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을 맞이해 진달래꽃을 따러 뒷산에 올랐다. 그늘진 사면에서 진달래꽃을 따고 능선으로 올라서자 익숙한 나무에 꽃이 피어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함께 핀 꽃들이 소복하니 보기에 참 좋다. 이름도 귀여운 콩배나무다. 배나무도 몇 가지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과일나무인 배나무, 산에 사는 돌배나무, 콩배나무 등이다. 배나무 종류는 모두 4월에 하얀색 꽃이 핀다. 이름에 배나무가 들어가는 팥배나무와 아그배나무도 배나무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각각 마가목속과 사과나무속에 속한다.다른 종류의 배나무들과 같이 콩배나무도 잎과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선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고 불렀다. 누구나 그렇게 불렀기에 당연히 그 이름인줄 알았다. 그 이름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 것은 도감이라는 책을 보면서부터이니 사실 조팝나무보다 싸리나무로 불린 세월이 훨씬 길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그런 걸 보면 전국 여러 곳에서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쭉쭉 뻗은 가는 줄기를 모아 엮어 만드는 싸리대문이나 더 가는 줄기로 만든 싸리빗자루에 쓰이는 진짜 싸리나무와 헷갈렸던 걸까? 싸리나무는 콩과식물로 보라색 꽃이 피며
날이 풀렸다 생각하고 점퍼 하나에 봄 바지를 입었더니 산행하는 내내 찬바람에 몸을 떨었다. 보온병의 따뜻한 차 한 잔이 참 고마운 순간이다. 아직 나무에는 잎이 나지 않았다. 잎보다 먼저 피는 매화, 벚꽃이 한창인데, 숲에서 혼자 여름인양 초록색 넓은 잎을 달고 있는 나무가 있다. 너무 생뚱맞아 보이는 이 나무는 이름도 생소한 ‘귀룽나무’이다. 나무고 풀이고 다 같이 한날에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란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나무는 흔치 않다. 키가 커서 햇빛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히어리를 처음 본 것은 용인에 있는 한택식물원에서였다. 꽃도 꽃이지만 이름이 먼저 확 다가왔다. 히 어 리? 이름이 왜 이래? 외국꽃인가? 나무 앞에 꽂아 놓은 팻말을 보니 우리나라 꽃이란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란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다. 개나리, 참나리, 말나리, 원추리, 싸리, 수수꽃다리, 고사리, 미나리. 모두 ‘리’자로 끝나는 식물 이름이다. 이 이름만으로 ‘리 리 리자로 끝나는 말은’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다.히어리라는 이름은 외래어처럼 느껴지지만 순수 우리 이름이다. 발견 당시 마을 사
며칠 동안 따뜻한 날이 계속이다. 아이들은 내복을 벗었고 놀이터가 다시 북적인다. 들여놓았던 화분들도 다시 베란다로 내보내고, 봄맞이 대청소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숲 웅덩이에는 산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이 뭉게뭉게 피어나듯 자리를 잡았다. 겨울잠을 깨는 동물처럼 필자도 괜히 온몸이 찌뿌듯하고 무겁다. 식물들이 가장 늦게 봄을 알리는가 싶지만 생강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꽃망울이 터진 꽃나무가 하나 있다. 이름도 낯선 ‘올괴불나무’이다.아직 숲은 갈색 빛인 봄날, 용인 석성산 정상 밑에서 이 나무를 만났다. 1m도 안 되는 작은 나무이다
한겨울을 후끈하게 달궜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시작됐다. 많은 걱정과 염려 속에 시작된 올림픽이지만 역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계올림픽을 지켜보긴 처음이었다. 스타도 나왔고 유행어도 나왔다. 그리고 평화올림픽이라는 이름에 맞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보았다. 컬링이 전 국민에게 주목받았고 썰매경기인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됐다. 하얀 눈 위에서 펼쳐지는 스키와 보드 종목이 그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게 됐다.사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스키라는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함께 활동하는 생태활동가들과의 만남은 참 행복하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겁다. 함께 공부하던 중 마을 숲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마을 숲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 도로를 넓히거나 아파트가 들어오는 등의 개발로 오래된 가로수길이 베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파트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함께 아름드리로 커가며 도시숲을 만들고, 그곳이 새들의 새로운 집이 돼간다는 다른 의미의 마을 숲
