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에 악보를 만든 장본인은 출판업자인 하트만이었다. 프랑스의 작곡자 마쓰네의 예민한 감성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마쓰네가 품고 있는 사랑의 감정이 원저서에 넘치는 로맨스의 테마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 작품에서는 간간히 파리풍의 센티멘탈리즘(감성적 경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대본가 밀레는 이렇게 평가했다. “성탄절날 밤에 베르테르가 등장하면서부터 암흑 속에 죽어 있는 듯한 세상에 용서의 빛이 비추면서 세상은 되살아난다. 마치 오래전에 살아있는 인간들이 부르기를 멈춰버린 정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고, 단풍은 곧 떨어져 낙엽이 된다. 나무에 달려있을 땐 생기 있던 나뭇잎들이 떨어짐을 준비하고, 마르기 시작해서 땅 위에 내려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우리는 나뭇잎을 자연스럽게 만질 수 있다. 단풍잎을 말려서 창호지에 덧발라 붙였던 우리 할머님들의 마음이 너무도 예쁘게 느껴진다. 요즘은 그런 감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요즘은 가까운 숲보다 주변 가로수길이나 공원에서 더 훌륭한 단풍을 볼 수 있고, 더 예쁜 낙엽길을 만날 수 있다. 동네를 흐르는 하천 주변도 잘 정비해 사람들이 자연을 느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콜록거리는 감기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겨울철 증가하는 감기는 리노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다. 눈에 잘 안 보이고, 현미경에서도 잘 식별되지 않는 감기 바이러스들은 1950년대 전자현미경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식별되기 시작했다. 찬 바람이 불면 시작되는 호흡기 증상을 영어로 ‘Cold’라는 춥다는 의미의 단어가 사용됐으니 질병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다. 찬바람이 병을 일으킨다는 개념은 고대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동양에서도 감기가 바람의 나쁜 기운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호암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도로 양 옆에 심은 가로수나 조경수는 계속 새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래서인지 벚꽃 개나리 피는 봄에도, 빨간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도 호암미술관을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울긋불긋 단풍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길지 않아서인지 평일 낮임에도 호암미술관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평소 같으면 미술관을 향해 걷기 바빴을 텐데, 그날엔 저수지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음걸이를 옮겼다. 그리고 주변을 여유 있게 둘러봤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의 방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르시겠지만, 아주 예전에 다운타운가 디스크자키(DJ)로 제 이름이 좀 날 무렵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름이 나고 얼굴도 좀 알려지고 하다 보니 건방 끼가 오더라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음악을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고, 또 진행도 나만큼 잘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라는 치기 섞인 건방짐. 그러나 세상을 조금 더 살다 보니, 그런 것은 무엇이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하는 놈들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보편적 증세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하 하) 여하튼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 노트에 유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가을이 되었고, 곧 겨울이 올까 봐 조바심이 든다. 겨울은 곧 한해의 끝을 상징하기에 “이렇게 또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 건가?” 이런 조바심 말이다. 이럴 때 잠깐 한숨 쉬어가라며 집 밖으로 부른다. 산과 들이 알록달록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단풍나무가 손을 흔들면서 말이다. 우리나라 나무들은 대부분 봄에 새로 잎을 키워내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 되어 잎을 떨구는 과정을 매년 되풀이한다. 물론 그 주기가 달라 항상 초록잎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들도 있지
천선과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의 따뜻한 해안선을 따라 자라는 흔한 우리나라 무화과나무이다. 무화과보다 달지 않고 크기도 더 작지만, 예전에는 좋은 간식이지 않았을까. 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군(사적 제327호) 가야시대 유적에서 천선과로 추정되는 씨앗이 발견됐다고 하니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우리와 함께 한 나무인 듯하다.무화과나무가 우리나라에 많이 심어진 것은 60여 년 전이다. 아시아 서부, 지중해 부근에서 들여와 재배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약 4000년 전 무화과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무화과의 원래 고향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오페라는 바로크 오페라로써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앞서 소개했던 오페라 리날도에 비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이다. 비엔나의 초연에서는 아직도 다 사라지지 않은 카스트라토 즉, 거세 가수들이 역할을 맡아 공연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남성 역할의 거세 가수들이 청중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파리에서는 오르페오 역할을 테너가 맡게 됐다. 이탈리아 파르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가, 비엔나 공연에서는 다시 전통대로 카스트라토가 맡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게 된 것이다. 1774년까지
목디스크는 목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물렁뼈의 일부 또는 척추 뼈에서 생긴 골극이 양쪽 어깨나 팔, 손으로 가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목 디스크 질환이 잘 생기는 곳은 4-5번 경추와 6-7번 경추이지만, 5-6번 경추나 7번 경추와 1번 흉추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목디스크가 오면 어깨, 팔, 손가락 등이 저리고 아픈데, 그것은 목 아래쪽에 있는 네 쌍의 신경근이 경추에서 빠져나와 어깨, 팔, 손가락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뇌에서 내려오는 각종 신경과 심장에서 올라가는 혈관들은 목뼈를 타고 목뼈 안팎으로
필자의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 육개장집이 있다. 그 집 육개장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어떤지 기억보다 그 집 마당에 자라고 있던 탱자나무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요즘 같은 가을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주렁주렁 달려있던 노란 탱자를 잊지 못한다. ‘꼭 먹어봐야 맛인가! 눈으로 보고 향기로 맡으니 마음이 풍요로운 맛이로다!’마음에 새긴 탱자의 맛은 그렇게 남아있다. 탱자는 생긴 건 꼭 작은 귤과 같은데 유자와 같은 노란색을 가졌다. 귤과 유자는 모두 겨울이면 사람들에게 과일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탱자는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거의 없
