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읍내에 유일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는 한 반 학생 수가 40여 명에 육박한 기억이다. 두 반에 80여 명 정도였다. 전출입이 거의 없다 보니 사실상 6년을 오롯이 함께 다녔다. 여기에 중학교 3년까지 동행하니 9년 동창은 기본이다.그래서일까. 졸업 후 40년이 지나 만나도 동창 대부분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도 명확하게 기억한다. 그 기억이 워낙 또렷해 외모에서는 세월 흐름이 느껴지지 못할 정도다.학교별 학부모 총회가 한창이다. 취재도 할 겸 겸사겸사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개교 당시만 해도 1000여 명에 육박했던
용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용인중앙시장에는 60년된 원조 맛집, ‘용인 떡집’이 있다. ‘원조’라는 말을 붙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공간에서 만난 깨절구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볼 때면 가슴이 뛴다. 용인중앙시장 7년차 이용객의 시선으로 본 몇몇 상인들이 그랬다. 그중 하나인 용인떡집은 시장 내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맛 좋고 인심까지 좋아 명절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우리 농산물로 만든 떡은 명절용뿐 아니라 평소 식사 대용으로도 그만이다 단골은 고객
예부터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표현이 있다. 한 치가 3cm 조금 넘는다고 하니 세 치라면 10cm가량 된다. 수치로 세밀하게 따질 필요 없이 그리 길지 않는 것을 말한다.대한민국 국민 중 남성 평균 키가 170cm 중반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신체에서도 아주 일부에 해당한다. 그런 혀지만 잘 못 놀렸다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는 혀를 잘 놀려야 한다는, 즉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일게다.용인시의회가 시끌시끌하다. 이래저래 세 치 혀 때문이다. 최근 용인시의회에서 펼쳐진 두 개 장
부드럽고 바삭한 수제 강정. 달콤하고 소소한 맛이 일품이다. 용인시에서 청년가게로 인정받는 용인 대표 강정집 용인강정. 엄마와 아들이 시장 손님과 온라인 손님에게 내는 바르고 맛있는 특별한 전통과자 이야기.용인중앙시장 중심 노란색 간판 아래 환한 웃음으로 오란다와 수제 강정을 판매하고 있는 황순경(58세) 씨를 만났다. 손님들 사이로 다양한 전통 수제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가게 안에 건장한 청년이 열심히 오란다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제 아들이에요. 같이 만들고 판매를 하지요.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그녀가 아들 이구현(3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그의 시는 문학적 감수성을 전방위로 건드린다. 지금 글쟁이로 밥술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일지 모른다. 감수성을 증폭시킨 시인의 표현력은 필자의 이른 봄 풍경과 맞닿아 있다.10대를 오롯이 보낸 고향은 매년 3월쯤 딸기가 본격적으로 수확되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을 보내던 1990년대 들어 비닐하우스가 급격히 증가했다. 내부에는 으레 고수익을 담보하는 품종이 키워졌다. 그중 으뜸은 딸기였으며 그 맛을 자랑하곤 했다.한겨울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일을 해본 사
우리 사회 중산층이나 부자 기준은 나름 있지만 서민을 규정하는 잣대는 듣질 못한 듯하다.그냥 중산층이나 부자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서민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을 관념적으로 서민이라고 단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사전에 나온 서민이란 단어 뜻은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이란다. 그야말로 필자를 포함한 주변 모든 이를 아우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규정한 용어 중 가장 와 닿는다.지난해 본격화된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로 인한 피
전국을 다니며 국악 공연을 하는 향음예술원 김창기 감독. 오랜 시간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애장품 장구와 음악과 함께한 삶 속에서 진심을 다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처인구 고림동의 3층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향음예술원. 입구 옆 낡은 나무 현판이 긴 세월을 알려주는 듯 눈에 띈다. 향음예술원 안에 들어가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악기들은 하나같이 거뭇한 손때가 묻어 있다. 오랜 공연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했다.향음예술원 김창기(53세) 감독은 군 제대 후 고향 금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에 들어갔다. 연습생으로 들어간
