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전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옛날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 도로가 뚫리기 전에 이곳은 어땠을까? 저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에 저 땅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만약 지금처럼 도시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 냇가 물이 깨끗한 물로 흐르고 있었을 때, 산업 발달로 인한 오염원들이 자연의 산과 들에 뿌려지지 않았을 때 그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궁극적인 궁금함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얼마나 있었을까’이다. 요즘 멸종위기 식물, 희귀식물이라 일컫는 식물들이 흔하게 들판에 살고 있었을까? 궁금한 것이다.지금은 식물원이나 국립공원
2월은 겨울과 봄이 함께 있다. 겨울이 온 힘을 모아 마지막 위용을 떨치려 하나, 자연의 질서를 어쩌지는 못한다는 듯이 봄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지난 2주간의 날씨가 그러했다.입춘이 무색할 만큼의 추위가 있더니 입춘이다 싶을 만큼의 따뜻함이 그리고 며칠째 추위가 이어진다. 두껍게 얼었던 얼음 표면이 이제는 녹아 물기가 가득하고, 버들강아지는 아린을 벗어 뽀송뽀송한 속살을 드러낸다. 봄이 오고 있다.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달은 친구들과 겨울나무에 대해 수업을 했다. 우리는 겨울나무의 모든 것을 파헤쳐
지난 1년간 얘기 해왔던 커피란 주제가 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전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한 필자들에게 응원을 보내주셨던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때로는 질타와 함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는 분들도 계셨지만, 돌이켜 보면 필자들에게 관심 갖고 봐주었던 거라 생각하니, 그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필자들이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용인시민신문 독자들에게 ‘커피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커피는 개인마다 생각과 관점의 차이로 인해 다른 답을 내
사람이 사는 사회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생긴다.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큰 사고가 나거나 말 한마디로 결과를 뒤집기도 하고 오해로 관계가 어그러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자연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너무도 미미하다. 그래서 언제 생기고 사라져도 전혀 자연에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작은 문제로 사람이 사는 사회는 크게 불안정해지고 파괴되기도 한다.왜 자연은 문제없이 항상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걸까? 아름답지 않은 자연은 없는 걸까? 우리나라와 같이 땅이 작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산불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지만 땅이 넓은
2015년부터 기상 관측 이후 지구가 가장 더웠다는 해가 해마다 기록 갱신을 하며 바뀌고 있다. 즉 2015년 이후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만 있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이다. 지구를 온실처럼 뒤덮은 탄소를 당장 저감하지 않으면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이제 전 지구인 앞에 닥친 실체적 위협이 됐다.정부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의 해를 2050년으로 잡았지만, 달궈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십년 남짓이라고 한다. 몹시 공포스럽고 우
“혹시 케냐 AA 커피가 있나요? 다른 곳에서 마셨을 때 그 커피가 입맛에 맞던데요.”간혹 손님들 중에 본인의 취향을 말하며 원하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취향에 맞춰서 마시는 것은 좋지만 커피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럴 경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당혹해 할 때도 있을 것이다.필자들도 예전에는 쉽게 답해줄 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가장 어려운 상황 중 한 가지가 되어버렸다. 왜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일까? 그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커피농업과 산업의 발전이다.예전에는 커피를
필자는 고등학생, 중학생 아들 둘이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키가 부쩍 크더니 이제는 엄마 키를 따라 잡은 지 한참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을 자주 못 만나다 보니 어쩌다 마주치는 아이들 모습에 다들 깜짝 놀라곤 한다.다행히 키가 큰 아빠의 유전자를 닮아 쑥쑥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키 작고 통통한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한집에 사는 몇 안 되는 필자의 가족도 키 크고 날씬한 사람, 키 작고 통통한 사람 등 여러 체형이 섞여 있다.코로나19를 핑계로 장거리 나들이를 주저했더랬다. 이러다 친정엄마 얼굴도 잊겠다 싶어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는 처인구의 시골 작은 학교로, 학부모로서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아이들이 농사체험을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학부모들과 담당 선생님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는데, 가을걷이를 마치고 마지막 정리를 하기 위해 모인 날이었다. 그 자리에서 새로운 모임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필자가 하는 일이 생태강사, 생태활동가이다 보니 처음엔 자기 아이들을 맡길 테니 교육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제안을 했다. 우리 아이들도 함께할 테니 부모와 아이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얼마 전 용인시민방송(YSB)을 통해 방영된 필자들의 인터뷰와 드립 영상을 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당시 질문 중에 “전문가들의 드립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데도 커피 결과물이 안 좋은데 왜 그런 거죠?”라는 질문이 있었다. 필자들이 커피를 해오며 받았던 질문 중 비중이 가장 많은 질문이다.누구나 커피를 좋아하고 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한번쯤 유명 바리스타의 강좌를 듣거나, 영상을 보며 똑같이 따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해도 항상 향미가 좋지 않고, 추출된 결과물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중순이다.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1월 숲은 겨울이 한창이다. 춥고 또 춥다. 하지만 숲 체험은 겨울이 더 재미있다. 풀과 나무가 우거지고 동물들이 움직이는 계절의 숲은 조심해야 한다. 지금은 그때 들어가 볼 수 없었던 숲의 다른 부분들을 찾아 볼 수 있다.그래서 1월의 숲은 흔적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물의 흔적을 찾고, 식물의 스트레스 흔적도 찾고, 사람이 숲에 남긴 흔적을 찾아 스티커를 붙였다. 우리가 숲에 한 좋은 일들도 하나하나 행동에 옮기며 스티커를 붙였다. 나뭇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우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우주 공간에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다. 우주 공간에서 우주인들의 생체 신호가 무선 전파에 의해서 지구에 전송되었고, 이를 의료진이 분석해서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긴급한 의료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간단한 치료 능력도 필요했다. 나사의 시도는 거리를 초월해 원격의료의 한 형태였다. 그렇다면 ‘지상에서도 원격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구
1492년 10월 12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끄는 배들이 바하마 제도의 한 섬에 도착했다. 2개월 동안 잘 모르던 대서양 바다를 건너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콜럼버스의 항해가 성공하자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대서양을 건너는 유럽인들이 늘어났다. 유럽인에게는 낯선 땅이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오랜 시간 자리 잡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콜럼버스는 자기가 도착한 곳이 인도라고 믿었기에 그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다. 넓고 광활한 북미 대륙에 흩어져 살던 인디언은 부족 중심으로 생활했다.북미 지역은 농경이 가능한 지역과 철의 주산지가 상당히 떨
몸이 찬 사람들에게 겨울은 정말 참기 힘든 계절이다. 옷을 여러 겹 입어도 체온은 내가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따뜻한 음식을 즐기며 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속이 편할 때가 겨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에게 겨울 야외활동은 다짐하고 계획해야 즐길 수 있는 일탈 중 하나다.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고충 중 하나가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걷는 것인데, 어른이 보기에 열심히 뛰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아이들과 실내 놀이터에 가기도 어려운 요즈음, 겨울방학 동안 무엇을 하고 놀지 벌써 걱정이다.
