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채소(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안모(남사면 진목리)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경작하고 있는 농토에 대해 토양을 분석한 시비(施肥)처방서를 발급 받았다.

산도와 유기물 석회질 요구량 등 8가지 성분을 분석, 그래프를 그려 놓은 처방서에는 “PH산도는 정상이며 유기물 함량은 적정치보다 높아 고간류나 퇴비를 약간 줄여 시비하기 바라며…"라는 분석자의 의견사항도 첨부돼 있었다. 안씨는 이 같은 분석표와 단비 시비 추천량, 복합비료시비 추천량, 분석자 의견 등을 참고로 비료를 선택, 적정량을 투여할 수 있었다.

남사농협(조합장 류근갑)이 운영하고 있는 토양검증센터에서는 이같은 처방서를 한 달에 10건이 넘게 발급하고 있다. 자기 농토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또 얼만큼의 비료를 줘야 하는지를 처방전을 통해 판단할 수 있어 농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흙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60여명이 이 곳을 이용했다. 시비진단사로 불리우는 박상민과장과 진용호계장이 농민들이 의뢰한 흙 시료를 건조기에서 말린 후 토양분석처방기를 이용하여 검증, 처방서를 뽑는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존의 토양분석방법과 비교할 때 조속한 분석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 최소 한 달 가량 걸리는 일을 여기서는 최신기종 덕분에 보통 2,3일이면 해낼 수 있다. 또, 처방 이후에 대한 관리도 병행, 토질이 정상 회복될 때까지 도움을 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부분 농민이 채취해온 시료를 검증하지만 의뢰가 있는 경우에는 현장에 직접 나가 분석 처방을 내려주기도 한다. 마치 의사가 왕진 나가듯이 휴대용 토양검증기를 가지고 현장을 방문, 즉석에서 토양을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휴대용 장비는 아주 정밀하지는 못해도 대략의 문제를 집어낼 수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토양검증에 대해 진용호 계장은 “비료의 낭비를 줄여 흙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며 “비료량은 줄이고 생산량은 늘이는 과학영농"이라고 소개했다.

분석처방 방법도 매우 쉬운 편이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일주일만 교육받으면 기기 사용이나 처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밀 분석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처방은 어느 정도 지식 없이는 어렵다는 점이다. 또 시료채취를 잘 못했을 경우 결과가 사실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박상민 과장은 “특히 이 지역(남사) 농업인들의 농업지식 수준이 높기 때문에 토양분석만으로도 사실상 해결방안을 스스로 찾는 사례가 많다"면서 “지금까지의 검증결과로 볼 때 수도작의 대부분이 성분함량 미달이었고 시설채소는 비료과잉인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토양검증센터는 처방 1년이 경과한 토양을 재검증, 토질이 원상태로 복원될 때까지 관리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또 관내농협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개설돼 원하는 농민은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토양검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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