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파랗고 아침저녁 서늘한 것이 가을 느낌이 제대로 옵니다. 길가의 푸르딩딩했던 나뭇잎들도 뜨거웠던 여름에 바람이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주느라 용을 쓰다 보니 핏줄이 올라와 벌겋고 노랗게 변했습니다. 단풍이지요. 아마 몇 차례의 태풍 여파만 없었어도 올해 단풍은 정말 멋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가을에는 어떤 종류의 곡이 듣기에 가장 잘 어울릴까요? 샹송, 칸초네, 재즈, 블루스, 트로트. 듣는 이에 따라 취향은 각양각색입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을 음악은 조용하면서 감성을 자극할만한 그런 곡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
오페라의 제목을 읽는 순간 독자들이 이미 이 작품에 대해 짐작했리라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베로나의 유명한 두 연인의 이야기는 이미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서 오페라로 창작됐다.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로메오와 줄리엣(Roméo et Juliette)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벨리니가 카풀레티 몬테치를 작곡했다.이 오페라의 소재는 구노Gounod의 멜로디적 감성에 잘 어울리는 소재로 다시 불어로 작곡됐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반면에 연극적 요소가 결핍된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파리에서 초연 후에 수차례 유수의 극장에서
숲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잎의 보리수나무를 보았다. 초록이 아닌 회백색에 가까운 잎을 가진 보리수나무는 언제봐도 참 특이하다. 작년 이맘때엔 빨간 열매가 가득했는데, 올해는 해거리를 하는지 열매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풍성한 열매를 기대했다가 보지 못하니 왠지 허탕을 친 기분이다. 남쪽 따뜻한 지방에 사는 보리밥나무라면 지금쯤 꽃이 피었을 것이다. 보리밥나무는 보리수나무의 친구이다. 키가 많이 크지 않고 약간 덩굴성이다. ‘약간 덩굴성’이란 표현이 참 어중간한 말이면서 정확하게 그 식물의 특징을 집어주는 것 같다. 식물은 동물처럼 분
성서에서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하나님의 진노로 멸망하게 됐는데 유일하게 의로운 사람이라 평가받던 롯의 가족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롯의 아내는 탈출하던 도중 뒤를 돌아보면서 소금기둥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는 롯의 아내라는 바위기둥이 있는데 염분이 높은 사해의 영향으로 소금들이 붙어 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염분이 높은 사막 호수가 증발하면서 발생한 소금을 채취해 사용했다. 이집트 암몬사원 근처 오아시스의 소금이 유명했다. 암몬사원의 소금은 음식물이 상하게 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붉은 고기
용인중앙시장은 장날이라는 우리의 전통이 남아있는 용인의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인데, 그 장을 구경하러 간 어느 봄날, 한쪽 구석에서 낯선 나물을 앞에 펼쳐놓고 팔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 나물은 필자가 알고 있는 식물의 여린 순이었는데 시장에서 파는 건 처음 보았다. “할머니 이것도 먹어요?”“그럼 얼마나 맛있는데”“이거 다 얼마에요?”“오천원”“저 다 주세요”한바구니 가득이 오천 원밖에 안 되다니, 그저 다 팔아드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저 나물을 싸게 산 것 같아 횡재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는 것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필자가 주도한 주민들로 이뤄진 산악회와 여행 동호회가 있습니다. 그중 산악회는 6년여 동안 함께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그만두었는데, 함께 등산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 가보게 됐지요. 그런데, 산에 함께 가는 이웃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에 왔으면 정상을 꼭 정복해야지’ 하는 부류와 ‘산에 간 그 자체가 즐거움이지 꼭 정상을 밟을 필요가 있나’ 하는 부류가 있더라고요.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전자에 속하다가 슬슬 후자에 끼게 된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앞뒤 안보고 열심히 올라가서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들은 주로 이발소를 이용했다. 학생들은 일명 스포츠머리라고 해서 머리가 짧아야 했기에 이발소가 제격이었고, 중·장년 이상의 어른들은 면도를 해주는 이발소가 더 편했을 것이다. 미용실이 적지 않았지만, 과거에 미용실은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여성들의 전용공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청소년이건, 중·장년의 남성이건 지금은 이발소를 이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발소의 쇠퇴와 미용실의 증가가 잘 보여준다.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고, 퍼머하고, 염색하는 장소를 넘어 얼굴이나 체
