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심마니로 살아 온 유병수씨(53)

▲ 유병수씨가 40년된 산삼을 들어보이며 장뇌삼과의 구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 아내가 꾼 꿈덕에 80년 된 산삼 캐

“삼이 어디 있는지 알죠. 30년 동안 전국에 있는 산을 다 다녔으니. 우리나라는 강원도 쪽에서 좋은 산삼이 많이 나오고 충청도, 경상도 깊은 골에 산삼이 많은 편이죠.”

심마니로 살아온 유병수씨(김량장동)는 20여 년 전 강원도 인제 현리에서 중장비 일을 하던 친구를 따라 다니다 산에 물들었다.

산과 함께 호흡하며 산을 벗 삼아 다닌 세월만 해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삼이 나는 자리를 물려받기도 해요. 좋은 삼이 큰 산에 나는 곳도 있고.”

과거 혼자 살 때는 1년씩 산에 있다 내려오기도 했지만 요즘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산에 머무른다. “답사 겸 겸사겸사 가죠.”

산 속에 가면 연락이 안 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처형이 둘 있는데 예전에 산에만 가면 “상희 아빠 바람났다”고 그랬어요. 그런 말 듣는 집사람 심정은 오죽 했겠어요. 사실 심마니는 여자와 거리가 멀어서 그런 염려는 필요 없는데.”

“지금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거죠. 그냥 나가면 약초 캐러가는구나 생각하죠.”

밥벌이도 안 되는 직업 탓에 아내가 시장에서 작은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또 오래도록 집을 비우니 자주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아내와 산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아내는 여자다. “여자는 누구나 다 싫어하죠. 이제는 산에 같이 다니려고요. 운동 삼아서…”고즈넉이 앉아 있는 아내는 체념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 유병수씨가 산삼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유씨의 가장 소중한 산삼은 아내뿐이다. 아내가 꿈을 잘 꿔야 산삼도 잘 캐기 때문이다.

삼에는 천종산삼, 지종산삼, 장뇌산삼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장뇌산삼(인위적으로 재배한 산삼)은 산삼이 아니다. 산에서 서식하는 것만 진짜 산삼이다.

“진짜 산삼은 평생 동안 만나기 힘들어요. 산삼을 발견하더라도 대게 30년이 안된 어린 산삼인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유씨는 아내가 꾼 꿈 덕에 산삼을 많이 캤고 작년에는 80년(공식감정가)산 산삼을 직접 캤다. 심마니협회 감정결과 2500만원 정도. 삼에 다섯 뿌리 정도가 나니까 그 가치는 어림잡아 짐작 가능하다.

“아내가 꿈을 꾸면 산삼을 틀림없이 캐죠.”

삼을 캐러 산에 오르기 전, 두 가지 꿈을 꾼다고 한다. “집사람은 산에 불이 나 다 타고 없는 곳에서 황금 덩어리를 안고 온데요. 그 꿈만 꾸면 산삼을 많이 캐고 산삼을 캐오면 또 손님이 미리 대기하고 있어요.”

생각만 해도 좋은지 웃음이 넉넉해진다. 유씨 역시 꿈에서 소를 세 번 본다고 한다. 그는 조상이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는 삼을 캐러가기 전 몸을 정갈하게 하고 산신제를 지낸다. 살생, 싸움, 부부관계도 금기시 한다.

#하루산길 백리 “욕심 과하면 해입어”

유씨는 아무도 모르게 산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것이 위험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숙달돼서 괜찮다고 하는데. “웬만한 특수부대 출신도 같이 산에 가면 못 따라 와요. 산에 오르면 하루에 100리(약 40km) 정도 다니니까.”

틈틈이 산을 다니며 산삼이 있는 곳을 둘러본다. “지금도 삼을 가지고 있어요. 큰 삼은 캐지만 어린 산삼은 안 캐거든요.”

유씨는 삼을 캘 때마다 원칙을 깨지 않는다. “초보자들이 어린 산삼을 캐지만 그렇게 되면 산삼이 멸종되거든요.”