설 명절을 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달이 점점 차오르며 1년 중에 가장 크다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있다. 정월대보름 하면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해먹고 부럼을 깨먹는 풍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도 팔고 신나게 쥐불놀이도 했던 추억도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지 않은 시기라 우리 조상님들은 정월 시기에 옹기종기 모여 여러 가지 풍속과 놀이를 즐겼다. 그 중에 이제는 하기 힘들어진 풍습이 있으니 바로 ‘아궁이에 불때기’이다.옛날에 오곡밥을 하
겨울 숲은 열매박물관 같다. 지난 가을 이 숲에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상상하느라 바쁜, 그런 계절이 겨울이다. 겨울 숲은 열매들로 가득 차 있다. 필자가 겨울 숲에서 찍은 사진들은 거의 하늘에 걸린 높은 나무 줄기, 작은 나무의 껍질, 겨울눈, 열매 사진들이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 찍는 거냐며 물어보기도 하는데, 허허벌판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뭔가가 있는지 궁금한 말투이다. 그런 분들에게 이번엔 신나무를 소개하고 싶다.신나무 열매도 겨울 숲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신나무는 나무들 중에 키가 작은 나
너무 추워 아이들과 집에만 있었다. 방학이 돼 여행을 가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에 어딜 가나 집만한 곳이 없다고 아이들을 달랬다. 이런 필자를 밖으로 나오라 손짓하는 소식이 들렸으니 바로 아랫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이다. 겨울철 꽃소식은 봄이 온다는 희망을 싣고 온다. 이 추위도 이제 얼마 후 작별을 얘기할 것이다.이번에 들려온 꽃 소식은 자연의 숲이 아닌 공원이나 식물원, 수목원에서 살고 있는 중국에서 온 납매와 일본에서 온 풍년화였다. 이들은 낯선 땅에 와서도 잘 적응했고 이따위 추위쯤이야 하
몇 해 전, 한라봉 씨를 심었는데 날카롭고 긴 가시를 단 탱자나무가 나왔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 가시가 있는 식물을 놓는 게 아니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이들 먼저 생각하시는 생활 지혜에 감탄하며, 내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얼른 뽑아버렸다. 꽃도 보고 열매도 보면 좋았을 텐데, 약간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귤, 한라봉, 천혜향 등 귤 종류는 탱자나무에 주로 접을 한다. 탱자나무를 많이 재배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감나무 씨를 심으면 대목인 고욤나무가 나고, 한라봉 씨를 심으면 탱자나무가 난다. 탱자나무는 줄기 전체가 초록색이다. 잎
여느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가보면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들어지는 곳 중 하나로 미로원을 꼽을 수 있다. 장소의 특색에 맞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담장을 만들어 미로를 만드는데 이때 대표적으로 많이 심는 나무가 측백나무이다. 이는 생울타리로 많이 쓰였던 측백나무의 특성을 살린 예이다. 그러나 처음엔 계획해 묘목을 심었건만 시간이 지나며 군데군데 누렇게 말라 죽어버린 측백나무를 보게 된다. 안타깝다.그래서 그런가, 어느 순간 우리 측백나무보다 미국에서 들어온 서양측백나무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 등
수많은 콩깍지가 숲 바닥에 떨어져있다. 콩깍지에는 여러 개의 콩이 있던 자리만 남았다. 그 많은 콩들은 어디로 갔을까? 숲에 떨어진 콩꼬투리를 보고, “이게 뭐에요?” 하고 묻는다. 콩은 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듯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까시나무의 열매인 것을 알고 나면 “아, 정말요?”하고 신기해하며 되묻는다. 아까시나무 외에도 칡, 등나무, 박태기나무, 싸리나무, 자귀나무 등이 콩꼬투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아까시나무는 낮은 산, 숲의 가장자리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이다. 초여름, 아까시
일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 사이의 날들이다. 1월 5일이 소한이고 보름후인 20일이 대한이다. 말로만 치면 대한이 가장 추울 거라 생각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소한 무렵이 더 춥다고 한다. 이는 많은 절기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생겼기에 중국의 기후를 기준으로 삼아 생긴 오차다. 아무튼 소한과 대한 사이가 가장 추운 겨울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을 보면 소한이 얼마나 추운가와 그 추위를 달게 여기는 조상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
