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용인의 작은 독립서점에서 시낭독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체 없이 좌석을 신청하고 가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대략 30여년 만에 시를 읽고 듣고 이야기하는 자리였기에 덤덤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갔습니다. 그리 가깝지 않았으나 가끔은 궁금해하던 옛 친구를 가볍게 얼굴이나 한번 볼까하고 발걸음을 떼는 그런 마음 있잖아요.(하 하) 젊은 두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였어요.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신선한 충격을 얻었습니다. 30여 년 전에 경험하고 느꼈던 시낭송회는 그 자리에 있었던 시낭송가나 시인들에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을 보면 ‘나이 60세가 되니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게 되고, 듣는 대로 모두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구절이 있어요. 육순을 달리 부르는 이순(耳順)이 거기에서 왔다지요. 나이 육십. 현재를 사는 현대인들의 육십은 과연 그럴까요? 아직 할 것이 태산 같고, 배울 것도 동해바다 같이 깊고 넓은데 말이지요. 그 나이가 되면 고령자로 분류돼 다니던 직장에서도 은퇴해야 하고, 사회적·행정적으로도 슬슬 노인 취급을 당하게 되니 정말 부아가 치미는 일이지요. 요즘은 다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뒷짐 지고 물러서기
필자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음반 중에 ‘Hard To Say I`m Sorry’를 히트시킨 유명 그룹 시카고(Chicago)의 데뷔앨범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 한동네 살던 외국인 선교사로부터 넘겨받은 원판앨범인데, 그 앨범을 손에 넣은 뒤 시카고 음악을 시도 때도 없이 듣다 보니 막연하게 시카고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 됐지 뭐예요. 미국 여러 도시 중에서도 독립적인 건축형태를 지닌 도시라서 관광하기에도 최고라고 하더군요. 특히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1년 365일이 축제 같은 도시라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
유별나게도 비가 잦았던 여름이 이제야 지나갔군요. 평소 비를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올해 비는 낭만과 연결지어 보고 듣던 그런 비가 아니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이 먼저 와있던 차에, 길고도 지루하게 지속됐던 여름비는 삶의 고단함까지 얹어지게 했던 반갑지 않은 존재였지요. 그럼에도 비를 주제로 한 노래들은 감성을 적셔주는 아름다움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겁니다.비에 대한 모든 음악이 감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짐작하다시피 아주 처절한 고해 내지는 고백이 얹혀있는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팝송을 좋아했던 형님들 덕에 즐겨 들었던 팝송 중에 패티 페이지의 ‘Tennessee Waltz’가 있었습니다. 곡 분위기는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당시에는 어느 곳에 있는 줄도 몰랐던 테네시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사람들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이 항상 흐르는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했지요. 아 글쎄, 그 노래의 가사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렇게 맹신을 했었다니까요.(하 하) 그런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어느 곳에 있고, 어떤 기후를 가졌다는 기초지식을 얻게 되면서 깨졌습니다. 하지만, 여
‘붉은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축구응원단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열광적인 응원과 동시에 모범적인 응원질서로 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축구 응원단은 저마다 특색을 표현한 이름을 지어 부르고 있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울트라 니뽄’이라고 하고, 독일은 ‘그라운드 후퍼스’, 네덜란드는 ‘오렌지 후터스’라고 한대요. 그럼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뭐라고 부르게요? 훌리건? 혹시 ‘훌리건’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게셨나요?(하 하) 홀리건은 스포츠와 관련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관중이나 팬을 총칭하는 말이에요.하기야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이주일씨가 데뷔시절 TV나 무대에 등장할 때면 ‘띤띤띠디띠 띠띠디 띤띤~’하며 ‘오~ 수지 큐!’ 하는 반주음악이 흘러나왔던 것을 기억하실 거예요. 그 음악에 맞춰 뒤뚱거리는 이주일씨의 걸음은 거의 전 국민이 따라하다시피 했지요. 심지어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정부에서는 전국의 초등학교에 그 걸음을 따라하지 못하게 하라고 강제했다는 해프닝까지 있었어요. 이른바, 코미디 전성시대였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개그콘서트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우리나라 공중파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배우 조승우가 주연을 한 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1970년대를 거쳐 달려온 장년의 독자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고고’춤을 통해 투영됐던 그 뜨거웠던 청춘의 추억이 오롯이 다가왔을 거예요. 필자 역시 그랬습니다. 피 끓는 청춘들에겐 할 수 없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던 1970년대를 거쳐 오면서, 그래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게 ‘고고’문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시절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는 통행금지시간이라 바깥세상은 잠들어 있었지만,
정해놓은 소재 속에서 이야기를 풀다보면 읽는 이의 쉬운 이해나 비교를 위해 그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이름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지요. 필자 글에서는 마하리아 잭슨이 유독 잦았던 모양입니다. 지인 중 한분이 “마이클 잭슨은 알겠는데, 마하리아 잭슨은 도대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하 하) 그래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호에서 다뤘던 이멜다 메이를 비롯해 ‘You Are So Beautiful’의 원 주인인 빌리 플레스턴. 포효하듯 노래하는 리즈 맥콤 등을 이야기할 때 그녀 이름을 슬쩍 끼워 넣었어요. 젊은 세대들에게는 아무래도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잠잠해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여러모로 생활하기 불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소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빠른 기간에 종식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WHO가 생긴 이래 팬데믹이 선언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네요. 첫 번째는 1968년 ‘홍콩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100만여 명이나 사망했고, 두 번째는 2009년의 신종플루 때 선언됐다는군요. 그러나 이번 팬데
