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올라간 물가는 여간해서 내려오지 않는다. 마치 수소 가스를 주입시킨 풍선이 터질 때까지 내려오지 않는 것처럼 용인의 높은 물가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인구가 불과 몇 만일 때도 그랬고 40만을 바라보는 지금도 물가는 여전히 높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서진수(강남대 경제학부)교수는 지역적 특성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상주인구가 적었던 예전에는 소매점 위주의 상권이 형성되면서 일정 정도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 대도시보다 소비자 물가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같은 소매점 위주의 가격 형성 흐름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최근에 들어서기 시작한 중·대형 상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서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충분히 소비자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대형 유통점들도 인근 소매점들과 가격을 비교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게 됩니다. 결국 가격 평균이 높아지고 다른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는 거지요."

결국 같은 체인점이라도 용인에만 들어서게 되면 이 지역 물가수준에 맞춰 동반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틀이 잡히게 된 가격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김량장동에서 지난 6월 패션매장을 낸 최모(34·여)씨는 “판매자의 입장이지만 타지역보다 용인이 물가가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동대문에서 도매로 물건을 가지고 와서 25%의 마진을 붙여 판매하면 인근 가게들보다 아주 싸게 판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어떤 경우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마진을 붙여 팔 것을 귀띔해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옷과 신발 등 패션품의 경우 인근 매장을 둘러보면 품목별로 다르긴 하지만 도매가에서 보통 30%이상, 많게는 50%까지 마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요즘은 각 매장에서 가격 라벨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한 번 가격을 책정하게 되면 에누리가 전혀 안되는 고정가격으로 굳혀지고 있는 추세다. 최씨의 경우, 개업 이후 3개월간은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자가격을 책정해 왔지만 주변가격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판매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가격에 있어서는 그동안 존속해 왔던 행정가격제가 지난해말 폐지되면서 협회 차원에서 타지역과 비교해 가격을 스스로 결정, 시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바뀌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협회원들끼리 담합만 되면 일정 이상의 가격 인상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 같은 체제가 관내 서비스물가 요금 인상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역물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시 지역경제과에서는 “터무니 없이 가격을 올려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한 행정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용인시 물가 안정에 관한 보고 자료 제출 명령 및 검사 권한 시행규칙’이 지난해 5월에 제정돼 부당한 가격 인상을 한 업주를 적발, 고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건도 고발 접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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