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잎이 축 처진 개망초를 보았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충분한 비 소식이 없었던 탓에 식물들이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꽃이 진 백당나무의 넓은 잎들도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뿌리가 깊은 큰키나무들은 상대적으로 수분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다. 작고 뿌리가 얕을수록 그 모습이 불쌍하고 애처로웠다. 하지만 큰키나무들은 한번 잎이 죽기 시작하면 더 큰 피해를 입고 회복도 오래 걸린다.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경기도 누적 강수량은 138mm로 평년(256mm) 대비 54% 수준이다. 농가는 지금의
오랜만에 광교산에 올랐다. 거의 다 내려와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소리가 났다. “쪽 쪽 쪽 쪽” 새 소리가 아니라 다람쥐 소리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다람쥐가 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좀 돌아가더라도 꼭 확인하고 싶었다.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평소에 다람쥐는 나무 위로 높게 올라가기보다 땅에서 쪼르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아래쪽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소리는 나무 위에서 나고 있었다.이미 나뭇잎이 많이 우거져 나뭇가지 사이사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리가 들리는
용인시 코로나19 확진자 38만명, 사망자 170명, 치명률 0.04%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보이지만 요양원에서 사망한 환자를 포함하면 사망자가 359명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 이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의 협조로 진행됐으나, 오미크론 유행 이후 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지역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진단 참여와 민간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참여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오미크론의 큰 파도를 넘기면서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용인시의 의료체계를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코로나19라
“5월은 1년 중 가장 게으른 달이다. 봄의 동력으로 여름으로 가면 되니까.” 라디오에서 이 말이 흘러나왔다. 세상에 5월을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구나. 분홍과 빨간과 하얀의 화려한 산철쭉들이 피고 연이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팝나무의 흰 꽃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숲은 또 어떠한가? 애기똥풀, 엉겅퀴, 흰씀바귀, 씀바귀꽃이 무리 지어 노랗고 하얗고 보라색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진한 향기의 찔레꽃에는 온갖 곤충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그보다 더 진한 향기의 아까시나무에는 벌들이 꿀과 꽃가루를 모으느라 바쁘기만 하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의 화두는 세계의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반지성주의 극복이었다.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에 반해서 집단적 갈등과 이념의 차이로 사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상대방을 억압하려는 행동은 최근 국회 청문회장에서 “이모”와 “3M” 상황까지 초래했다.반지성주의는 진시황제 때 유명한 분서갱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는 문자와 도량형뿐 아니라 통치 형태도 과거의 봉작제도에서 군현제도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했다. 당연히 춘추전국시대에 남아있던 귀족들은 저항했고, 이를 적폐로 규정하면서 가혹하게 탄압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밤 산책도 가볍게 할 수 있는 날이 되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낮에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어색하다.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너무도 벗고 싶었던 마스크인데 익숙함을 벗어던지는데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한가 보다.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운 밤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밤 산책에서 오랜만에 자유를 느낀다.마스크로 후각을 버리고 지낸 시간이 길어서 일까, 어둡고 고요해서일까, 더 깊게 숨을 쉰다. 낮에는 시각에 몸과 마음이 집중한다면
날이 좋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야외 잔디 마당이 잘 관리돼 있는 카페에서 따듯한 햇볕을 쬐며 수다를 떨던 도중, 마당 한구석의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두 개의 꽃대 중 하나는 노랗게 꽃이 피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솜털이 활짝 피기 직전이었다. 그 모습을 본 후로 친구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깃털이 활짝 펴서 씨가 날릴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 카페 주인은 알고 있을까? 내가 가서 뽑아줘야 하나? 관리가 잘된 잔디를 보니 괜스레 조바심은 더 커진다.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파하는 시점에 달려가 얼른 민
봄이 너무 짧다. 한낮엔 땀이 날 정도로 갑자기 더워졌다. 며칠 전 여름옷 꺼내며 이대로 봄이 끝나는 걸까 조바심을 냈다. 그랬더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아직 봄임을 상기시켜준다. 봄철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이다.기온이 높고 날이 맑으며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 꽃가루가 가장 잘 퍼진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오전에 야외 공원에서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숲체험이 있어 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너무 힘들었다. 차 안에 있었지만 내 몸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꽃가루들로 인해 눈이 뻑뻑해지고, 가렵고,
1592년 4월 13일 고니시 유키나와는 400여 척의 함선을 부산에 상륙시키면서 순식간에 부산, 동래를 함락하고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향해 진격했다. 왜군을 막기 위해 경상도 지역의 조선군은 대구로 모이기 시작했다. 5만여 명이 넘는 병력이 집결했다. 조선의 군사전략은 지방 군벌을 막기 위해 중앙에서 파견한 장군이 현장 병력을 통솔하게 했다.북방에서 여진족과 전투에서 명성을 날리던 이일이 대구로 급파되었다. 그러나 이일이 도착하기도 전에 왜군이 대구로 향하고 있었다. 수 만 명의 병사들이 모였지만 군량도 무기도 지휘관도 없었다.
