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하는 ‘나눔 전도사’ 서양덕씨

▲ 일주일에 두번씩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양덕씨. 서씨는 점심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서둘러 움직인다.
오전 11시50분 쯤.

“할머니!…잘 계셨어요. 식사 아직 안하셨지.”
“어…양덕이 왔냐.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추운데 커피라도 마시고 가.”
도시락을 놓자마자 나와야 하는 서양덕(45·마평동)씨 마음이 무겁다. 사람이 반가워 말벗이라도 되 주길 바라는 그들 마음을 서씨는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다른 노인네들이 집 앞 까지 나와 기다리는 생각하면 1분, 1초라도 서둘러야 하는 게 서씨 처지다.

“노인네들이 배고픈 것 못 참아요. 얼렁얼렁 배달해야지.”
아파트, 빌라가 즐비하게 들어선 주택단지 틈에 난 비좁은 길모퉁이를 돌면 작은 문이 열려 있다. 인기척에 노부부가 서씨를 환하게 반긴다.
“맛있게 드셔요. 어디 나가시지 말고 뜨거울 때 먹어요.”

배달이 끝난 후, 길게 한 숨 섞인 소리를 뱉는다. “저도 배달하면서 알게 됐는데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때서야 알았어요.”

1년 전, 교회를 통해 뛰어들게 된 ‘도시락 배달’. 차도 있고 알로에마임서 세일즈를 하는 서씨가 할 수 있는 작은 봉사였다.
그는 용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받은 도시락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면 된다는 생각에 선뜻 시작했다.
역북동, 김량장동 일대 15가구를 돌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역한 냄새로 구토가 날 때도 있었다.
“업무시간하고 겹치고 몸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안할 까 생각도 했죠.”
하지만 서씨는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도시락만 기다리는 노인들 얼굴이 계속 떠오르는 거예요. 가구 수를 좀 줄이고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지금은 어렵지 않다. “봉사…음, 그런 말보다 그냥 제 생활이에요.”
그가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반 정도씩만 시간을 내면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줄 수 있다. 그래서 덜 힘들고 신이 난다. 작은 것이라도 기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어려울 때 생각하면 이런 일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봉사 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요.”
그는 배달을 할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바라보게 됐다.

▲ 큰딸 하나(뒷줄 왼쪽) 졸업식이 끝난 후 서씨(뒷줄 오른쪽) 남편 박남춘(왼쪽)씨와 둘째딸 안나(18)가 함께 자리했다.
서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편 박남춘(49)씨 생활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남편은 돈버는 일에 대해 말 잘 안 해요. 봉사하는 걸로 다 하죠. 감사패도 감당이 안 되고…”그런 남편 덕(?)에 잔소리도 했지만 지금은 이런 말을 꺼내며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서씨다.

전 용인예총 연극협회 지부장, 용인장애인협회 문화예술분과위원장, 전국장애인협회 전속 사회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2000년도에 용인시민의 날 봉사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박씨.
“그 사람은 삶 자체가 봉사인 사람이니까. 저는 비교도 안돼요.”

작지만 값진 봉사활동을 펼치는 서씨는 ‘나눔 전도사’가 되어 용인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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