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차를 마실 수 있지만 오늘은 결명자다. 글을 쓰는 것처럼 집중해야 하는 작업을 할 때 따듯한 차 한 잔은 집중 효과를 배로 만들어준다. 평소 결명자는 여름에 주로 끓여먹었던 차였다. 결명자차를 큰 주전자에 끓여놓으면 다른 차들보다 유독 쉽게 상하지 않는다. 이가 시리는 냉장고의 차가운 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에도 물처럼 마실 차를 끓여놓아도 냉장고에 쉬이 들여놓지 않고 상온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어제 끓인 차임에도 상해서 못 마시게 돼 아깝게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유독 결명자는 다른 차에 비해
탈무드에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라”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후회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이기에 가급적 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에 그게 쉬운 가요. 살아가면서 한 번도 후회하는 일이 없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왕에 후회할 바에 다 끝난 것엔 미련을 버리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했던 것에 후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니 되새김해보라는 말이잖아요. 요즘 윤여정 배우가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주인공도 했던 위치였음에도 매달리지 않고 단역도 하
793년 6월 8일 영국 북동쪽 섬의 해안가, 원통형 투구를 쓰고 거대한 몸집에 칼과 도끼로 무장을 한 집단이 나타났다. 섬에 있던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나운 사람들의 재물 약탈과 수도원 파괴 피해를 봤다. 먼 바다를 건너온 바이킹 침략의 시작이었다. 바이킹은 배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서 해안가 마을들을 약탈하고 다시 바다 건너로 돌아갔다. 넓은 바다를 건너갈 길이 없던 유럽 국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바이킹이 나침반도 없던 시절 망망대해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된 돌의 힘이었다. 일종의 나침반 역
냉이를 샀다. 이때쯤이면 자주 냉이에 손이 간다. 봄나물인 냉이는 요즘이 가장 맛있을 때다.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이겨 내느라 애쓴 탓이리라. 태생이 시골인 나는 냉이를 볼 때마다 호미 들고 냉이를 캐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 초록이 아닌 발갛던 냉이 모습과 딱딱하던 땅의 감촉이 떠오른다. 봄이 조금 더 가까이 오면 우리는 이런저런 칼을 들고 쑥을 뜯으러 다녔다. 그러면 쑥을 뜯을 때의 햇살, 공기, 바람이 함께 떠오른다. 그러다 밭둑 가득 있던 씀바귀도 캐고, 달래도 캤다. 그러다 보면 산에 진달래가 핀다. 학교를 오가던
커피가 지닌 맛과 향을 미세하게 분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은 사람이 지닌 감각기관 중에서도 많은 경험과 기억력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노란색 공이 눈앞에 있다고 가정하자. 그 공이 눈앞에 있다면 눈은 노란색과 둥근 물체를 인지한 후 뇌에 전달해 노란색의 둥근 공이라는 결론에 곧바로 도달한다.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향과 맛을 감지했을 때 어디서 맡아본 냄새, 어디서 먹어본 맛에 대한 기억을 뇌 속에서 꺼내어 결론을 내기도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면 풀지 못한 궁금증으로 남겨
가끔 주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곡 저곡 선곡을 해주다 보면 이게 도대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감동이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준비하고 얻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는 무방비상태에서 얻게 되는 것이 더 크게 와 닿는 법이거든요. 가령 이런저런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여행을 떠났다고 해보자고요.유럽 어느 도시를 가게 되면 꼭 봐야 할 무엇과 찍어야 할 사진 그리고 먹어봐야 할 음식 뭐 이런 것을 미리 정하고 간다면. 미리 정해진 것에 의해서 우연히 만나는 아름다움이나 풍경이 주는 여
지난 몇 년 동안 눈이 시원하게 내리지 않아 겨울 가뭄이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었다. 이미 예견된 겨울 가뭄이지만, 가뭄이 추위를 더 가중하는 효과를 내니 점점 추위가 무서워진다. 다행히 이번 겨울에는 눈이 내려주니 작은 눈도 너무나 감사하다. 필자 고향에는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여름엔 바다로, 겨울엔 눈을 찾아 강원도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가을에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인 숲 길을 걸었다. 산책로에 떨어졌던 나뭇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잘게 부서져서 어떤 잎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 길 바로
