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선거는 국가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장치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 다수의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갈등과 차이를 극복하게 해준다. 덕분에 19대 대선 이후 한국사회도 태풍이 지나간 후의 평온함을 잠시나마 누리고 있다.선거는 유권자로 하여금 서로 다른 후보 사이에 선택을 요구한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과거 수많은 선거에서 보았듯, 선거는 가장 유능한 대표를 뽑는 장치는 아니다. 유권자들마다 중요시하는 능력이 다르고, 그러한 능력을 판단하는
올해 대선 후보자들은 생김새만큼이나 공약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경제, 안보, 외교 등 각 분야에서 한국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의 진단과 해결책 모두 크게 달랐다. 보수, 중도, 진보 등 지지 기반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따라 서로 대비되는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는 점에서 보다 수준 높은 선거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상대 후보와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모든 선거의 기본전략이다. 그 차이를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우열’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도 기본이다. 자신이 상대 후보보다 인품,
이제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 언론의 최순실 사건 보도, 국회 탄핵의결, 헌재 탄핵판결, 박근헤 전 대통령 구속 등 그야말로 순식간에 청와대 권력의 균열과 붕괴가 진행됐다. 지난 가을 시작된 일련의 정치적 격변을 몰아 부친 것은 물론 광화문 촛불집회였다. 그래서 의회정치에서 광장정치로 권력의 배양지가 바뀐 듯 착시현상마저 일어났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단초는 광장이 아니라 투표함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종말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이 민심을 잃고 참패하면서 시작됐다.4·13 총선 직전까지 당시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대한민국은 비로소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킨 이정미 재판관의 선고는 권력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로 상징되는 전근대 권위주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리고, 이정미로 상징되는 법치 민주주의 시대로 본격 접어든 것이다.그동안 불편하게 상호 공존하던 두 시대가 마침내 분리되는 모습은 탄핵 재판의 두 주역을 통해 잘 나타났다. 대통령 박근혜와 헌법재판관 이정미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각자 다른 시대의 사람이
개인 생활이나 인간 관계에서 법은 가급적 멀리하는 게 좋다. 법을 위반해서 경찰에 불려가거나, 법적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착하고 성실해서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편 누군가에게 “법대로 하자”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그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그러나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법 없어도 살 사람”도 따지고 보면 법 덕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생명과 재산 모두 법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가한다면, 그로부터 나를 보호
명절을 앞두고 TV나 인터넷에 단골로 등장하는 뉴스들이 있다. 굳이 해마다 새로 만들지 않고 작년에 만든 것을 그대로 써도 무방한 뉴스들이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예측이다. 그것도 대부분 서울을 기준으로 해서 비수도권 거주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뉴스이다.명절 차례상 비용을 예측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뉴스도 빠지지 않는다. 주부들은 음식준비로 힘들고, 미취업 청년들은 가족들 만나기가 두렵다는 뉴스도 매년 등장한다. 새롭고 유용한 뉴스도 있다. 명절에 가족들과 대화 소재로 삼지
명절을 앞두고 예외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명절 차례상 차리는 비용에 관한 뉴스이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양상은 판이하다.올해도 전통시장은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과 노인들의 집합장소일 뿐이다. 주머니가 두툼한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따뜻할 뿐더러 상품 고르기도 쉽고 주차도 편리한 대형마트로 여전히 몰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전통시장 매출액은 20조7000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그럼에도 굳이 춥고 썰렁한
향우회는 같은 고향 사람들이 친목과 상조를 위해 만든 모임이다. 낯선 타지에 살면서 겪는 정서적 소외감이나 경제·사회적 불리함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최근 국회 최순실 청문회 관련 인사들이 특정 지역의 향우회를 통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향우회의 역기능이 다시 부각됐다. 향우회가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조직이나 소수 특권층 부정부패의 연결 고리로 변질되는 현상이다.향우회 규모는 각양각색이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시·군 단위 향우회이지만, 처럼 광역시·도를 아우르는 거대 연합조
지난 12월 8일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메일 편지를 지역주간신문 발행인들에게 보냈다. ‘국회 탄핵표결이 예정된 내일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날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한 표를 행사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손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의 눈치를 보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 유권자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한편 지역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탄핵안에 대해 어떻게 표결할 것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탄핵안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촛불시위는 19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게 한다. 박근헤 정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은 6월 항쟁이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증명해준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시련과 저항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부패한 권력층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과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는 분명해 보인다.6월 항쟁에 직면한 당시 노태우 정권은 소위 6.29 선언을 통해 성난 민심을 가라앉혔다. 당시 6.29 선언에는 대통령 직선제, 기본권 보장, 언론자유 보장, 정당활동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중심제를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OECD 국가 중에는 미국과 프랑스, 멕시코, 한국 등만이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1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보다 다수에게 권력이 분산되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다.그런데 한국과 미국 모두 현재 대통령 때문에 격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가 대통령의 권좌에 올라, 많은 미국인들을 그야말로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권력남용과 부정부패가 믿기 힘들 정도로 악랄하