매일 뉴스를 통해 여러 정보를 얻는 분이라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 대한 내용을 봤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 관련 기사들도 여럿 보았을 것이다. 코로나19와 커피,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 2050년경에는 사라질 커피 품종 등의 뉴스를 봤다면 커피 또한 안정되고 안전하게 우리의 하루를 책임지는 음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어느 순간부터 커피는 현대인들에게 음료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다. 그런 커피가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희귀해지고, 가볍게 즐기는 음료가 아닌
요즘 10~20대 중에서도 디스크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다. 김OO씨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김씨는 16세 때 격하게 운동을 하다가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받았다. 비록 디스크가 터지긴 했지만 척추도 건강했고, 근육과 인대도 튼튼해 병원에서도 수술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그런데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디스크가 재발해 병원에 갔더니 재수술을 권해, 또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본원을 찾았다고 한다.김씨처럼 어린 나이에 허리가 아픈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평균수명을 80세로만 잡아도 김씨는 약 60여년 동안 부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겨울이 시작되면 올해는 좀 덜 추웠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평년 기온을 웃돈다는 일기예보에 영상의 날씨가 며칠 동안 지속 되면 겨울치곤 너무 따뜻한 거 아니냐며 내년 농사가 걱정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니 말이다.몇 주 전엔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니 농사가 풍년이 아니라 벌레들이 풍년이 될까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 추워진 날씨에 또 투덜거리니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걱정을 사서 하는 중이다.그러나 이 간사한 마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동장군이 찬바람을 몰고 왔다. 소설 ‘마지막 잎
1876년 3월 10일 그레헴 벨은 연구 중 황산을 옷에 쏟았다. 놀란 나머지 조수였던 왓슨을 찾았다. “왓슨, 이리 좀 와, 자네가 필요해!”라는 벨의 목소리는 전화선을 타고 다른 곳에 있던 왓슨에게 전달되었다. 곧 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왓슨은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축하했다. 최초로 전화 통화가 성공한 것이었다. 전화기 개발이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통신장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최초의 전화 통화가 의학적 목적이었지만 사람들은 주목하지 못했고,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을 호출하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간간이 전화
얼마 전 수지에 사는 친구 둘과 함께 동막천부터 탄천까지 걷게 되었다. 쌀쌀한 날씨 중에 다행히 살짝 날이 풀린 아침이어서 걷기에 좋았다. 같은 용인이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시골 풍경과 잘 정비된 도시의 하천 공원 산책길은 용인을 남동쪽 끝과 북서쪽 끝으로 가로지르는 대각선 길이만큼 달랐다.시골 하천은 그냥 자연스럽다는 콘셉트 아래 아예 손을 안대거나 뭔가를 했어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가까이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도시의 하천주변엔 진입로도 잘 되어 있고, 흐르는 물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있다. 또한 군데군데
1년의 마지막 달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숲에서는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숲 속 올림픽을 열었다. 먼저 대장이 선수 선서문을 낭독했다.하나, 무조건 열심히 한다.하나,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하나, 정정당당하게 놀이에 임한다.하나, 이긴 팀에 큰 박수를 보낸다.하나, 진 팀을 놀리지 않는다.올림픽 종목은 칡줄다리기, 칡줄넘기, 낙엽 높이뛰기, 낙엽공 피구, 꼬리잡기 등이다. 첫 번째 종목 칡줄다리기와 칡줄넘기를 하려면 칡줄기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직접 숲에서 얻으면 된다. 칡의 생김새를 설명하고 칡 줄기를 찾아 나섰다. 너무 굵고 가는
‘봉침요법’이란 자연 상태의 벌이 가지고 있는 봉독을 추출해 정제, 희석 후 경혈에 주입해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침술의 일종입니다.봉침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와 바빌로니아 의서에 이미 봉독이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최초의 침구학 문헌이라 할 수 있는 에 이미 봉독을 이용한 임상례가 있습니다.벌 독은 약 40가지 성분으로 구성됩니다. 그 중 봉침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melittin), 아파민(apamine) 등의 물질이 부신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