작년에 집사람이 꿈을 꾼 후, 산에 가니까 산삼 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어린 산삼이라 발길을 돌렸는데 그 이유 역시 어린 삼을 캐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 20년산 산삼
“어린 산삼은 약효과도 떨어지고 산삼은 보통 30년 이상 돼야 좋아요. 그리고 인연이 되면 캐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해요. 욕심이 과하면 해를 입거든요.” 그래서 유씨를 비롯한 진정한 심마니들은 법 없이도 산다고.

특히 여름철이면 삼이 잘 보여 산에 가는 일이 잦다. 요즈음은 삼을 캐는 심마니가 수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이 늘어 산삼을 캐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허황되게 뜬구름 잡는 마음으로 산삼을 캐면 안되요. 좋은 삼 만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이거든요. 일확천금을 노리는 생각이 잘못된 거죠.”

유씨는 IMF이후 너도 나도 산으로 몰려 장뇌삼인지 산삼인지도 모른 채 시중에 산삼을 유통시키고 어린 산삼까지 마구잡이로 캐는 심마니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유통되는 것 중에 진짜 산삼은 5%도 안돼요. 불로장생 산삼은 1년에 몇 뿌리 안 나와요. 결국 눈이 여럿이면 종자 보전은 뒷전인 채 돈에 눈이 멀어 다 없어지겠죠. 멸종되지 않을까요?”

그는 심마니 일을 버릴 수 없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돈을 떠나 건강할 때까지 산에 다니고 좋은 종자를 보면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심마니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제때 좋은 삼을 만나 제대로 먹을 때 효과가 높기 때문에 산삼을 캐는 심마니의 자세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유씨는 앞으로 ‘우리 삼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 중국산과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심마니 유씨가 캐는 산삼에는 불로장생 효능에 장인정신까지 깃들여 향이 입안 가득 오래 남는다.

▲ 40년산 산삼
산삼은 어떤 특징이 있나?

△산삼은 지질시대의 잔존식물

산삼은 꽃이 피는 현화 식물로서 피자식물에 속하고 그 발생기원은 3500년 전 내지 1억년 전이라고 한다.

△산삼은 내한성 식물이다.

산삼은 동결된 토양 속에서 활동하며 재배 인삼에 비해 훨씬 내한성이 강하다. 이는 산삼 체세표의 내용성분의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산삼은 영하 15도에서도 동해를 입지 않으나 재배인삼은 영하 5도에서도 동해를 입는다.
△산삼은 번식력이 약하다.

생육조건의 특성 때문에 크게 번식하지 못하는데 조건이 좋아야 보통 67년 만에 꽃을 피우고 꽃을 피운 산삼은 불과 23개의 씨앗을 결실할 뿐이다.

△산삼은 장수하는 식물이다.

초복식물로는 가장 장수하는 식물로서 보통 100년에서 200년 정도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줄기와 뿌리사이를 뇌두라고 하는데 뇌두에는 산삼의 나이를 알려주는 마디가 층층이 배열되어 있다. 붙어있던 줄기가 가을이 되면 떨어질 때마다 1년에 하나씩 생기는 마디다.

△옥주가 많을수록 우수품이다.

잔뿌리에는 옥주 또는 진주점이라 불리는 혹이 붙어있다. 옥주가 많을수록 품질이 우수하고 오래된 산삼이다.

△산삼과 장뇌의 구별

장뇌란 인삼을 산에 옮겨 심거나 인삼씨를 산에 심거나, 산삼씨를 야산에 심어 자란 삼을 말한다.

1. 뇌두에 의한 구별: 산삼은 같은 기간이면 뇌두가 가늘고 길지만 장뇌는 굵고 짧다.

2. 몸통(약통)에 의한 구별: 산삼은 몸통이 뭉쳐있고 뿌리는 가늘고 길며 나무뿌리처럼 힘이 있고 장뇌는 몸통이 길며 뿌리는 살이 붙고 실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3. 싹대에 의한 구별: 산삼은 싹대(뇌두 윗부분)가 짧고 장뇌는 길다.

자료제공: 한국심마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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