1612년 함경도 지역에 역병이 돌았다. 처음에는 육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옮아가면서 심해져 죽은 자가 천 단위로 헤아렸다. 가을과 겨울이 돼도 진정되지 않았고, 전염병은 이듬해 팔도로 퍼졌다. 당시 허준은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오한이 나 벌벌 떨고 고열이 나며, 머리·얼굴·신체가 붉게 부어올라 심하게 아프고,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며 정신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답답하면서 조급하며 헛소리를 지껄인다. 심해지면 미쳐 날뛰거나 인후에 종통이 생겨 꽉 막히게 된다’고 기록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전염병으로 조선 조정에선 의약품
“커피란 무엇일까요?”처음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인사 대신 던진 질문이다. 그때 돌아왔던 대답은 모두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학생은 커피를 식물학적 관점에서, 또 다른 학생은 식품(음료)으로써 커피를 얘기했다. 의학적으로 접근해 대답하던 학생도 있었다. 그런 대답이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집필한 서적이나 사전에 있는 커피는 대부분 역사와 생두의 특징, 가공 과정 그리고 추출 및 로스팅 등에 대해서만 나와 있다.하지만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커피란 결국 저마다의 생각, 그리고 바
포근해진 날씨 덕에 자작자작한 땅을 밟았다. 신발이 더러워질까 신경이 쓰였지만, 물이 고인 곳이나 땅이 무른 곳을 피해 이따금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쏠쏠한 재미가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걱정을 잊게 해줬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군데군데 패인 길 위로 드러난 커다란 돌멩이들을 징검다리 삼아 갈 수 있어 오히려 반가웠다. 돌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행동이 작은 스릴을 느끼게 해줬다.굽이진 길의 그늘에 쌓인 낙엽 아래 채 녹지 않은 얼음이나 작은 물웅덩이가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하며 티 나지 않게 살짝 비켜갔다. 흙 위 선명한 고라니 발자국
지난 번에 이어서 머디 워터스를 한 번 더 다룹니다. 그를 그냥 훑고 지나기에는 너무 소홀한 감이 생길 정도로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력이 대단하기에 그렇습니다.블루스는 흔히 흑인 노예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은 1600년대부터 시작한다고 했으니까, 머디 워터스가 무대 위에 서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을 테지요. 하지만 왜 머디 워터스가 블루스를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주목받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미 많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의 생애가 소개될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중음악사에서 절대
지중해 시칠리아 남쪽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라는 작은 섬은 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페니키아와 로마, 카르타고 등 해양 국가들의 각축장이기도 하고, 10세기 이슬람 세력이 유럽을 압박하면서 발생한 십자군전쟁 시기에는 몰타 기사단이 활약하면서 해적들을 소탕하기도 했다. 지리적 중요성으로 강대국들의 관심을 받았던 몰타는 1798년 이집트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이 점령했다. 그러나 영국은 바로 해군 제독 넬슨을 보내 몰타를 정복하고 영토로 삼았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지브롤터 해협과 몰타 섬을 경유해서 홍해로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오늘(20일)은 절기상 ‘대한’이다. 명절도 아니고 그깟 절기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면 알수록 오묘하고 슬기로운 생활의 지침서가 바로 절기 같다. 옛날 대다수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시절 날씨와 자연의 변화는 아주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들 세상의 법칙을 관찰하고 읽어내어 함께 쌓아온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 바로 절기다. 절기에 따라 날씨가 어떨 것이다 예측이 되고, 자연의 모습이 어떨 것이다 짐작이 갔다. 그래서