십여 년을 용인에 살면서 수원 화성을 관심 있게 둘러볼 일이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을 가까이 두고도 그 위대함과 소중함을 등한시한 것이 부끄럽다. 그런데 올해는 좋은 기회가 있어 수원 화성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별이 빛나는 밤, 옛이야기를 함께 들려주실 안내자분과 함께 여유롭게 화성을 거닐었고, 두 번째는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함께였다. 화성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나무들이다. 수원의 가로수 중에는 특이한 은행나무길이 있다. 가지가 뾰족뾰족하게 하늘을 향한 빗자루 모양이 아닌, 가지를 동그랗게 전정한 큰
최근 노령화로 인한 척추 주변 근육의 감소증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근육량의 절대적인 감소는 노인 무력감을 일으키며, 순차적인 심부근육의 약화는 허리를 펴기 힘들게 하거나,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약화된 근육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복부비만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나 척추 협착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척추의 심부근육은 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육의 약화는 허리를 구부러지게 해 요부후만증이 생기며, 디스크나 척추간 협착증의 발병률을 높이게 된다. ◇뼈와 근육의 역
당뇨 환자들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소변을 먹어 봐야만 했다. 아무리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모든 환자의 소변을 맛볼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도 소갈증 환자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만큼의 당이 있는지 어떤 성분인지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했다. 동양의학이 철학적으로 발전해 실제적인 원인이나 분석에 부족한 측면이 많았고, 질병의 원인을 찾기보다 그때 그때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주력한 측면이 많았다. 서양에서도 중세시대까지 동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개월 후에 홍콩에 갈 일이 있기에 요즘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홍콩의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송환법 악용으로 인해 중국으로 끌려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아는 홍콩시민들의 항거와 그들을 진압하는 홍콩 경찰의 모습. 훈련 모습을 보여주며 무력진압 가능성을 자꾸 흘리고 있는 중국 군인과 권력의 편에 선 홍콩언론 등은 얼마 전 우리나라 모습과 아주 많이 닮아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다루는 홍콩의 뉴스화면을 통해 보게 되는 최루탄의 고통을 이겨보려고 복면을 하고 있는 모습, 충혈된 눈에 생수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 얄라…” 딱 작년 이맘 때 이 청산별곡을 부르며 머루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했었다. 작은 포도처럼 생긴 머루 이야기를 하며 마당에 심은 머루나무에 대해 알렸는데, 그 머루나무가 올해에는 더 무성하게 잘 자라 머루 풍년을 맞이하게 됐다. 씨가 단단하지 않아 그냥 껍질과 씨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 식감과 머루의 진한 새콤달콤한 맛이 어울려 괜찮았다. 정말 자연을 품은 맛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웃이 먹어보
얼마 전 고향에 다녀올 때 고속도로 주변에서 꽃을 보았는데, 요즘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 족제비싸리가 눈에 띄었다. 큰길가에 자라는 식물들은 대부분 심어서 키운 것이다. 길을 만드는 일이 큰 공사이니 땅이 드러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땅길 뿐 아니라 물길 주변에도 식물을 심고 가꾼다. 1930년대 사방공사와 황폐한 땅을 복구하는 데 많은 식물을 심었다. 잣나무, 일본잎갈나무, 리기다소나무, 은사시나무, 물오리, 사방오리,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참싸리, 등나무 등 환경에 상관없이 잘 자라는 나무들과 여러 초본류 등이