하늘은 파랗고 아침저녁 서늘한 것이 가을 느낌이 제대로 옵니다. 길가의 푸르딩딩했던 나뭇잎들도 뜨거웠던 여름에 바람이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주느라 용을 쓰다 보니 핏줄이 올라와 벌겋고 노랗게 변했습니다. 단풍이지요. 아마 몇 차례의 태풍 여파만 없었어도 올해 단풍은 정말 멋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가을에는 어떤 종류의 곡이 듣기에 가장 잘 어울릴까요? 샹송, 칸초네, 재즈, 블루스, 트로트. 듣는 이에 따라 취향은 각양각색입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을 음악은 조용하면서 감성을 자극할만한 그런 곡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
오페라의 제목을 읽는 순간 독자들이 이미 이 작품에 대해 짐작했리라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베로나의 유명한 두 연인의 이야기는 이미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서 오페라로 창작됐다.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로메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벨리니가 카풀레티 몬테치를 작곡했다.이 오페라의 소재는 구노Gounod의 멜로디적 감성에 잘 어울리는 소재로 다시 불어로 작곡됐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반면에 연극적 요소가 결핍된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파리에서 초연 후에 수차례 유수의 극장에서
숲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잎의 보리수나무를 보았다. 초록이 아닌 회백색에 가까운 잎을 가진 보리수나무는 언제봐도 참 특이하다. 작년 이맘때엔 빨간 열매가 가득했는데, 올해는 해거리를 하는지 열매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풍성한 열매를 기대했다가 보지 못하니 왠지 허탕을 친 기분이다. 남쪽 따뜻한 지방에 사는 보리밥나무라면 지금쯤 꽃이 피었을 것이다. 보리밥나무는 보리수나무의 친구이다. 키가 많이 크지 않고 약간 덩굴성이다. ‘약간 덩굴성’이란 표현이 참 어중간한 말이면서 정확하게 그 식물의 특징을 집어주는 것 같다. 식물은 동물처럼 분
성서에서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하나님의 진노로 멸망하게 됐는데 유일하게 의로운 사람이라 평가받던 롯의 가족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롯의 아내는 탈출하던 도중 뒤를 돌아보면서 소금기둥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는 롯의 아내라는 바위기둥이 있는데 염분이 높은 사해의 영향으로 소금들이 붙어 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염분이 높은 사막 호수가 증발하면서 발생한 소금을 채취해 사용했다. 이집트 암몬사원 근처 오아시스의 소금이 유명했다. 암몬사원의 소금은 음식물이 상하게 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붉은 고기
용인중앙시장은 장날이라는 우리의 전통이 남아있는 용인의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인데, 그 장을 구경하러 간 어느 봄날, 한쪽 구석에서 낯선 나물을 앞에 펼쳐놓고 팔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 나물은 필자가 알고 있는 식물의 여린 순이었는데 시장에서 파는 건 처음 보았다. “할머니 이것도 먹어요?”“그럼 얼마나 맛있는데”“이거 다 얼마에요?”“오천원”“저 다 주세요”한바구니 가득이 오천 원밖에 안 되다니, 그저 다 팔아드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저 나물을 싸게 산 것 같아 횡재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는 것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필자가 주도한 주민들로 이뤄진 산악회와 여행 동호회가 있습니다. 그중 산악회는 6년여 동안 함께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그만두었는데, 함께 등산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 가보게 됐지요. 그런데, 산에 함께 가는 이웃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에 왔으면 정상을 꼭 정복해야지’ 하는 부류와 ‘산에 간 그 자체가 즐거움이지 꼭 정상을 밟을 필요가 있나’ 하는 부류가 있더라고요.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전자에 속하다가 슬슬 후자에 끼게 된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앞뒤 안보고 열심히 올라가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들은 주로 이발소를 이용했다. 학생들은 일명 스포츠머리라고 해서 머리가 짧아야 했기에 이발소가 제격이었고, 중·장년 이상의 어른들은 면도를 해주는 이발소가 더 편했을 것이다. 미용실이 적지 않았지만, 과거에 미용실은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여성들의 전용공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청소년이건, 중·장년의 남성이건 지금은 이발소를 이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발소의 쇠퇴와 미용실의 증가가 잘 보여준다.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고, 퍼머하고, 염색하는 장소를 넘어 얼굴이나 체
십여 년을 용인에 살면서 수원 화성을 관심 있게 둘러볼 일이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을 가까이 두고도 그 위대함과 소중함을 등한시한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올해는 좋은 기회가 있어 수원 화성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별이 빛나는 밤, 옛이야기를 함께 들려주실 안내자분과 함께 여유롭게 화성을 거닐었고, 두 번째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함께였다. 화성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나무들이다. 수원의 가로수 중에는 특이한 은행나무길이 있다. 가지가 뾰족뾰족하게 하늘을 향한 빗자루 모양이 아닌, 가지를 동그랗게 전정한 큰
최근 노령화로 인한 척추 주변 근육의 감소증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근육량의 절대적인 감소는 노인 무력감을 일으키며, 순차적인 심부근육의 약화는 허리를 펴기 힘들게 하거나,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약화된 근육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나 척추 협착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척추의 심부근육은 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육의 약화는 허리를 구부러지게 해 요부후만증이 생기며, 디스크나 척추간 협착증의 발병률을 높이게 된다. ◇뼈와 근육의 역
당뇨 환자들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소변을 먹어 봐야만 했다. 아무리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모든 환자의 소변을 맛볼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도 소갈증 환자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만큼의 당이 있는지 어떤 성분인지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했다. 동양의학이 철학적으로 발전해 실제적인 원인이나 분석에 부족한 측면이 많았고, 질병의 원인을 찾기보다 그때 그때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주력한 측면이 많았다. 서양에서도 중세시대까지 동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