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친구들과 불렀던 재밌는 노래가 떠오른다. “뽕나무가 뽕 하고 방귀를 뀌니 / 대나무가 댓끼 놈 야단을 치네 / 참나무가 점잖게 하는 말 참 아 라”아이들이 ‘방귀’라는 단어만 나와도 까르르 웃는 데 방귀소리를 표현할 때 쓰는 의성어 ‘뽀옹! 뽕!’이 나무 이름에 붙었으니 아이들에겐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빵하고 터지는 뽕나무다. 실제로 뽕나무 열매를 먹으면 소화가 잘돼 방귀가 뽕뽕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달콤한 뽕나무 열매를 먹고 나서 뀌는 방귀는 달콤한 향이 날까 궁금해진다. 뽕나무
은행나무는 3억년 전 지구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은행나무는 올 봄에도 어김없이 부채꼴의 잎을 키우며 하루가 다르게 짙푸르러져 갔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과 때 이른 더위 속에서도 보는 이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해 주는 은행나무이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멸종 위기를 겪었을 것인데도 많은 일들을 다 견뎌내고 우리 곁에서 우뚝하게 서 있다. 하나의 생명체 가 이처럼 위기를 겪게 되면 자신의 본성 중 하나씩을 덜어낸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그 본성 가운데 하나인 스스로 번성하는 특징을 버리고 사람이 직접 심어
뒷산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제나 푸르러질까?’ 했는데 숲은 어느새 울창해졌다. 소나무의 송홧가루가 봄꽃의 끝물을 알린다. 개구리들의 짝 찾는 소리로 숲은 밤도 바쁘다.예전에는 숲과 밭이 어우러진 뒷산에 자주 오르내렸다. 여름엔 매주 바닷가에서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했다. 그런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 필자는 지금도 자연과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산과 들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반반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산, 들, 강, 바다보다 식물원이나 동물원, 수족관
“단풍나무에 꽃이 폈네요” “네?” “단풍나무가 꽃이 있어요?”사람들과 이맘때 쯤 단풍나무 앞을 지나며 나누는 대화입니다. 식물이라면 당연히 씨앗을 퍼뜨리기 위한 생식기관이 있을 테고 그 대표적인 기관이 꽃입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꽃이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 대표적인 나무가 단풍나무입니다. 왜 그럴까요?단풍나무는 평소엔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가을에 너무나 유명한 대표나무가 됩니다. 가을이 돼 잎이 초록이 아닌 색으로 물드는 현상을 ‘단풍 든다’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나무 이름까지 단풍나무라 부르지 않습니까?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나
겨울을 이겨낸 홍매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세상 구경 준비 중이다. 낙락장송 소나무는 궁궐의 운치를 더한다. 후원의 취한정 주련에 걸린 글귀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정자 주변에 소나무가 많아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고 한다. 나도 옛사람이 돼 그 정취에 빠져 본다.일정화영춘류월(一庭花影春留月)만원송성야성도(滿院松聲夜聽濤) 온 뜨락의 꽃그림자 봄은 달을 붙잡고집안 가득 솔바람 소리 밤에 파도소리 듣는 듯.궁궐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의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것이 소나무이다. 우리 선조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