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산삼방 재배인 이수만씨

▲ 광교산 산삼방 재배인 이수만씨
#신토불이 산삼재배의 꿈 실현

광교산 자락에 순수 토종 6년 근 산삼재배에 성공해 도시노인들의 자활촌으로 산삼방 영농조합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수만씨.(65·동천동)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평생 교직에 몸 담아온 그가 산삼재배에 눈돌리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평소 시골 출신으로 영농, 약초재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다 산삼재배에 몰두하게 됐다. 산삼에 매력을 느끼면서 온갖 서적과 자료들을 조사하고 영어 일어로 된 서적들을 틈틈이 번역 해가면서 읽고 검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92년부터 중국을 십수차례 왕래하며 중국 장뇌삼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노력의 흔적은 그의 집 입구에서부터 쌓여 있는 산삼그림 액자와 집안의 산삼주, 각지의 산삼밭 산지와 산삼 사진, 산삼 관련서적 등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예부터 우리나라 땅에서 생장한 산삼은 영약으로 분류되어 귀한 것으로 인정 받아온 것에 착안해 우리땅의 토종 산삼에 관심을 기울여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고려인삼이 속성재배로 양적증산을 욕심낸 나머지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경작행태 때문에 중금속오염으로 세계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후, 뜻있는 농가에서 자연재배법을 실현하기 위해 산간오지 천연수림을 찾아 온갖 악조건을 무릅쓰고 양질을 산양산삼을 키워냈다. 그러나 중국산, 러시아산이라는 장뇌삼이 토종으로 유통되어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또한번 잃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그는 신토불이 산삼재배의 꿈을 키워왔다.

산삼은 천종과 인종으로 나뉘며 자연식생의 천종 외 인종으로 산양산삼과 장뇌삼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2004년 월간중앙 9월호에 발표된 우리나라 산삼재배인이 2000여 명이나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원도 인제 등지를 다니며 조사했다.

처음 산삼재배지를 찾아가서 현장에서 배우려고 했으나 흙 만진 적 없는 희고 고운 손 때문에 퇴짜 맞고는 돼지고기, 막걸리 사들고 일꾼들 속으로 파고들어 발로 뛰며 산지를 찾아다니길 2년. 그동안 품도 없이 흙일, 산간일 막노동으로 꽤나 고생을 했다. 자신이 직접 경작해보리라 마음먹고 적합한 산지를 찾아 청계산, 광교산 등지를 헤매고 다녔다.

그는 처음부터 도시 노인들이 산업으로 성공하려면 도시 근교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전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 수도권 경기지역의 중심지인 청계산과 광교산 주변의 청정지역을 찾았다. 청계산은 서울 중심의 사람들이 산삼을 재배하려 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광교산을 택했다.

동천동 광교산 자락을 동천지구 개발로 지정된 코렉스하우징이라는 업체로부터 임대를 받아 시험재배지로 200여평에 씨를 뿌려 결실을 봤다. 산삼밭에는 4,5,6년생 산삼이 빨간색,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자라고 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광교산 자락 산림 속 부엽토층 깊숙이 박혀있던 산삼이 조심스런 손길에 하얀 뿌리를 달고 쑥 모습을 나타낼 때 땀 흘린 노력이 씻은 듯했다.

성공적인 현장 경작 2년. 이제 자신감도 얻었다. 우선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몇이 모여 성복동 산자락 500~600여평을 임대해 묘상작업을 완료하고 9월에 씨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 건강·수익으로 신(新) 부자유친

그는 자신의 아내가 이제 그만 조용히 노후를 보내도 되지 않느냐며 땀 흘리며 산자락을 오르내리는 그를 마뜩찮아 한다며 미소를 흘리면서도 이내 단호한 어조로 힘있게 말한다.

“청정지역 자연상태 그대로 산양산삼 재배지를 조성해 관심 있는 분들이 쉽게 찾아와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만들었어요. 우리나라를 선진대열로 이끈 산업의 역군들인 우리노인세대가 경륜과 열정을 후대들에게 대물림하는 전통을 남기며 친교의 자활촌을 열어 고령화의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영농법인으로 출발하려고 하는 산삼방이 널리 알려져 일자리가 필요한 도시노인들에게 생업의 바탕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을에 시작하는 성복동 재배밭에는 치악산 자락의 산삼재배지에서 씨앗 700kg를 구입해 뿌렸다. 15명의 회원으로 출발하는 산삼방 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땀 흘리며 깊은 산속의 정기를 마시고 자란 신선하고 건강한 산삼을 길러 수익도 창출하고 주말마다 찾아오는 자녀들과 손자들에게도 한 뿌리 씩 캐서 먹어보라고 건네주는 노인들의 새 문화, 새 정책을 고대하고 있다. 그런 날이 오기를 갈망하며 실현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신 부자유친’이라는 말로 그 꿈을 표현하고 있다. 자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노인이 아니라 자식들과 손자들이 건강한 할아버지 찾아와 함께 산에서 운동하고 땀 흘리며 산삼 캐서 나눠 먹으며 건강과 행복을 나누는 그런 삶을 만들고자 한다. 그는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현지 경작 재배 성공으로 이제는 노하우도 체득했다. 신입회원들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적어졌다. 회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노작, 지킴이, 판매 등의 일을 나눠서 하면 된다. 그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분배액의 할당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뜻있는 노인들이 동참하여 노력과 인내를 가지고 노인들 스스로 신문화를 만들어 가면 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점점 늘어가는 고령화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해 노인세대에게 유휴 임지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보여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산삼방이 활성화되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산삼을 먹으며 건강을 지킬수도 있다고 말한다.

산삼밭이 알려지면 누군가 채취해갈 도난 위험이 있지 않냐는 물음에 동참을 알리는 면에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실버사업을 농림부에 제안해 농림부장관의 친필 격려편지까지 받았다. 지난 주 KBS 방송 노인프로에 출연한 뒤로 인터뷰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 노인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산삼방 영농조합이 노인사회의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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