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래덩굴. 나무이름이 참 진취적이다. 청사진, 청춘처럼 청이란 말이 앞에 들어가니 왠지 ‘푸른 미래?’ 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같이 불안한 시대에 희망을 시사하는 듯한 이름을 가진 덩굴나무, 그래서 처음엔 이름 때문에 마음이 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간직한 이름이었다. 우리 말 ‘미래’라는 말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열매라는 말과 닿아있다. 즉 ‘푸른 열매가 달리는 덩굴나무’인 셈이다. 지금이 딱 청미래덩굴을 알아볼 수 있는 때다. 크기만 작을 뿐 덜 익은 풋사과와 꼭 닮은 모양을 한 푸른 열매가 여름이
벚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으며 떨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까만 열매를 물감삼아 놀이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먹기에도 좋다는데 요즘은 설탕만큼 달콤한 과일들이 너무 많아 버찌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주변에 검은색 열매하면 생각나는 아주 흔한 식물은 쥐똥나무다. 열매가 쥐똥을 닮아서 쥐똥나무인데, 쥐가 우리 생활주변에 많이 있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요즘은 주변에서 쥐를 볼 일이 없다. 그래서 쥐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이 나무와 쥐똥의 연관성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기
푸르게 잎들이 자라는 나뭇가지 위로 하얀색 꽃들이 시원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아까시꽃, 이팝나무꽃, 찔레꽃, 말발도리꽃, 고광나무꽃 등.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이 이른 봄 노란색 꽃들이 주를 이루다가 봄이 한창일 때는 붉은색 꽃이 만발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려 하는 요즘은 흰색 꽃이 눈에 띤다.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다.그 중에서 크기로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으니 바로 산딸나무이다. 이름도 예쁘다. 꽃이 지고 달리는 열매의 모양이 마치 딸기와 비슷해서 산에 사는 딸기라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밭에 키워 먹
5월초, 카네이션을 받은 부모나 스승은 빨간 카네이션이 5월의 꽃이라고 생각하려나? 하지만 아쉽게도 카네이션의 우리나라 꽃인 패랭이는 지금이 아닌 한여름에 피는 꽃이다.전국에 장미축제가 시작하는 요즘은 장미의 계절이다. 올해 5월에 치른 이번 대선도 장미대선이라 불렸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한 장미는 6월을 지나 무더위에도 계속 꽃을 피운다. 그만큼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장미하면 가시인데, 가시가 없는 장미도 있으니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렵다. 장미의 꽃 색은 뭐니 뭐니 해도 진한 붉은 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대표적인
가로수에도 유행이 있다면 지금 최고의 유행 아이템으로 뽑히는 나무는 단연 이팝나무다. 얼마 전 용인시민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더라도 처인구 마평동과 양지면 사이 42번 국도의 대표적 가로수인 플라타너스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이팝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또한 새로 조성되는 공원이나 학교 숲에도 빠지지 않고 이팝나무가 심어지고 있다.봄이면 벚꽃처럼 화려한 꽃을 자랑하고 여름이면 푸른 잎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열매가 버찌나 은행처럼 지저분하게 떨어지지도 않고 콩 모양의 작은 열매들이 겨울까지 달려 있다가 깔끔하게 떨어진다. 또한 플라
봄단풍이 한창이라 숲에 가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던 숲에 잎이 나고 꽃이 피니 산책하러 숲에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숲을 걷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눈으로 살피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뭔가를 자꾸 잡아서 입으로 가져간다. 쉴 새 없는 새들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니, 비로소 내 몸이 통째로 할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라디오소리가 크게 들릴 때면 조금 거슬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혼자 숲을 다니기가 무서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지금은
우리 조상들은 참 배가 고팠나보다. 나무에 핀 꽃을 보며 ‘아! 저게 맛있는 밥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을까. 그래서 그 바람을 담아 나무의 이름을 밥과 관련해서 지었다. 하얀 쌀밥을 닮았다해서 쌀밥 즉 이밥에서 온 이팝나무, 좁쌀처럼 작은 밥이라 해서 조밥 즉 조팝나무, 밥알 모양과 비슷한 꽃이 핀다 해서 밥티기, 밥풀때기 하다가 부른 박태기나무가 있다.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마당이 있는 집들이 많은데 열에 여덟은 요즘 붉은 자주색 꽃봉오리가 강렬한 박태기나무가 한창이다. 시골 어르신들의 조경에도 유행이 있는지 눈에 띄는 예