경고란 단어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조심하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고는 벌칙 중 하나다. 규칙이나 규범을 어겼다는 것이다. 최근 용인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한 민간기관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 기관은 용인시로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는 도서관이다. 예산이 들어 가기 때문에 무언가 규칙이나 규범을 어겼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용인시가 판단한 모양이다.시가 한 차례 보류까지 하면서 보낸 보도자료 내용을 꼼꼼하게 살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용인시가 경고를 보냈을
용인 김량장동의 송월타월 옆에는 낡고 빛바랜 간판이 인상적인 장플라워라는 작은 꽃집이 있다. 25년 동안 이곳에서 꽃을 만져온 장중구 씨에게는 끔찍이 아끼는 가위가 있다. 그의 특별한 가위와 그의 25년 꽃길 인생, 그리고 꽃 이야기를 들어본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은 여름의 한가운데 정오의 시간이었다. 따가운 햇볕을 뒤로하고 들어간 작은 꽃집에는 의외의 풍채를 가진 인상 좋은 장중구(52세) 씨가 우리를 반겼다.“18세 때 교회에서 꽃을 배우게 되었는데 그게 저는 너무 재밌는 거예요. 군대 가서도 꽃을 만졌지요. 꽃 만지는 일이 제
한때 용인당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사용됐다. 여기서 용인은 대도시가 된 용인특례시를 말하며 당은 정당이다. 정당은 정치적으로 목적을 같이 한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굳이 정치 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역 정치인이 아니라 해도 정당 가입이 가능하다.사실 용인당이란게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뿐 아니라 시민들도 즐겨 언급했다. 때론 ‘우리가 남이가’ 식으로 끼리끼리 정치나 책임 회피용으로 악용된다는 질타도 있었지만 근저에는 ‘용인을 위해’란 공감이 있었다. 지금이야 인구 100만 명을 훌쩍 넘긴 대도시가 됐지만, 분명 용인시는 도농복
처인구 고림동 주민인 장경숙 씨는 마음을 담은 글씨를 쓰고자 하는 10년 차 캘리그라퍼이다. 글씨를 쓰면서 매년 좋은 붓을 사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주는 붓은 따로 있었다. 양지면 작은 공방에서 그녀의 소박하면서 단아한 매력을 가진 애장품을 만났다.선지에 닿는 붓끝의 느낌이 좋아요“결혼 전에 편집디자인 일을 했어요. 그래서 글씨는 저와 인연이 깊답니다.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장경숙(47세) 씨가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장거리도 마다하지
예산을 두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수지구에 자리한 느티나무도서관이다.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12월 사립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을 삭감했단다.이 도서관은 경기도로부터 1500만 원 용인시로부터 3500만 원을 지원받아왔다. 시도 협력사업인 관계로 도 예산이 중단되면 시 예산도 지원 근거가 사라진다. 전액 삭감이 되는 것이다.민관에 공공예산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느티나무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시와 도는 기여도와 활동에서 명분을 찾았을 것이다. 행정기관이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민간 차
1980년 컬러TV가 가정에 보급되던 시절에 컬러영상을 처음 본 20대 청년은 호기심에 가슴이 뛰었다. 그 청년은 사업을 하면서 영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용인 원도심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년 넘게 용인의 문화를 카메라로 담은 박선식 씨를 만났다.꿈은 변하지 않는다김량장동 용인시장 용인문화원 입구에는 커다란 TV 화면이 하나 있다. 여기에선 용인 재래시장 홍보영상이나 지역문화 행사 영상이 나오곤 한다. 얼핏 보면 용인문화원에서 보내는 화면 같지만, 그 화면을 송출하는 곳은 바로 박선식(69세) 씨가 혼자 일하는 작
