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명 건강관리 논문 쓴 송영숙씨

▲ 서울우유 제2공장 건강관리실에서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근로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보건관리자송영숙씨.
구성읍 마북리 서울우유 제2공장 보거관리자 송영숙씨(48)는 카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보건간호학을 전공하며 「일개 제조업체 근로자의 혈압, 총콜레스테롤, 공복혈당, BMI(체질량지수-비만측정)의 10년간의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우유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재직 중인 근로자 201명을 대상으로 건강진단 결과를 활용해 혈압, 총콜레스테롤, 공복혈당, BMI(체질량지수-비만측정)의 10년간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파악한 것이다.

“그들의 건강변화를 10년 동안 체크할 수 있는 일이 쉬운 기회는 아니었어요. 행운을 얻은 거죠.”

송씨가 자기 자리에서 아픈 근로자에게 약만 주는 등의 단순한 일만 여태껏 해 왔다면 이러한 통계자료 분석은 나오지 않았을 법 하다. 그는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다른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한 명 한 명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누가 지시하거나, 일정한 틀에 갇혀 있는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 청춘이여! 건강을 지켜라

특이하게 서울우유는 다른 산업체와 달리 이직률이 2% 안팎에 머무른다. 송씨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1983년도에 입사해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신갈에 처음 왔을 때 대부분 기와집이었고 구성에 오는 버스는 하루에 3~4대 있었을까.” 송씨는 아련한 기억을 떠올렸다.

1979년 군산간호대학을 나와 국립의료원에서 4년 동안 근무하다 서울우유 2공장에서 보건관리자로 일을 시작한 송씨는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다.

“일장일단이 있겠죠. 간호사로 계속 일을 했다면 직원 여럿 거느리고 웬만한 자리에 올랐겠지만 여기서는 내 의지대로 직원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나아가 조직을 변화시키니까요.”

사업장에서 20년 넘게 함께 근무한 직원이 많다. 그래서 송씨는 그들의 건강검진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논문을 쓴 것이다.

“보건관리자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앉아서 약이나 주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면 못했겠죠. 논문을 쓰면서 사업장에서 일하는 보건관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송씨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젊었을 때의 위험요인 수준이 나이가 들어서도 영향을 끼치므로 젊은 시기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뇌심혈 관계질환은 BMI가 상관성이 높은 요인으로 나타나 비만관리가 중요하고, 특히 근로자 건강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업장 단위에서 보건관리자에 의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집단의 복리후생은 아주 중요해요. 직원이 건강하면 조직이 건강해지니까요.”

송씨는 한시도 건강 챙기는 일을 잊지 않는다.

▲ 금연계약서

# 건강검진, 축제처럼 즐기자


‘내일 건강검진 있으니까 금식하세요.’

송씨는 문자서비스를 애용한다. 건강검진 전날이면 저녁 8시 50분경 문자를 보내 건강검진을 적극 권유하고 그 결과를 항목별로 자세히 설명하며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한다.

“문자서비스는 대 히트였어요. 검진율도 좋고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여 고마워하고요.”

그는 이외에도 400명 넘는 직원들에게 매번 긴밀하게 연락을 하며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건강검진을 축제처럼 즐기자고 얘기해요. 논문 결과에 나타났듯이 젊을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니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죠.”

건강검진 펼침막을 매번 걸고 주로 음주, 흡연, 식습관…생활 속에서 습관을 변화시켜 건강을 챙긴다. 지난해 10월부터 보건소와 연계해 금연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금연을 권장하고 놀랍게도 금연서약서를 쓰고 금연에 성공한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1개 생산반 직원 10명 중 9명이 금연에 성공했을 정도다. “금연을 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의지를 돋워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는 마음을 움직여 습관을 바꾸고 행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즈음은 6개월 이상 금연실천 우수직원에게는 작은 선물을 주는 개별 시상을 하고 있다.

▲ 건강이름표를 보면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 가혹한 평가자는 ‘나, 자신’

이 뿐만이 아니다. 송씨는 사무실 한켠에 ‘건강이름표 갖기’표를 붙여놓았다. 전직원 이름표를 부서별로 분류해놓고 개개인마다 색깔별 압정을 꽂아 두었다.

“이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 세어 나가면 안 되는데요.…(웃음) 가족 같은 우리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머릿속에 담아 관리하고 싶었어요. 수첩을 펼치듯이 말이죠.”

빨간색은 고혈압, 흰색은 건강한 상태…전부 밝히지 않았지만 매일 이름들을 보며 직원들을 떠올린다.

‘ 000씨는 체중이 갑자기 줄어서 걱정되고 000씨는 젊은데 혈압이 높고 허리가 안 좋고 000과장은 아들이 과학고를 다니는데 공부를 참 잘해, 000과장은 어머니가 50넘어 낳아 건강해야 할 텐데…’

건강이름표만 보고 수백명의 건강상태부터 집안사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마무리 짓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송씨는 실습생들이 파견 나오면 일에 대한 마인드를 가르친다. “사업장 종류, 지원이 달라 아웃풋의 형태도 다르게 나오지만 오직 이 일에 대한 마인드는 하나죠. 항상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가 20여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사람에 대한 상한선은 결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기준이다.

“한 직장에서 한 업종에만 일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예요.”

송씨는 “직장에서 지시를 받아 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일에 대한 가장 가혹한 평가자는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 ‘송영숙,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

그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슈퍼우먼 신드롬’을 벗어던지고 고2 아들에게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아들 역시 엄마를 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재미있고 유쾌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송씨. 그는 요즈음 ‘운동’을 건강의 화두로 던졌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억지로 참기보다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관리하면 좋겠죠.” 그는 10월 경 운동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이다.

운전을 하다 가끔 거울을 보며 ‘송영숙,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송씨.

좋아하는 일 하며 살아온 것이 행운이며 행복이라는 그는 앞으로 10년 간 이 직장에서 일하며 20년간 연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다. 누구라도 서울우유 건강관리실에서 배워갈 수 있는 사업장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에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며 더 많은 애정을 쏟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