대한민국이 고속성장국가에서 저성장국가로 바뀌면서 한국인의 생활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실도 어렵지만, 미래가 암울해지면서 삶의 기준과 목표가 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고, 장년층은 노후준비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삶의 필수조건으로 간주되던 결혼이 선택사항으로 바뀌었고,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부모들은 무모한 사람으로 간주됐다.그런데 아직도 한국인들이 세상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있다. 이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이다. 조선왕조 붕괴와 더불어 한국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당시 유권자 사이에선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박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녀가 아버지와 같은 딸이 되리라 기대했다.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 대열로 이끌어낸 강인한 지도력의 유전인자가 딸의 핏속에도 흐르고 있을 거라 믿었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소통하던 그녀 어머니의 인자한 유전인자도 딸에게 전달됐으리라 믿었다.반면 박근혜 후보를 반대한 유권자들은 그녀가 아버지 같은 딸이 되리라 걱정했다.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을 다시 청와대로
지난 9월 말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부정청탁 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은 작년 3월에 제정된 법이다. 법 시행이 늦어진 이유는 김영란법 처벌대상에 포함된 언론인들과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공직자도 아닌 그들을 공직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언론인들에게 부정청탁 금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언론인들의 역할이 공직자
고대하던 가을이 돌아왔지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견디기 힘들었던 지난 여름 폭염의 잔해가 아직 몸 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맑고 쾌적한 가을 날씨를 즐길 여유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드문 탓이기도 하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세상은 청명한 가을 날씨와 거리가 멀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편을 갈라 네 탓하기 바쁘고,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정세 불안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청년실업과 노인빈곤으로 나타나는 국가경제 위기 역시 뾰족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 예전에 없던 강한 지진이 한반도 남동부를 뒤흔들면서
필자의 수업 중에 라는 과목이 있다. 언론이나 방송분야 취업을 원하는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에게 직업윤리를 가르치는 과목이다. 언론의 취재와 편집, 미디어의 판매와 광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점을 인지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을 기르는 수업이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지만 직업윤리를 가르쳐야 하는 분야들은 그리 많지 않다.대부분 부모와 초등학교 수준에서 배운 윤리적 가르침으로 충분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속이지 말고, 훔치지 말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규칙을 지키라는 가르침만 따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뉴스이다. 인간은 혼자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뉴스를 이용한다. 사람과 장소이다. 우선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이다.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와 친척들의 소식을 늘 구한다. 비록 친구는 아니지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 관한 뉴스에 주목하기도 한다.인간이 뉴스를 선택하는 또 다른 기준은 장소이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이나 국가에 발생되는 뉴스에 먼저 주목한다. 인간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려면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에 현재의 인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하고 안락한 세상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던 일, 아예 상상도 못한 일들을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간단히 해결하는 세상이 됐다.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결과이다. 덕분에 전 세계의 다양한 뉴스를 즉시 접할 수 있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모든 금전거래가 가능하다. 상점이나 시장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고, 학교에 가지 않고도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인간이 발명한 문명의 이기는 편리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과 라는 슈퍼 컴퓨터가 바둑시합을 벌이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애초의 예상을 깨고 가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두자, 인공지능에 대한 호기심은 일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공상과학 영화 속의 가상현실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현재 펼쳐지는 인공지능의 시대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인간의 두뇌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의 등장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인간이 입력하고 명령한 기능만을 수행해
“뉴스란 무엇인가?” 매일 매일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지만, 무엇이 뉴스라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뉴스(News)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아니한 새로운 소식”으로, 본래 중세 불어 nouvelles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가 모두 뉴스인가? 그렇지 않다. 뉴스는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가 선택해서 독자나 시청자들에 전달할 때에 비로소 뉴스가 된다.그래서 아무리 큰 대형 사건이라도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면 뉴스가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1989년 북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