17년차 용인시민 이지영 씨. 그녀가 자주 간다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랑과 연애할 때 받았다는 ‘곰돌이 푸 인형’을 품에 안고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곰돌이 푸에 담긴 그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어느 무더운 여름날. 보조개가 매력적인 이지영(42세)씨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카페에 도착했었다고 말하는 지영씨 품에는 노란 곰 인형이 안겨 있었다. 그녀가 입은 검은색 원피스와 대비되어 노란 곰 인형이 더 눈에 띄었다.“학창 시절부터 책상 위에 항상 푸 인형을 올려놓을 정도로 곰돌이 푸를 좋아했었어요. 옛날에
용인시가 출산 특례시로 태어나겠다며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놨다. 사업 다수가 정부나 경기도와 함께 하는 것이라 용인만을 위한 맞춤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 느낄 수 있다.시가 밝힌 사업 내용을 보면 출생에서부터 육아 나아가 보육까지 세밀하게 챙겼다. 물론 사업 활성화가 출생률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질 듯하다. 최소한 조치를 하는 셈이다.지속해서 유입되는 인구만 두고 보면 용인시 저출산 걱정은 상대적으로 덜 할 듯하
누군가가 소중하게 여기는 애장품에는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를 반영하는,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애장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편지들이 담긴 상자가 떠올랐다.어릴 때부터 무언가 기록을 좋아하던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 책에 대한 느낌들을 적은 독서 노트, 친구들이 돌려가며 읽었던 초등학교 시절에 썼던 어설픈 동화들, 배낭여행을 다녀온 기행문 등 여러 권의 노트를 결혼하면서도 친정에 놔두지 않고 소중하게 가져왔다.또 못 나온 사진은 다 골라내고 괜찮은 사진들만 골라 예쁜 종이에 내용과 장소도
2023년 한해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더 지났다.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지나간 2022년 아쉬움이 여전한데 말이다.달력을 자세히 보니 설 명절도 코앞에 와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계묘년이됐다. 올해부터 만 나이로 통일한다고 하니 괜히 젊어지는 기분도 들지만 신체 나이는 변동이 없다.취재 겸 평소 시간이 나면 찾는 처인구 골목을 다녔다. 상가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주택이 밀집한 것도 아니다. 주택가 주변에 듬성듬성 상가가 있는 전형적인 ‘골목 상권’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텅 빈 상가였는데, 주변 공동주택 건립으로
젊은 시절 반듯하게 조성된 서양식 구조물들을 선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애장품, 아버지의 벼루는 그리움에서 우리 것의 아름다움으로, 문화의 가치와 소중함으로 이어지게 하고, 그 문화 속에서 풍요로움으로 살고 있었다는 기억까지 소환한다.玉容汲 水謙硯井 (옥같은 용모로 물을 길어 벼루 연못에 겸허히 하니)雪梅斜影 芳香墨 (눈 속에 핀 매화 그림자 비스듬히 묵향으로 향기롭네)癸酉 初春 玄畊 (계유년 초봄 현경 지음)20년 전 어느 날 방치되어 있던 아버지의 유품인 벼루가 눈에 띄었다. 벼루와 마주하는 순간 아버지께서 글을 쓸 때면
저마다의 희망찬 소망이 가득한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소박한 꿈과는 달리 2023년 새해는 음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팬데믹은 여전히 기세등등 확산을 더 하고 있다.사람들은 마치 생각의 패를 나누어 정치·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극한 대립의 골짜기로 치달아 가는 느낌이다. 가공할 첨단 무기가 날아다니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제정세도 결코 녹록지 않다.우리는 지금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금방이라도 지구 저편 너머 친구에게 연락이 닿는 초연결 세계에 살고 있다. 매일매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친구들에게 ‘좋아요.
용인을 상징하는 것은 제법 많다. 역사에서도 용인은 그리 무시해서는 안될 가치 있는 공동체임은 틀림없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나 행정사, 나아가 사회 전반에도 용인은 분명 의미 있는 자치단체다.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용인이 최근 들어 한 단어로 귀결되고 있는 모양새다.정확히 말하면 3~4년 사이다. 반도체다. 여기에 최근 플랫폼 시티란 용어까지 용인을 대신하고 있다.5일 이상일 시장 신년 브리핑이 열렸다. 사실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롯이 맞이하는 한해다. 따라서 1년간 계획을 오밀조밀 꼼꼼하게 시민에게 설명하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