요.”

김씨 말이 끝나자 박씨 또한 용인 자랑을 늘어놓았다.

“세계에서도 이러한 곳이 없어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주변 인프라를 활용하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부는 이런 마음으로 행정타운 개청 기념 시화전에 직접 빚은 ‘도예 자동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여섯 작품 중 한 작품이 나올까 말까, 일년 만에 한작품 나올 정도로 빚기 힘들죠.”

전통가마에서 구우면 깨져 버린다는 이 작품은 이들 부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한 것이다.

경기 61거 5043이라고 차 번호판까지 정성스럽게 새긴 이 작품은 포르쉐 911을 본 뜬 것으로 평소 가깝게 지내는 한 지인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아내 김씨가 이천으로 도예공방을 다니던 중 남편 박씨가 자동차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들은 도예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시도하는데 유명 도예가들도 빚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최초로 도예 자동차를 만들었죠. 힘들게 완성한 것들이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들은 이 작품을 앞으로 세울 튜닝 관련 자동차 박물관에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 준비 중인 박물관도 아마 최초의 박물관이 될 것 같아요. 휠, 타이어, 엔진 등 부품들도 손으로 빚어 전시하고 싶어요. 자동차는 기계로 찍어서 나오지만 도자기는 손수 제작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 박물관에는 국내에서 초창기 만들어 쓴 자동차 부품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인생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 많아요.”

그들은 인생이 모터스포츠와 같다고 말한다.

레이스 도중 멈추기도 하고 경기 도중 수 없이 순서가 바뀐다. 또 체커기가 올라가 레이싱이 끝나면 순번이 정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지만 그 순번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도전을 즐긴다.

박씨는 오는 10월에 운전 매너, 기술 등 초보운전들이 볼 수 있는 자동차 문화관련 책을 출간한다. 김씨 또한 도예를 배워 공방을 차려 볼 생각이다.

그리고 파리-다카르랠리에서 부부가 함께 우승하는 꿈을 그려본다.

#한국 최초 여성 카레이서 김태옥

1989년 볼카노 레이싱팀에 입단
1992년 한국모터챔피온쉽 여성전 우승 등 각종 레이스에서 우승
1993년 현역 은퇴
1996년 파리-디카르랠리(국제자동차대회)
한국최초 여성카레이서로 참가, 한국최초로 완주
1999년 Happy 700,99 평창 랠리에 딸과 함께 참가-최초의 모녀 레이서
서울시 한국 최초의 여성 19인으로 선정

#한국 최초 카레이서 박정룡

1987년 첫 국내자동차 경주 우승
1995년 한국모터참피온쉽 종합우승
1997년 아시아태평양랠리 선수권전 우승 등 각종 국내외대회서 우승
KMRC경기장
SBS모터스포츠 해설위원
아주자동차대학 교수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