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모임 ‘갈내회’

몇 년간 소식이 없던 한 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 모임에 나가도 되죠?” “누가 나오지 말라고 했냐?…그래 와.”
그렇게 언제나 허물없이 형님과 아우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갈내회」다.

술 한 잔 걸치고 걸쭉하게 퍼 대는 욕지거리가 정겹고 어른과 아이들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냄새가 뒤섞인 갈내회에는 우리네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 맑은 가슴 회칙도 없이 15년

“갈래? 올래? 하하…”신갈에 정을 둔 사람들이 웃으면서 모였다. 바로 이 모임이 갈내회(회장 이인범)다. 이렇게 선·후배가 만난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이 모임에 오면 누구하나 붙잡지도 등 떠밀지도 않는다. 전부 한 가족이 된다.

이익을 대변하거나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냥 실컷 웃고 떠들며 ‘형님, 아우’하며 지내는 사이다. 나이차이도 꽤 난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형님, 형님’부르다 보면 족보가 이상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이 모임에선 어쨌든 형님이고 아우다.

매달 16일이면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렇게 삶의 향기 폴폴 피우며 끈끈하게 정을 이어가고 있다.

‘회비가 1만원5천인갉’다른 모임보다 회비도 싸다. 수년간 변하지 않고 있다. 안 내는 사람도 여럿 있다. 하지만 나무라는 사람 하나 없다. “알아서들 내니까.” 갈내회 이인범 회장을 비롯해 다들 인심이 후하다. 재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임은 회칙이 없다. 15년간 모임을 이어온 비결이라고 할까.

김준호(36)씨는 “우리는 회칙이 없지만 대단한 힘을 발휘해요. 그 힘은 바로 자부심입니다. 갈내회 통해서 지역선배님들과 어울리고 인생사는 데 도움 많이 받죠.”

회원들 모두 맑은 가슴으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참 특이한 일도 있었다. 지자체 선거 때, 절친한 회원이 동시에 선거에 나섰지만 이 모임에만 오면 누구도 선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것. 지지발언도, 비하발언도 없이 순수하게 갈내회 회원으로 만났다고.

“유세 나가면 한 표를 호소하지만 여기만 오면 약속한 듯이 말을 안 꺼내더라고요. (서로 경쟁 상대인데)신기하죠. 회칙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회장과 회원들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이것이 갈내회만의 매력이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 해가 지날수록 정은 무르익고

갈내회는 어른도 있고 애들도 있다.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나이 기준도 각자 다르다. “우리 모임 막내가 누구지?…”서로 물어보며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어느새 형님, 아우하며 식구가 많이 늘어서일까. 해가 지날수록 사람들과 두터운 정을 쌓는 사이, 잠시 잊었나 보다.

“꼬마 때는 쳐다보지 못했던 분들도 많아요. 이 모임 통해서 친하게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얼추 막내 벌 정도 되는 회원은 형님들 자랑에 끝이 없다. “신갈의 역사를 지켜본 형님들 때문에 고향에 대한 애정,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갈내회 모임은 지역 선후배가 어우러져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인간에 대한 애틋한 정도 함께 나눈다.

좋은 일이 생겨도 힘이 들고 지쳐도, 가장 먼저 달려가 와락 안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리 동네 사랑방 ‘갈내회’, 신갈이 좋고 사람을 사랑하면 편하게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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