언제였는지 헤어스타일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하는 일, 살아온 과정까지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었는데, 새삼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특히 남자들에게 헤어스타일이 주는 비중은 대단하지요. 여자는 립스틱 하나만 가지고도 전체적인 분위기나 멋을 연출할 수 있지만, 남자는 멋을 부릴 만한 소재가 적어요. 기껏 해봐야 헤어스타일입니다. 사실 남성들의 헤어스타일 명칭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한동안 아주 유명세를 떨쳤던 스타일로 ‘맥가이버 머리’라는 게 있었어요. 그 이전에는 ‘로드 스튜어트
살아오면서 자기가 좋아하고 꿈꾸어왔던 일을 평생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시지요?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면 평생 즐거운 이야기만을 주위와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고,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아무 걱정 없이 그랬으면 싶었을 테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으면 그 역시 그러했을 테지요. 하지만 아무리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먹고 살만한 바탕이 없다면 그게 가당키나 할 일인가요.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런 이유로 꿈으로만 간직하며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 겁니다. 아마도 약간의
‘케빈 코스트너’라는 배우가 한참 인기를 끌던 꽤 오래전, 그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이 있었습니다. 본지 오래된 영화라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의 인디언식 이름은 아직도 재미있던 부분이었다고 기억되네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 이름이 ‘늑대와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등 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미로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곤 했지요. 그 무렵을 막 지나서였을 겁니다. 갑자기 그 이전에는 없었던 태명이라는 것이 나타났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 뱃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통기타 바람은 어쩌면 문화혁명으로까지 비추어질 만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음악 주류와 완전히 다른 포크라는 장르가 미국의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우리 땅에 상륙하면서부터 ‘통기타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였지요. 1960년대 후반부터 생겨난 통기타 세대의 의의는 단순히 통기타로 포크음악을 연주했다고 해서 문화혁명의 주류로 불린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에는 기성세대들이 가졌던 음악의 소비주체가 청년들에게 옮겨졌다는 뜻이에요. 그 당시 소비주체들은 세월이 지나
지난 호에서 다룬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차트 순위 변동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눈에 익은 이름 하나가 띠더라고요. 케니 로저스의 베스트 앨범이 빌보드200 차트 9위에 올라 있더라고요. 도대체 언제 적 사람인데 아직도 빌보드차트에… ‘참 대단한 양반이구나’ 하고 그냥 훑었는데, 며칠 전 저녁 자리를 함께 하던 친구가 “뉴스에 케니 로저스가 죽었다는 기사가 있더라’고 하더군요. 그제야 ‘아! 그래서였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군요. 얼른 검색했더니 ‘워싱턴포스트지’에 ‘1970년대 음악차트를 석권했던 ‘갬블러’의 팝
우리나라에서는 포크라는 장르가 1970년대 들어서서 알려지게 됐지만 미국 쪽에서는 그보다 먼저인 1960년대부터 움직임이 활발했어요. 밥 딜런과 존 바에즈 등이 선두에 서고 많은 가수들이 활동했던 시기였는데, 그 중 캐나다 출신의 보니 돕슨이라는 여성 포크싱어가 있었어요. 이 가수가 첫 번째로 작곡해서 대박난 곡이 바로 ‘Morning Dew’라는 노래예요. 가사 내용을 보면 당시 여타 포크송처럼 가사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른 아침에 숲길을 거닐다가 느낀 분위기를 노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가 피곤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돌아서서 숨 한번 쉬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문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휩쓴데 이어 음악으로는 방탄소년단(BTS)이 새로 내놓은 앨범으로 세계 5대 음악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의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네요. 싱글 음악도 내놓자마자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올랐다니 참 대단한 일입니다. 대중음악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영광과 감격을 준 자리였어요. 기대를 했지만 우리 영화가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네 개 부문이나 상을 수상하게 되다니. 그것도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수상했다는 소식은 정말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었어요. 시상식장에서 우리나라 감독과 배우들에게 세계 유명배우들이 부러워하며 축하해 주는 모습에 어깨가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 축하행렬 중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도 있었는데요. 그녀의 수상소감을 다시 들어보니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십수 년 전만 해도 꿈에서나 이룰 수 있는 여행이라고만 여겨왔던 크루즈 여행을 스무 번 경험하다 보니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배의 크기가 22만 톤급인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크루즈 안에서 열린 뮤지컬공연을 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일행 중 한분이 공연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항상 내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던 음악을 한데 모아 이렇게 공연으로 만들어져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요즘 들어 ‘베이비부머’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요? 베이비부머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역을 마친 미국의 많은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높아져 그때 출생한 이들을 일컬어 불렀던 말이랍니다. 그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소비력이 큰 사람들이 됐습니다. 반면,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이 땅의 베이비부머들은 미국과 달리 가장 암울한 미래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어야 하니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필자도 베이비부머 안에 속해 있는지라 주변인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