크리스마스이브, 필자의 집에 하얀 동백꽃이 피었다. 동그랗고 봉긋하던 꽃눈이 어느새 가지사이에서 꽃을 피웠다. 하얀 눈과 함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남쪽으로 달려가 붉은 색의 동백꽃도 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 생긴다. 눈이 녹기 전 숲속에선 복수초도 볼 수 있으니 우리나라도 사계절 꽃이 피는 곳이 맞다. 동백나무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노각나무이다. 꽃이 하얀색인 꼭 우리 집 동백나무 같다. 예전에 살던 마을 가로수가 노각나무였는데, 필자에겐 추억의 나무이기도 하다. 키가 큰 나무에 생각보다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곳곳에서 트리가 반짝반짝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중·북부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수확의 기쁨을 기리며 농산물을 장식하는 전통풍습과 종교의식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것을 바꾸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장식하는 관습으로 이어지다가 기독교와 결부돼 현재에 이르렀다는 설이 있다. 딱히 기독교를 믿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과 크리스마스트리는 한해를 마무리하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새해를 맞는 설렘을 부추긴다. 독일을 비롯한 겨울이 있는 나라에
이제 영하권의 날씨로 접어들었다. 바람이 불면 그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미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도 잎이 없는 나무들이 추워보였는데, 지금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잎들이 얼어서 투명한 초록색이 된 것을 상상하니, 냉장고에서 얼어버린 시금치가 생각나면서 몸서리가 쳐진다. 나무들은 추워지면 몸에서 수분을 내보내고 잎을 떨어트린다. 얼지 않기 위해 털옷도 입고, 붉은 색으로 겨울눈을 감싼다. 끈적끈적한 물질로 겨울눈을 보호하기도 한다.겨울은 식물들이 참고 견뎌야하는 힘든 시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겨울동안 꼭꼭 안으로 숨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더니만 찬바람 불고 눈까지 내리니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잡고 온기를 즐기는 겨울이 됐다. 추운 게 딱 질색인 필자지만 겨울이 좋은 이유가 하나 있다. 일 때문에 다른 계절엔 짬을 못 내다가 겨울이 되면 좀 한가해지며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집시병이 도진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이 세상 어딘가가 궁금하다. 그래서 매년 따듯한 남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주로 남해안을 따라 여행을 하게 되는데, 전라도 끝 진도나 경상도 끝 부산 중 맘에 끌리는 한 곳을 정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여행을 한다. 남천
용인에서 소나무 숲을 찾기는 힘들다. 도자기 가마터가 많은 것이 그 이유라고 들었다. 용인 시민들에게 소나무 숲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필자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 소나무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조상들이 궁궐을 지을 때 사용했던 나무, 지금은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기 위해 보호하는 나무. 그래서 나라에서 지키고 키웠던 나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숲의 처음 단계에 존재하는 나무, 숲이 오래될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는 나무, 바람이 많은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의 원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어본다. “눈 왔어요?” 날씨가 추워지는 것이 싫어 겨울이 달갑지 않은 어른에 반해 아이는 눈 오기를 기다리며 차가운 겨울을 반갑게 기다린다. 아직 첫눈이 오지 않은 초겨울 아침, 모처럼 시간이 되어 아이의 학교 가는 길 길동무가 돼 주기로 한다. 집에서 나와 찻길을 건너 시멘트 농로를 따라 가다보면 아이가 다니는 작은 시골학교에 도착한다. 오늘은 논 주변을 빙 돌아가는 농로 대신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택했다.평소엔 뱀이 나올까 무서워 가지 말라했던 논둑길이 겨울이 다가오니 안전한 지름길이 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