꽃이 피기 시작하자마자 만개다. 계절마다 꽃은 계속해서 피고 지지만 봄만큼 그 감흥이 큰 계절도 없다. 차를 타고 외곽도로를 달리니 산은 이제 연둣빛 물이 오르고 있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과 산벚이 한창이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풍매화인 나무들도 축축 처진 꽃줄기를 내려트리고 있다. 그리고 봄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린다. 우리들도 추운 겨울이 지나 싱그러운 봄내음이 나는 봄바람을 기다린다. 봄바람은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참 큰 의미가 있다.살구나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매실나무, 벚나무…. 꽃이 거의 똑같이 생겨
누구에게나 인생의 노래가 하나쯤은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생각나고, 깊은 밤 고요함 속에 생각나고, 누구를 떠올리면 그 노래가 생각난다. 아는 우 모씨(굳이 이렇게 밝혀 달라 했기에)는 봄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 군대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하며 남과 북의 긴장상태 속에서도 풀숲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청년 시절 대북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노래가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었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 왠지 모를 쓸쓸함에 가슴이 미어졌고, 그것이 봄이 오면 생각나는 인생의 노래가 됐다.올
사람들의 옷은 조금 얇아 졌지만 아직도 바람에 귀가 시린 날들이다. 봄 코트에 머플러를 둘둘 감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직인가…’ 하지만, 숲에서 진달래를 보고 ‘봄이 왔구나!’ 했다. 도시에서는 개나리가 피면 봄이 온 것을 느낀다. 하지만 숲이 가까이 있다면 아직 잎도 피지 않은 갈색 산에서 분홍색 진달래 꽃무리를 보며 봄이 온 것을 느낄 수 있다.봄은 나무의 계절이다. 나무 대부분이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꽃을 피운다.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아직 잎이 없다. 진달래, 생강나무, 개암나무 같은 작은
나무이야기 원고를 쓸 때가 다가오면 이번엔 어떤 나무에 대해 써보지? 요즘 어떤 나무가 핫한가 생각해본다.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나무는 생강나무이다.아직 이 나무를 다뤄보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당연히 벌써 썼겠지 하며 의심해 볼 정도로 이맘때가 되면 당연히 떠오르는 나무이다. 그만큼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대표적 우리나무 생강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봄에 피는 대표적인 노란 나무꽃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와 개나리일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하면 재건축이 떠오르는 것은 요즘을 사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일반사람이다. 하지만 항상 숲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각도의 시선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그 만큼 오래된 식물들이 함께 있다. 뿌리도 내릴 만큼 내리고 가지도 무성해질 만큼 무성해져 본연의 자기모습을 찾은 식물들이 위풍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있다. 간혹 사람들이 잘못된 자리에 식물을 심었다면 그 자리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짜인 공간배치 안에 들어간 식물들은 건강하게 자라
겨울 숲에 가면 다른 계절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있었던 것인데 화려한 꽃과 무성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 사라진 이제야 얼굴을 내밀며 ‘나 여기 있소’ 한다. 특히 굴피나무 열매가 그렇다. 여름부터 생겨 색깔만 변했을 뿐 모양 그대로 가을을 넘기고 겨울이 돼서야 줄기에 홀로 오롯이 남아 아는 척을 한다.굴피나무를 처음 본 것은 문수산(처인구 원삼면)이다. 정확히 하자면 나무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있던 열매와의 만남으로. 처음 봤을 때부터 완전히 매료됐다. 솔방울처럼 딱딱한 목질로 이뤄져있는데
눈이 내리자 나뭇가지에 쌓인다. 잎을 달고 있는 늘푸른나무에 더욱 수북이 쌓인다.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도 눈 쌓인 나무는 그때를 생각나게 한다. 함박눈이 내릴 때면 마당에 1m나 쌓인 눈을, 삽으로 굴을 파며 놀던 어릴 때가 생각나 좋기도 하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질 소나무가 걱정되기도 한다.주변에 많이 심은 서양측백에도 눈이 쌓여 가지가 쳐진다. 서양측백은 잎이 땅과 수직으로 서는 것이 특징이다. 책장에 책을 꽂아두는 모습처럼 말이다. 가을엔 노랗고 작은 열매가 탐스럽게 달린다. 생울타리로 많이 심는데 잔가지가 많아
나무를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나 열매를 본다. 다른 나무와 구별 하기에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박달나무만은 다르다. 이 나무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무껍질을 보는 것이다. 굳이 고갤 들어 올려다보거나 나뭇잎 속에 숨어있는 꽃이나 열매를 찾아 숨바꼭질 할 필요 없이 편하게 눈높이의 나무줄기만 봐도 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청소시간에 허릴 굽혀 빗자루질을 할 적에 친구들 발만 봐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런 필자를 친구들은 신기하다 말하며 함께 알아맞히기 놀이를 했는데 이 나무는 그런 느낌이다.
