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지시민연대 자전거생활화 운영자 이재성씨(왼쪽)와 분당에서 수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윤한주씨.
아침 출근시간 길게 줄지어선 정체된 차량들 옆을 지나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가 지나간다. 양복을 입은 채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 이들은 페달을 밟으며 건강과 시간절약이라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린다. 복잡한 차도를 금방 지나면 탄천을 따라 자연의 상쾌함을 누리며 일터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바퀴에 속도가 붙는다.

이들에게 자전거타기는 레저가 아닌 생활이다. 매일아침 반복되는 출근길 교통전쟁의 대안이다. 차보다 자전거가 더 대접받는 날이 왔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수지사람들 자전거 출·퇴근족 늘어난다

“자전거타기는 생활화가 돼야 합니다. 운동 차원을 넘어 교통난과 환경보존, 에너지 절약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수지시민연대 사이트의 자전거생활화를 주장하는 이재성씨(46). 그는 2004년 5월부터 온라인상에서 “바로 알자”라는 아이디로 교통난 해결에 새로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자전거 생활화 바람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10년째 수지에 살면서 나날이 인구가 늘고 복잡해지는 환경을 생각하면 자전거 타기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언제부턴가 집을 나서면 일단 차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은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안에서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고, 운동도 되고 환경에도 기여하지 않습니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과다소비국에 1인당 석유사용 최고라는 불명예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 이재성씨가 자전거를 이용하기에 어려운 일반 차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13년된 낡은 자전거를 타고 수지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자전거 도로의 제반상황을 자료화했다. 정비되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불편한 곳, 시설이 미비한 곳, 개선해야 하는 사항 등을 일일이 사진을 찍고 상세한 설명과 약도까지 첨부해 관계기관에 제출함으로써 개선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 왔다.

그의 자전거 이용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전거이용실태와 법률, 도로규정 등에 이르고 있다. 수지출장소에서는 실제 그가 제시한 자전거도로 정비안을 바탕으로 보도턱 낮추기 공사를 했고 자전거보관소 설치 확대 등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특히 25년전 KBS 자전거타기 캠페인 참여로 시작한 그의 자전거 이력은 양복 입고 구두 신은 채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신봉동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리역에 주차한 다음 퇴근할 때 다시 자전거를 타고 귀가.

“저의 경우 자전거는 특별한 장비를 갖춘 레포츠로서가 아닌 간편하고 친숙한 하나의 교통수단이지요.” 그는 부인과 아들을 태우고 근처에 드라이빙하기를 즐긴다.

그의 노력에 발맞춰 점점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타기에 동참했고 사이트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자전거타기를 실천하고 있다.

건강·환경·에너지절약 함께

자전거를 출근길 대안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수단을 적절히 병행하는가 하면 일주일에 몇 번 작정하고 트래킹삼아 활용하는 사람들 등. 아침 출근시간이면 오리역 환승 주차장에는 50여대의 자전거가 주차한다.

윤한주씨(48)는 분당에서 수지를 지나 수원 중소기업센터까지 편도 13.5km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분당의 탄천의 변화를 시시각각 전하며 수지의 자전거도로 사정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다.

윤씨는 “자전거를 활용하면 교통상황에 제약받지 않아 시간이 절약되고 운동효과로 건강까지 얻게 되어 좋다”며 자랑한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오늘도 잔차 타?”에 자전거 일지를 기록하며 생활의 여유를 즐긴다. 수지시민연대의 자전거생활화 사이트에는 많은 자전거 출퇴근족들이 자신의 자전거출근기 사례와 경험, 정보를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정현석씨는 풍덕천동에서 양재천까지 26km를 주행하며 구간별로 찍은 사진과 주행도로 도면 사진 총 66장을 올리는 정성을 보인다. 그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더욱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어서 자전거타기를 참 잘 했다”며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 자전거가 차보다 더 대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용도로 정비 시설확충으로 실용화 필요

“수지는 분당보다 늦게 생겨난 도시임에도 신도시 개념이 부족해 자전거타기에는 열악한 환경입니다. 보행자 중심의 도로 행정과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지요.”

이재성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탄천의 발원지인 수지에서 천변도로가 연결이 안돼 인접도시인 성남의 탄천과 연결이 안된다는 것.

그가 지적하는 자전거타기의 어려운 도로상황은 행정적인 관심 부족으로 자전거 전용도로 활용이 안되고 도로 가장자리의 노면정비가 미비해 교통안전문제가 염려된다고 한다.

근거리 최적의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생활화하려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도로망확충과 편리한 자전거보관소, 기존의 자전거전용도로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조경계획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난, 주차난, 환경오염, 부족한 에너지문제 등에 대한 답은 어쩌면 단순한 생활의 작은 실천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직장인 라이더들이 전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며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이들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행복한 도시의 아침을 열어보는데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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