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인터뷰]임권택 감독

▲ 임권택 감독 (1936년생·전남 장성 출신)

역사 계보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극소수의 몇 인물에게 국한된 얘기다.

한국 영화사 계보에서는 임권택(69·구성읍보정리) 감독의 영화가 여러 번 거론되고 있다.

새 영화 ‘천년학’의 크랭크인을 눈앞에 두고 준비 중이라는 그는,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이후 80여 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역사의 현장에서 약 50여년을 함께 해 온 산 증인이다.

더불어 종심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열정과 작품 활동에 있어‘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나는 영화를 함으로써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조금씩 거듭날 것이다.”
“내 영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를 묻는 다면 ‘지금 하고 있는 영화’다.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앞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난 것 중에서 굳이 하나를 대답할 때가 안됐다.”


이렇게 말하는 임권택 감독에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 ‘천년학’이 100번째 영화로써 갖는 의미를 물으려던 생각은 인터뷰 내내 다시 들지 않았다.

 


시민신문은 「창간6주년 기획특집」으로 용인과 관련된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권택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역신문이라는 잇점을 이용해 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 온 영화이야기에서 벗어나 임 감독의 일상적인 생활모습과 생각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 복잡하고 정신없는 서울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을 찾아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뜻으로 용인에 이사 오게 된 것인지.

“여유를 찾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내게 있어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얼마나 바쁜데~ 지난 주 내내 이번 작품 때문에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다 왔고 지금도 내내 서재에서 작품생각에 골몰하던 차였다.
하지만 공기가 맑고 깨끗한 곳을 찾아온 것은 사실이다.”


- 현재 살고 있는 용인에 대한 느낌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은 산과 마주보고 있고 조용해서 작품구상을 하기에 무척 만족스러운 환경이다. 가까운 곳에 살아 종종 얼굴을 마주하는 소설가 이청준 씨도 글을 쓰는데 제격인 곳이라고 뜻을 같이 한다. 아내 역시 공기가 좋고 조용한 이곳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 이 곳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다. 영화사와 너무 멀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 빼면 내겐 흠잡을 곳 없는 동네다.”

임 감독은 직업상 생활터전이 거의 서울이라 집에 돌아와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다. 필요한 기관들도 편의상 죽전 등 서울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을 이용해왔기에 아직 용인에 대해 마땅히 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택지개발 등으로 유입되는 인구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 여가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지금은 준비 중인 작품생각만 한다. 온 신경이 작품으로 연결돼 따로 여가시간이라 말할 때가 없다. 가끔 동네 산책을 하는 정도.”


- 임 감독의 영화는 전국의 자연이 무대가 되기도 하고 시대배경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세트장을 종종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용인에 오래 살지는 않으셨지만 지역민으로서 타지역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용인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하거나 세트장을 만들어 찍을 생각은 없는지?

“나는 내 영화와 이미지가 부합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 본다.
사실 용인에 그렇게 넓은 부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양수리에 있는 취화선의 세트장처럼 촬영이 끝난 후 남은 영화 세트장이 관광지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 영화의 경우 대규모 세트장을 지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인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시의 허가와 지원 등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면 당연히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나야 집이 가까워서 왔다갔다하기 편해 좋을 것 같다.(웃음)”


- 지역신문에 대한 생각과 시민신문 창간6주년에 축사를 한마디 해주신다면.

“영화 생각만 하느라 자세히 생각해보진 못했지만 요즘 종이신문업계가 인터넷 신문이나 무가지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들었다.
용인시민신문은 기왕에 했던 틀에서 벗어나 지역신문만의 특화된 장점을 찾아나가면 어떨까한다. 신문은 좋은 정보를 알리고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님이 용인에 문화적 인프라가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위한 분위기 조성 등이 바로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


최근 1∼2년에 한 작품을 완성하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 감독은 한 작품이 끝나면 막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처음 몇 가지 질문에 시종일관‘난 영화 생각만 하기도 바쁘다’는 대답으로 기자를 당황시켰던 임권택 감독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영화만을 생각해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진정한 영화인 자체였다.


◇작품

1962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데뷔
깃발없는 기수
만다라
씨받이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감독상)
아다다
장군의 아들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취화선 (칸 영화제 감독상)
하류인생 등 총 99편.
현재‘천년학’ 준비 중

◇대표 수상경력

제14회 청룡영화제 대상
제17회 청룡영화제 감독상
1987년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감독상,작품상
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
2005년 베를린 영화제 명예황금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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