1990년대 중반, 필자(김유완)는 용인 외곽에 위치한 중학교를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게 용인이라는 지역은 그때 세상에 전부였었던 것 같다. 형은 용인 시내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는데,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었던 것 같다.왜냐하면 그 덕분에 형 손에 이끌려 그 시절 유명했던 월미도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됐으니말이다. 형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철이라는 것도 타보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게 아주 신기하면서도 유쾌한 여행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형 손에 이끌려 도착한 월미도는 마치 외국과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진 나무는 나뭇잎에 가려 꼭꼭 숨어 있던 비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산책 다니느라 그렇게 많이 오간 높은 참나무 꼭대기에 말벌이 아주 커다란 집을 지어 놓았다. 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가 꼭꼭 숨어 있었다. 조금 더 높은 가지에는 비둘기가 얼기설기 지어 놓은 둥지도 보였다. 비닐과 노끈으로 된 집은 누구 둥지일까? 박샐까? 잠시 고민해봤다. 가장 잘 보이는 둥지는 까치둥지였다.까치는 큰 나무 위에 마른 가지를 모아 집을 짓는다. 해마다 같은 둥지를 수리해서 쓰기 때문에 점점 커진다. 우리 눈에
인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아픈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치료가 시도됐다. 주변 식물과 흙을 개어서 환부에 바르기도 했고, 여러 신에게 병이 났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의사의 종교적 성격이 구분되지 않았던 이유는 치료 효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프랑스 파리 서남쪽 한 마을에서 기원전 5000년경 매장된 유골이 발견됐다. 유골의 왼쪽 팔이 팔꿈치 아래로 일직선으로 절단돼 있는 상태였다. 엑스선 촬영 결과 절단된 뼈 내부로 회복되면서 뼈가 재생된 것이 관찰됐다. 무덤의 주인은 팔을 절단한 뒤에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생존한 것이
며칠 전 유튜브로 음악을 검색하다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가 세상을 떠나기 이태 전에 있었던 재미있는 라이브 영상을 하나 찾았습니다. 머디 워터스는 물론,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전 멤버와 하모니카 연주자 주니어 웰스(Junior Wells), 블루스 기타리스트 레프티 디즈(Lefty Dizz) 그리고 그 유명한 버디 가이(Buddy Guy)가 조그만 무대에서 어우러져서 즉흥연주를 하는 모습이 담긴 거였어요.이 모습은 1981년 롤링 스톤즈가 미국 순회공연 기간 중에 다음 연주장소로 이동하다가 블루
1월의 겨울, 소한을 지나 대한으로 가는 길목이다.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니 상하수도가 어는 것이 문제가 될 때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야외수도가 얼지 않게 단열스티로폼을 감아놓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얼어버린 수도꼭지는 헛돌기를 하고, 수도꼭지에는 조금씩 물이 새어 고드름을 달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나야 평화로운 일 년을 보낼 수 있으니 좋고 편한 것만 방법이 아님을 자연은 가르쳐준다.삶이 멈춰진 듯한 요즘에도 시간은 간다. 주말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는 것은 서로에게 예의가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집콕하던 일상이 추운 날씨 덕분에 더 자연스러워졌다. 가끔씩 하는 동네 산책이 문밖을 나서는 유일한 일이 되고 있다. 다른 계절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뒤늦게 싹을 틔운 풀들은 땅바닥에 붙어 초록색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고, 간당간당 붙어있던 갈색 나뭇잎마저 떨어진 나무들은 을씨년스러움에 절정을 찍는다. 황량한 숲에서 울리는 딱따구리 소리는 가뜩이나 추운 산책길을 쓸쓸함으로 가득 채워준다. 벌거벗은 숲이라 나뭇잎에 한창이었을 땐 보이지 않던 작은 새둥지가 보였다. 부드러운 풀잎을 모아 지은 작은 둥지
필자에게 겨울은 파란 하늘에 높이 뜬 독수리를 본 순간부터 시작된다. 양 날개를 활짝 편 채 날개 끝 깃털들이 하나하나 뻗어있는 검은 독수리의 그 우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비행을 봐야만 비로소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독수리는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용인시 처인구 남동쪽은 산과 강, 그리고 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그러니 먹이사슬계의 상위층인 새들도 많고, 그 중 가장 으뜸인 수리과의 수리들과 매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을 우리는 맹금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24종의 맹금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