이번 겨울에는 겨울다운 눈 구경을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그해 풍년이라는데, 조금 더 기대를 해봐야겠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 특히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사진을 많이 봤을 것이다.풀 중에는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등의 식물이 그렇고, 나무 중에는 단연 동백이 그러하다. 절기상으로 보면 풀꽃들은 2월 중, 입춘 즈음에 피기 시작하니 봄꽃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2월에서 2월에 걸쳐 주로 피는 동백은 정말로 겨울 꽃이다. 흰 눈과 대조되는 붉은 동백꽃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와 집까지 어린 아이 걸음으로 족히 한 시간은 되는 거리에 살고 있었다. 바쁜 아침엔 버스를 타고 갔고 한가하고 뭔가 재밌는 꺼리를 찾는 오후 시간엔 걸어서 집에 오곤 했다.학교와 집은 도심 한 가운데 있었기에 집에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았다. 형형색색으로 모양과 크기도 다양한 글자가 써 있는 간판 읽는 재미에 푹 빠져 그 길이 멀어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간판이 바뀌거나 하면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었다.그러나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았다. 간판 읽기가 지루해질 때쯤이면 고개를 돌렸다. 간판은 가는 길
소한이 지나고 대한이 가까워지자 정말 추운 겨울이 왔다. ‘이래야 우리나라의 겨울이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참 추워지는 동안인데도 계절을 잊고 꽃을 피웠다가 금방 시든 진달래도 개나리도 보인다. 회양목도 수시로 계절을 잊는다. 정말로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필자의 집 근처에 심어놓은 영산홍은 지금이 여름인양 잎을 한가득 달고 있다. 언제까지 그럴지 두고 볼 생각이다.겨울의 숲은 갈색이다. 산행을 하다가 선명한 주황색 귤껍질을 발견하지만 않는다면 여러 농도의 갈색을 감상하는 것도 기분 좋은 경험이다. 거기에 흰 눈까지
노박덩굴을 처음 알게 된 건 겨울이었다. 집 근처 작은 산이 시작되는 언덕 아래 나무들 사이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빨갛게 생긴 작은 열매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노란 껍질이 벌어져있고 그 안에 빨간 알맹이가 들어 있었다. 노랑과 빨강의 조합은 꽃이 아니더라도 눈에 띄는 색이다. 기다란 줄기에 잎도 하나 없이 열매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인위적으로 만든 조화 같았다. 한줄기 꺾어 집에 가져다 놓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깜찍하고 예뻤다.노박덩굴은 우리나라 중남부지방 나지막한 산지에서 아주 흔하게 자라는 덩굴나무다. 이웃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는 유명하다.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은 치유, 여행이 화두인 요즘 인기 관광지가 됐다. 황량함이 느껴지는 겨울에도 하얀 줄기는 소복이 쌓인 눈과 함께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은사시나무도 하얀 수피 때문에 겨울에 눈에 띄는 대표적인 나무이다.오랜만에 아이들과 찾아간 뒷산에서 파란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은사시나무를 보았다. 바닥에 넓게 떨어진 검은 나뭇잎으로 은사시가 있음을 알아차렸고, 고개를 들자 흰 수피에 마름모로 터진 모양의 줄기를 발견했다. 시선을 점점 위로 하자 푸른 하늘에 굵게 뻗은 가지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