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를 이어온 젊은 장의사 왕인석씨

#해마다 400여 시신 단장…‘사회 편견 따가워’

신갈 장의사 묘지이장 화장전문업체 대표 왕인석(40·구갈리)씨 직업은 평범하지 않다.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특별’하다.

“있는 그대로…살아가는 것 아니겠어요. 장의사도 직업 아닙니까?”

2대 째 신갈에서 장의사를 하고 있는 왕 사장은 30대 초반부터 장의사를 시작했다. 아버지 일을 이어 받은 것.

“김영삼 정권 들어서면서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일 못하는 바람에 뛰어들었죠.”

그 때만 해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시작했고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처음 염 할 때 당연히 무섭고 징그러웠죠. 소주를 들이키고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다 하죠.” 펼쳐 보인 두 손에 편안함이 배어 있다.

처음에 왕 사장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했다면 지금은 망자와 유가족과 한 ‘약속’ 때문에 일한다.

사후를 일찌감치 부탁하거나 그에게 특별히 맡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일은 왕 사장에게 일상이 돼 버렸고 자신의 소중한 삶이다.

왕 사장은 1년에 대략 400여 명의 시신을 단장한다.

염외에도 이장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 떠 난지 몇 십 년 된 시신 거두는 일도 숱하다.

“어떤 사람이 죽든 마지막 가는 길은 다 똑같지만 친구 시신 염할 때는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베테랑 장의사인 그도 “방치된 시신을 거두거나 가스 폭발로 재만 남은 시신 수습할 때는 어렵다”고 말한다.

또 인생의 종착역인 장례식장에도 우리의 삶이 그대로 담긴다고 한다.

“슬플 때도 있지만 약 오를 때도 있죠. 눈물에 가식이 있을 때, 음…눈치 보면서 곡하는 거죠.”

가난한 집은 장례 치를 비용에 한 숨 짓고 돈 있는 집은 유산 때문에 한 숨 짓고… 이게 살아있는 자의 모습이라고 왕 사장은 얘기한다.

“죽은 자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산 자가 주인공이 되는 셈이죠.”

죽은 자와 마지막 길을 함께 하는 그가 바라보는 세태다.

“분수에 넘치는 허례허식은 삼가해야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죠.”

#이젠 노총각 딱지 떼고 에세이집 출간 꿈

“그래도 창피하거나 어렵지 않지만 대접도 못 받는 직업이라 씁쓸해요.”

그가 장의사를 10년 넘게 하면서 넘지 못한 산은 사회적 편견.

“태어날 때 의사 도움 받듯이 권력이 있든 부자든 죽으면 다 장의사 손 거쳐야 되는 거 아닌가요?” 못내 섭섭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직 노총각 딱지도 못 떼었는데요. 뭘…” 대화를 나누다 직업 얘기만 나오면 상대방이 고개를 돌린다고.

“아직도 혐오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허허.”

웃음으로 아픔을 삭이던 그는 공개 구혼까지 당당하게 했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왕 사장은 가정을 꾸미는 일 외에도 일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에세이집을 낼 계획이다.

“5년 전부터 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책 제목은 「한 번 가는 세상」.”

오히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두렵다는 왕 사장. 그는 날마다 죽음을 접하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삶의 소중함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쩌면 죽음이 아닌 삶을 다루는 이 시대 행복한 장의사는 왕인석씨가 아닐까. (문의 283-1414)

숫자로 본 한국의 장례

⊙한국의 총 사망자수
24만 5817명(통계청 2003년)
⊙1인당 평균 장례비용
·매장 1652만원
·납골당 1198만원
(한국소비자보호원 2004년)
⊙국내 장례식장
·632개소 (한국장례업협회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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