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가장 먼저 올릴 수 있었는데요

▲ 회오리구름-송당에서 선흘방면의 16번 도로에서(27일 오전 9시경)
ⓒ2005 김민수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지만 제주도 지역은 마른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오는가 싶더니만 땅이 축여지기도 전에 그쳐버리고 바람만 세차게 불어옵니다. 먼지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 걸레질을 몇 번씩 해도 흙먼지가 묻어나옵니다.

비가 오기 전에 텃밭의 잡초들을 뽑아주는 것이 좋을 듯하고, 오랜 가뭄에 잡초들까지 시들시들하니 지금 뽑아주면 잘 마를 것 같아서 오후 내내 텃밭에 매달려 지냈습니다. 땀이 흐르고 흙먼지가 날리며 얼굴이며 팔에 묻습니다. 그렇게 일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들어온 나를 보고 식구들이 모두 깜짝 놀라며 웃습니다.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헉, 저게 나란 말이야?'

얼굴은 안경을 낀 부분을 빼고는 흙투성이였습니다.

샤워를 하는데 흙물이 흐르다시피하고 머리는 두 번의 샴푸질을 하니 겨우 하얀 거품이 나옵니다. 그렇게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오후 내내 일을 했더니 온 몸이 뻐근합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하나 쓸까 하던 생각을 접었습니다.

ⓒ2005 김민수

오전에는 오전대로 바빴죠.

막내 놈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하고, 아이들 밥 먹여 학교에 보내고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막내가 입원을 했으니 꼭 일주일째 아내는 막내와 함께 병원에 있고, 나는 집에서 집안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집안일이 익숙하지 않아 쉽지 않더군요. '이젠, 고생 끝이다!' 생각하며 병원 가는 길에 송당을 지나 선흘로 가는 도중에 회오리 구름을 만났습니다.

물론 그 당시 '회오리구름'이라는 것을 안 것은 아니고, 그냥 구름 모양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몇 컷 담았습니다. 회오리 구름을 보면서 '구름도 곡선미가 넘치네!' 생각했습니다. 제주에서 곡선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오름이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잊었습니다.

거의 매일 사진을 찍으면 그 날 중에 확인을 하고, 컴퓨터에 저장하고 기사거리가 될 만한 사진들은 따로 모아 작업을 하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막내 퇴원해 집에 오자마자 해질 때까지 텃밭에서 놀았거든요.

ⓒ2005 김민수

그리고 다음 날, 그러니까 오늘(28일)이죠.
습관처럼 일간지를 집어 들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 이거 나도 찍은 사진인데?'

중앙일간지 H신문 1면에 '제주오름 닮은 회오리구름'이란 제목으로 아침 8시께 서부관광도로에서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 강경오씨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나와 한 시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찍은 사진이었고, 그 사진은 구름 형성이 뚜렷해서 한 눈에 회오리를 닮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좋은 사진이었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은 조금 회오리의 중앙 부분이 풀려 있는 상태였구요.

'아, 한발 늦었구나!'

그런데 사실 한 발만 늦은 것이 아니라 두 발 세 발 늦었습니다. 만약 일간신문에서 그 사진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컴퓨터 파일 속에 들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서로 찍은 곳은 다르지만 같은 구름을 보고 찍은 사진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특종, 속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한 발의 차이로 달라질 수 있겠구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오마이뉴스>에 가장 먼저 회오리구름의 존재를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좋은 사진이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빨리 기사화를 해야겠다는 것을 배웠고, 또 아무리 특종감을 만나도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면 특종을 쓸 수 없음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의 사진을 가지고 있어 고맙고, 조금 회오리구름이 풀리긴 했지만 그럼으로 오히려 제주의 오름을 더 닮은 듯하여 잊혀지지 않는 사진 중의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젠 회오리구름이든 먹구름이든 가뭄으로 인해 하늘만 바라보는 제주도에 비를 내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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