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즈음부터 토요일 아침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주제와 상관없이 재잘재잘하던 것이 어느 순간 제법 긴 시간 두런두런할 수 있을 만큼 숙련이 됐다. 부모가 자주 쓰는 표현은 어김없이 꺼냈으며, 하물며 농담 분위기마저 아빠와 매우 흡사했다. 아내는 딸에게 40대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며 걱정한다. 아이가 자라는 것은 눈에 보인다고 한다. 그만큼 쑥쑥 자란다는 뜻이 아니겠나. 연재를 생각한 것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의 심정을 말하고 싶어서다. 아이 모습에서 느끼는 공감대를 통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물정에 익숙한 성인이라 해도 행동 기준을 어디다 둬야 할지 ‘시공간’에 따라 변하니 말이다. 하물며 이제야 세상 흐름에 관심을 가질 일곱 살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런 자녀에게 “언제 철들래”란 말로 얼른 세상 흐름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곤 한다. 딸이 언제부터인가 토끼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따라 하는 것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면 그저 “귀엽다” 정도로 대구하지만 심하지 싶으면 꼭 한마
경상도가 고향인 필자는 몇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말 그대로 태생적인 것들이다. 쌀은 살로, 음악은 엄악, 늪은 넢 등으로 발음한다. 한계를 인지한 것도 고향을 떠나 경기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다. 동향 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언어표현이 다른 타지에서는 제법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회사에서 10분 넘도록 말하면 동료들은 대화 주제와 상관없이 7~8할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항변해왔다. 그나마 이해 가능한 것도 “음~~ 그게~~” 등등이란다. 어느 날은 이런 적도 있다. 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세계 최강 독일에게 무려 2대 0으로 승리하며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이번 월드컵에 맞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축구와 관련한 것을 수집해오라고 한 모양이다. 무엇을 보낼까 하다 이참에 축구공 하나 장만했다. 지 머리보다 더 큰 축구공에 살짝 부딪히며 헤딩이라며 깔깔 웃는다. 그날 이후 우리는 월드컵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나름 붉은 악마가 된 셈이다.드디어 18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늦은 밤이 아닌지라 딸과 응원을 펼칠 수 있었다. 애국가
아이를 키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들은 말이 있다. ‘미운 일곱 살’이다. 그렇게 예쁜 행동만 골라 하던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에누리 없이 말썽꾼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발 더 나가 ‘버리고 싶은 일곱 살’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물론 그런 마음은 아니겠지만 속상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딸이 어린이집 나이 기준으로 7살이 됐다. 그리고 4달여가 지났다. 뭐 생물학적으로는 아직 6살이니 미운 7살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예상은 봄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깨졌다.집에서는 전혀 사용하지도 않는
딸과 한 대형마트에 있는 실내놀이터에 가기로 했다. 가는 내내 신난 아이를 보니 뭔가 뿌듯한 생각이 든다. 조잘조잘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말한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거짓말을 조금 보태 딸의 발걸음이 공중으로 붕 뜬다. 곧 날아갈 듯하다.입장을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는 사이 딸의 ‘완전’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애초 가고자 했던 놀이터 대신 친구와 함께 놀겠단다. 지불한 입장료를 되돌려 받고, 딸과 그 친구 뒤를 따랐다. 인근에 있는 블록방에 가겠단다. 그때부터 딸 인지범위에 더 이상 아빠
수년전 한 가수가 불렀던 노래 제목이다. 사람의 환심을 사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이 있었을 게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몇 번의 만남이 있어도 또 시간이 지나면 대면해지는 것이 사실이다.무남독녀 딸아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집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엄마 아빠를 마치 친구인 냥 대하며 놀지만 때론 홀로 뭔가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어쩜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딸아이는 공원을 가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에게 딸아이를 보육은 말다툼의 씨앗이기도 하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시간은 없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하고. 하지만 정작 체력의 한계로 짜증을 내기 일쑤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저녁은 딸아이와 둘이 거의 보낸다. 퇴근이 늦은 아내를 기다리다 결국 혼자말로 짜증을 낸다. 아이는 놀아달라는 재잘거림은 귀가 멍할 정도다. 저녁 식사 준비에 정신없는 아빠의 참을성을 최대한 자극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내와 결국 말다툼이 벌어졌다. 아이가 밥을 먹고 있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대략 네 살 때부터 인 듯하다. 자기 물건 버리는 것에 끔찍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혹시 애정 결핍에 따른 이상행동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또래를 둔 지인에게 물어 보니 대부분 비슷한 행동을 보이거나 보였단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의 행동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크게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울음을 터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이다.맞벌이 시작 이후 아이는 늘 전쟁 같은 아침을 보내고 있다. 7시가 조금 넘으면 일어나 30여분 만에 씻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맞벌이 부부가 된지 3년차다. 이제 6살이 된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육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생후 3년 내리 엄마 품에서만 생활하던 아이와 둘만의 시간 보내기 작전도 그렇게 시작됐다. 맞벌이 부부로 육아를 한다는 것, 특히 성별이 다른 아빠와 딸 사이에 일어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글에 담아본다.2년이 넘도록 딸아이 나린이는 8시가 채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등원해 7시가 훌쩍 넘어서야 귀가한다. 친구 중 가장 빨리 등원해 가장 늦게 귀가하는 셈이다. 다행스럽게 친구도 생겨 아직은 등원 거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