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 소망천사원 김미경씨

▲ 자식을 열넷 둔 김미경씨는 힘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

김미경씨(46)는 아이 열 넷을 키우는 엄마다.
김씨가 맡아 기르는 아이 중에는 자신의 배를 통해 나온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또 정신장애를 지닌 아이도 있고 장애를 지니지 않은 아이도 있다.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중학생 큰 아이도 있고 잠시라도 김씨의 보살핌이 없으면 위험한 100일 갓 지난 갓난아이도 있다. 여자 아이도 있고, 남자 아이도 있다. 모두가 다르다. 아이 하나하나는 각자가 고유한 사람이다.

김씨와 아이들은 모현면 동림리에 위치한 빌라에 산다. 집 이름은 소망천사원(대표 현광식)이다. 96년부터 목회 일을 시작한 남편 현광식 목사와 함께 모현으로 온 부부는 IMF 때인 98년부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맡아 기르기 시작했다.

김미경씨와 인터뷰하면서 기자가 가졌던 큰 의문은 남과 여라는 차이를 떠나 ‘나는 김씨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나는 아이 열넷을, 그것도 혈육이 아닌 아이를 기를 수 있을까’, ‘내 주변은 이를 허락해 줄까’ 등등.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김씨에 대해 선입견 없이 알아야 했다. 김씨가 살아가고 있고 외부에 알려진 객관적 사실은 기자를 동정적이거나 감상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고려치 않았다. 김씨 개인의 솔직한 심경, 허심탄회한 개인의 삶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이 이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 얻은 답은 “아이 열넷을 키우는 일은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는가라는 문제가 아니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점이다. 기자의 눈에 비친 김미경씨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김씨만의 고유한 삶을 선택한 사람이다. 김씨는 그 선택을 성공적인 것으로, 또 즐겁고 보람된 선택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열넷 아이 엄마로서 성공을 지어내고 있는 김씨의 마음자리에 관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동정심이 많았어요. 약자를 보면 움직이는 사람들 처럼요” 김씨는 신앙인이라면 1~2명 정도 어려운 처지의 갓난아이를 데려다 기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회자인 남편에게 협력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이 수없이 많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렸어요. 안쓰러운 마음이 힘들다는 생각을 극복하게 해줬지요” 14명 아이들의 엄마가 된 사연은 그렇다. 목회자의 아내라는 사명감도 있었고, 김씨 자신의 깊은 측은지심도 작용했다는 말이다.

그녀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그녀가 아이들과 삶을 나누는 중에 느낀 어려움이다. 김씨는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자신이 느낀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그 어려움중 하나는 ‘갈등’이고 또 하나는 ‘개인적 삶에 대한 바람’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김미경씨와 100일 갓 지난 찬양.
갈등과 삶의 바람

김씨에게 갈등은 항상 이해로 탈바꿈해 왔다. 그녀 자신과 아이들 사이에 갈등. 아이들 서로 간의 갈등. 외부의 시선 등등. 사람 살아가는 모든 일이 갈등 속에 있듯이 아이 열넷의 엄마인 김미경씨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상황 역시 갈등의 연속이다. “정신지체 쌍둥이 아이를 기르게 됐어요. 처음 그 아이들이 왔을 때 당황스럽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지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는 ‘제 혈육도 미운 짓하면 이해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남의 자식은 어떻겠는갗라고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짜증내면 덩달아 나도 짜증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씨 앞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짜증내고 울고 있는 정신지체 아이와 그 상황은 어땠을까. 기가 막히고 덩달아 짜증나고,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김씨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유일한 해결책은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김씨에게 ‘이해’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사명감으로 그 상황을 덮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무마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짜증내고, 같이 큰 소리로 울면서 여럿 아이 기르는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이해도 아니었다.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떠한 마음상태인지, 어떤 과거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 거죠” 그녀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타인의 마음과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에 전문가가 됐다고 말한다. 김씨의 해결책은 날카롭고 명확한 상황파악이다. 병의 증상만 보고 포기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과 같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사랑 같아요”라고 말하는 김씨.

김씨에게 14명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사정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하나하나 고유한 사람들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에게 가정은 어떨까. 우리는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라고 하며 나에 대한 이해만을 구하고 있지 않을까. 두 사람, 네 사람 함께 사는 와중에도 서로 ‘당신이 왜 그러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보다, ‘당신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을까.

“사정없이 등짝을 때리죠. 끊임없이 대화하고요. 아이 모르게 학교를 찾아가 먼발치에 앉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녀가 진단한 원인으로부터 그녀 나름의 치유가 이뤄진다. “새로운 아이가 오면 에너지가 분산되지요. 한 가정 안으로 새 사람이 비집고 들어오는 일은 서로 간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가정이 돈이 없어 깨지는 게 아닙니다. 마음을 나누지 못해 깨져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이해하는 능력이 커져가요. 학교생활 중에 사소한 일부터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요. 아이들 각자가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능력을 키워간다고 생각해요”

후회하지 않는 선택

두 번째 어려움은 “삶에 대한 개인적 바람”이다. 아이를 하나 키운 어머니도 아이가 커서 품을 떠나면 공허한 마음과 함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심해진다. 요즘은 아이 양육을 전담하는 일을 부당하게 여기는 엄마의 수도 늘었다. 자유를 가지고 싶지 않은지, 14명 아이를 혼자 기르는 일을 부당하게 생각하지 않은지 물었다.

“아이 두 명을 낳아 기를 때 육아에서 해방되고 싶은 적이 많았어요. 아이 기르는 일이 너무 힘든 일임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노력이면 다른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도 잘 알고 있었죠”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어요. 만약 신학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지 않고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계획대로 유럽의 어느 곳에 유학을 가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우선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종합편이라고 말한다. 또 학창시절 못했던 일을 계속 복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상황인식이다. “TV에서, 아이들이 가져온 학교 과제에서 제 자신이 끊임없이 리프레쉬 되요” 그녀는 TV로 여행하고, 아이들과 함께 숙제하면서 학창시절 미흡했던 공부도 한다.

“종합적 사고력이 계속 발달해요.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 물 마신 컵을 치우는 일, 14명 아이들이 어지러 놓은 집안 치우는 일 등 끊임없이 판단해야 되죠. 컵을 치우면서도 다음 일을 판단해 아이에게 시키고, 내가 할일도 정하고 말이죠”

종합하면 그녀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힘들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다. 에너지를 쏟아 부은 만큼 바로 충전된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젊어진다. 사고가 경직될 틈도 없다.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만, 자유는 힘든 문제다. 열네 명 아이를 기르는 엄마에게 개인시간이 가능할까. “자투리 시간이죠. 그 자투리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제한된 시간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해요. 그러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죠” 정말 소중할 것 같다. 소망천사원에 봉사를 오는 구성 샘물교회 남전도회원들은 본인들이 아이들을 돌볼 동안만이라도 김씨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싶어 마실을 다녀오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제는 아이들이 일이고 휴식이고 충전이 되요. 그 안에 일도 있고 여유도 있는 상태가 된거죠. 행복해요. 모두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말 행복해요”라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열 넷 아이 키우는 자신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역사 인식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이 아픔속에 방치된 채 자란다면 어느 누구한테 총부리를 겨눌지 알 수 없어요.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간에 사랑은 인간을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그 사람에 대한 상황이해가 있어야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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