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섶에서 만난 곤충들

▲ 솜방망이와 작은주홍부전나비
ⓒ2005 김민수
5월의 첫날, 어제 고사리비가 왔기에 오후에 아이들과 산책겸, 고사리도 꺾고 꽃사진도 찍을 겸 집을 나섰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풀섶의 또다른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는데 꽃에는 나비가 날아들고, 풀섶에서는 작은 생명들이 팔딱팔딱 뛰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립니다.

▲ 여치
ⓒ2005 김민수
주로 메뚜기류의 곤충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직은 작은 새끼,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 작은 생명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들의 미세한 움직임들을 잊고 살았습니다. 작은 것들, 그것들은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 미나리아제비와 메뚜기
ⓒ2005 김민수
풀이며 꽃이며 뛰어다니다 발길 닿는 대로 앉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것들이 앉아 있으면 그대로 하나의 풍경, 작은 수채화가 됩니다. 그렇게 자연은 하나가 보태지고 또 더해지면 아름다움도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 잠잘 준비를 하는 미나리아재비와 메뚜기
ⓒ2005 김민수
저녁이 되니 활짝 피었던 꽃들도 이젠 잠을 자야겠다며 활짝 열었던 꽃들을 다소곳이 접습니다. 밤이 되면 사람들만 자는 것이 아니라 꽃들도 잠을 잡니다. 그렇게 휴식, 그 뒤에 또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 솜방망이와 메뚜기
ⓒ2005 김민수
언제 피나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던 꽃들이 벌써 시들어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지난 밤 비바람에 상한 꽃잎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자신의 삶을 놓지 않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하늘을 향하는 마음을 보면서 우리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모습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는지 부끄러워집니다.

▲ 쌍살벌의 집-뒤의 원안에 쌍쌀벌의 더듬이가 보인다.
ⓒ2005 김민수
벌집, 그냥 빈집인가 했더니 쌍살벌이 집 뒤에서 경계를 하며 "내 집 건드리기만 해봐라!"합니다. 경계는 하되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자신도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 그들의 반란이 시작된다면 우리 사람들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 멍석딸기 이파리에 앉은 메뚜기
ⓒ2005 김민수
작고 가볍기에 어디로 뛰어도 그들을 품어주고 안아줍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마음껏 뛰어다녀도 이파리 하나 상하는 곳이 없는데 내 발자욱을 돌아보니 풀들이 짓이겨져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는 풀, 그들에게 미안합니다.

▲ 거미줄과 거미
ⓒ2005 김민수
거미들을 만났습니다. 거미줄 하나는 약합니다. 그런데 그 약한 것들이 하나 둘 모여 거미줄을 만들어 거미들이 다니고, 자기들보다 더 큰 곤충들을 옭아매기도 합니다. 연합이라는 것은 하나와 하나가 둘이 아니라 그 이상임을 보여줍니다.

▲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하다-먹이를 잡아 저장하기에 여념없다
ⓒ2005 김민수
아직은 풀섶을 다닐 때 성가시리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간혹 거미줄이 많아서 그들이 애써 지은 집들을 아무 생각없이 나뭇가지로 휘휘 부수며 숲길을 산책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한올 한올 정성껏 지은 집을 그렇게 부수면서도 그들에게 단 한번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 색상이 화려하다, 호랑거미의 봄형(?)
ⓒ2005 김민수
그러고 보니 이 모든 풍경들은 어린 시절 흔히 보던 풍경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은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갑니다.

자연, 그들에게 다가가면 우리의 본질도 자연이기에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던 세상의 시름을 한 짐 내려놓고 올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달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록이 제 빛을 더해가는 그 계절, 풀섶의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것도 행복한 일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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