컴퓨터 사용이 많은 사무직 직장인들이나 그 외에 손을 쓰는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손목 통증과 손 저림,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관 증후군과 같은 말로 상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압박성 신경병증입니다. 손목 관절에서 발생한 정중신경의 압박이나 포착에 의해 발생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5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편이며 30~60세 사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주요 증상은 엄지와 둘째 손가락, 셋째 손가락이 저리고 무감각해지는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간혹 팔 바깥 및 어깨 통증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어려운 의학 논문을 작성한 것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다. 의학의 전문성을 제외하고 학습을 이수하기도 바쁜 고등학교 시절에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실험에 참여하고 논문까지 작성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일이라 의혹의 눈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의료계에서도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의과대학 학생이 여러 가지 뛰어난 발견을 한 경우는 있었다. 1867년 독일 베를린의대의 젊은 학생 랑게르한스(Langerhans)는 피르호의 연구실에서 실습하고 있었다. 피르호는 ‘모든 병
두충나무는 도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공원이나 관공서의 정원에서 두충나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 외곽으로 나와 시골로 들어서면 마을 근처나 마을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언저리에 키 큰 나무가 무리지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워낙 다용도로 쓰이는 약재로 사랑받고 있기에 사람들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가 너무 크기에 집안에 들이지는 않는다. 두충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 식물분류학적으로 1속 1종의 중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약 2000년
자기 인생의 진행 방향이 아주 사소한 계기로 결정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가령, 우연히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고 “난 나중에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된 경우 또는 평소 좋아했던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서 “나도 우리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될 테야” 하고 선생님이 됐다는 경우 등 종종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려는 틴슬리 엘리스도 그런 경우입니다.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세계 3대 기타리스트 하면 흔히 에릭 클렙튼, 지미 페이지, 지미 핸드릭스 등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3
결혼 후 신혼살림을 용인에서 시작했지만 곧 직장을 따라 타지로 나가 살다가 다시 용인으로 돌아와 살게 된 처인구 백암면 마당 있는 집. 우릴 환영이라도 하는 듯 선물이 어디선가에서 날아왔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처럼 아마 어느 새가 전해주었으리라. 작은 씨앗에서 싹을 틔운 후 쑥쑥 자라 곧 작은 잎들이 줄줄이 마주 달렸고 가시가 돋았다. 정체를 보니 독특한 향이 나는 산초나무였다. 이듬해 1미터 넘게 자랐고 삼년 째 되니 필자 키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가 됐다. 아무리 나무라지만 이렇게 쑥쑥 자라는 모습이 마냥 대견하고
며칠 전 다녀온 숲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나지막한 마을 숲이었다. 그곳은 SK하이닉스가 들어오는 곳으로 그 숲과 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은 곧 함께 사라지게 된다. 숲은 겉으로 봐서는 멋진 낙엽활엽수림이었다. 나름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숲에 들어가 보니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일본잎갈나무 등 대표적인 조림수종으로 이뤄진 인공림이었다. 약간 실망했지만 곧 없어질 숲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멧돼지, 고라니 똥이며 그 흔적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길을 따라 계속됐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변하
마음 복잡한 사람은 한여름에도 삭풍이 불고, 긍정적인 사람은 한겨울에도 새싹이 돋는다고 했던가. 외출에서 돌아와 정원을 살펴보니 무슨 벌레가 그랬는지, 불두화 잎을 온통 갉아 먹어 삭막한 가지만 남아있다. 작년엔 벌개미취를 초토화시키더니 올해에는 또 다른 꽃을 해하다니 괘씸한….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속상한 마음에 우산을 쓰고 뜨락을 서성이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명자와 아까시 떨기 작살나무 등이 잦은 비에 너무 무성하기에 전지해주고, 무작위로 퍼지는 금불초 인동 데이지 벌개미취 꽃범의꼬리 등은 많이 솎아냈다. 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