찬란하던 벚꽃이 졌다. 봄이 사라져 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벚꽃이 지는 그 자리에 또 다른 봄이 찾아온다. 숲에서 만나는 봄은 다채롭다. 멀리서도 보이는 진분홍 진달래는 언제 봐도 반갑다. 그 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형형색색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물론 봄꽃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함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꽃이 왜 이렇게 예쁘게 피었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우리한테 예쁘게 보이려구요.” 하지만 아니다.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뒤 일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근거지 구마모토에 성을 쌓았다. 울산성에서 고립돼 식량과 식수가 부족했던 경험을 살려 곳곳에 식용이 가능한 조롱박이나 은행나무, 소나무, 토란을 심었다. 식수를 위해 우물을 120개나 만들었다. 성문이 29개나 있고, 망루가 49개, 높은 누각을 가진 천수각이 3개나 있었다.가토 기요마사가 심혈을 기울여 축성한 구마모토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천재지변 앞에 무력했다. 수많은 지진속에 곳곳이 무너지고 다시 수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중 1
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벚꽃이 가장 화려하다. 큰 나무에 잎이 나기 전 연핑크의 봉오리가 맺히고 흐드러지게 필 땐 눈처럼 하얗다. 바람에 떨어질 때도 눈처럼 흩날리며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고 바닥에 쌓이면 그것대로 참 예쁘다. 봄이면 떠오르는 노란 개나리도 얼마나 화려하고 따뜻한가!보라색 제비꽃도 여러 해를 지내며 커진 꽃무더기는 너무도 소담스럽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자기를 마음껏 뽐내는 꽃이 있는가 하면 찾아보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꽃이 피었는지조차 모르는 식물이 있다.필자는 4월이 되면 항상 무덤가를 기웃거린다. 올해도 ‘꽃
엄청 저렴하게 전세로 나온 시골집을 가족과 상의 없이 충동적으로 계약하곤 남편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했던 일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처음 시골로 이사와 살던 곳은 비포장 길을 한참 들어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산자락 밑에 있는 오래된 집이었다. 몇 가구뿐인 아주 조용한 마을에서 매일매일 자연이 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매우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건 각종 벌레도 비염을 자극하는 꽃가루도 아닌 뱀이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현관 앞에서 햇볕을 쬐다가 필자를 보고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을 본 이후
먹을 갈아서 화선지에 붓글씨를 쓰면 물의 농도에 따라 조금씩 번져나갔다. 미세한 번짐을 이용한 효과는 붓글씨의 매력이기도 하다. 잔잔하게 흰 공간에 퍼져나가는 먹물의 번짐은 물의 기운이 다하면 멈춘다.흰 종이에 검정색 먹으로 글씨를 쓰는 것과 같이 천에 색깔을 입혀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의복이 개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선명한 붉은색 빛깔은 고귀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색깔을 내는 염료를 얻는 방법은 색깔이 있는 식물 등에서 추출하는 고된 작업이었기에 비싼 가격이었고 서민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18세기 서구에서 철강을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소위 말하는 뒷북치는 셈인데….’한참을 주저하며 망설여도 도저히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이 소재가 주는 여운이 너무 강해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이러다가 원고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조바심도 났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 얘기를 꺼내야겠다.작년 11~12월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인기가 있었던 사극 드라마가 있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이라는 조선시대 궁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물론 남자 주인공은 정조 이산이었지만 정조가 사랑했던 궁녀 성가 덕임과 그 주변 궁
비가 오고 난 후에 숲을 가니 바닥이 푹신푹신하고 기분이 좋다. 봄을 빨리 느끼려면 숲으로 가자. 쌓인 낙엽 사이로 푸릇푸릇한 풀들이 올라오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이 부슬부슬한 흙으로 변하고 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들린다. 생강나무의 노랗고 작은 꽃들도 선명하게 보인다.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숲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이 숲을 공원삼아 산책을 많이 한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산책이지만 숲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뭔가를 얻는 느낌이다.그런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에 ‘2000년 동해안 산불’에 버금가는 대형산불이 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2월 16일에는 러시아군의 공격 개시일까지 예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날짜는 지나갔고 전쟁이 설마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그러나 일주일 뒤인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력은 너무 큰 차이가 나기에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과 유럽은 일찌감치 군사적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젤렌스키 우크라
올해 3월은 유난히 추운 듯하다. 아직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생활한다. 봄이 조금 늦게 우리 곁에 오는 듯하다. 숲도 그런가 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산개구리 울음소리가 한참 전에 들렸는데, 올해에는 아직 소식이 없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수업 장소에 갔다.진짜다! 매년 도롱뇽과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으러 들르는 웅덩이는 내리지 않는 비로 말라 있었다. 다른 곳을 또 부리나케 찾아가 봤다. 아직 얼음이 얼어 있었다. ‘이를 어쩌지’ 하며 물이 흐르던 계곡을 올려 다 보았다. 계곡도 말랐고, 좀 더 위의 계곡은 얼어 있었다.산불이
얼마 전 유명 개그맨과 배우가 낚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 예능프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낚시 인구가 부쩍 많이 늘었음을 집 근처 호수나 저수지만 가도 느낄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여력이 없어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한때 필자의 취미는 낚시였다.자발적이 아닌 타의에 의한, 그러니까 남편과 연애가 한창이던 시절, 불쑥 가격이 제법 나가는 낚싯대와 릴을 선물로 받고 낚시를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전국으로 낚시를 할 수 있는 저수지를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잘 잡히는 날도 있었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져서 키가 작아지거나 허리가 구부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흰머리가 나는 것과 같이 당연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이다.특히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뼈 건강이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유럽 오스트리아에서 기원전 2000년경의 50대 여성 유골이 발견되었다. 4000년 전에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뼈 밀도를 측정해 본 결과, 어르신처럼 약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뼈가 약해지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질 수 있다. 특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