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직접 나서십니다. 그냥 드리면 부담을 가질까 봐 값을 쳐 받으시겠다며 저울에 올립니다. 눈금이 1kg을 좀 지나쳐 고정됩니다. 며칠 새 두릅 채취로 적지 않은 용돈을 버셨다는 아버지는 수집상들이 사가는 가격을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돈 만원이나 내시면 되겠소." "고생해서 따신 건데, 그래도 되시겠어요?" "아, 그거면 제 값 다 받는 거니 걱정 마시오."
흥정이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옆에서 지켜 보는 저는 그저 재미있고 자꾸 웃음이 납니다. 험한 산 속을 헤집고 채취해 오신 아버지도, 싱싱한 무공해 산나물을 구입한 중년 부부 모두 만족한 거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 맛과 향이 독특한 엄두릅
ⓒ2005 성락
시골에 사는 재미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손만 뻗으면 제철 산나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집 주변은 잡목들을 깎아 주기 때문에 각종 산나물이 잘 자랍니다. '잔대'나 '삽추싹', '미나지싹' 등은 계곡 물에 씻은 후 곧바로 고추장을 찍어 먹을 수 있는 나물들입니다.
▲ 잔대싹이에요
ⓒ2005 성락
두릅과 흡사하게 생겼으면서 쌉쌀함과 함께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엄두릅(엄나무 순)'도 알맞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나물의 상징인 취나물.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불을 질러 일군 화전밭 주변으로 취나물이 질리도록 자랐었습니다. 산림이 울창해진 지금은 집 주변 야산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나물입니다.
중년 부부에게 준 탓으로 저녁상에는 실컷 맛볼 만큼의 두릅이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집 주변에 가꾸어 놓은 나무에서 아직 덜 자란 것들을 조금 따서 맛만 보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자연의 맛과 향입니다.
▲ 더덕이랍니다
ⓒ2005 성락
요즘 같은 기온으로 보아 곧 고사리와 고비, 다래순과 머위나물 등이 산과 계곡들을 살찌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른 봄부터 산나물을 찾아 골짝 골짝을 헤집던 아낙들의 들뜬 봄맞이 풍경은 이제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일손 부족으로 칠순을 훨씬 넘긴 할머니들도 품팔이에 나서다 보니 예전처럼 산나물을 뜯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 취나물에 취해 보시렵니까?
ⓒ2005 성락
▲ 보는 맛이 그만인 제비꽃
ⓒ2005 성락
▲ 무슨 꽃일까요?
ⓒ2005 성락
오는 듯하다 벌써 가버리는 것 같은 봄이 아쉽지만, 그나마 잠시라도 봄을 느끼며 산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의 바른 자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