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나라 감독이나 배우 이름이 보이는 영화들이 세계적인 호평을 계속 받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에 관한 관심과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서 다루는 영화 관련 정보도 예전보다 더 다양하고 튼실한 취재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지요. 필자가 얻어 들은 정보 중 하나가 지금까지 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배우는 ‘존 웨인’이었다는 겁니다. 1930년부터 최근까지 해마다 최고의 흥행배우 10명씩을 통계 내봤더니 단연 존 웨인이 최고였다는군요. 그 뒤를 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톰 크루즈, 멜 깁
봄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다. 뾰족이 새싹이 내미는 것을 봤는데 뒤돌아 잠시 딴 짓하다 다시 돌아보니 어느새 잎이 나와 있다. 또 하루가 지나면 어느새 키를 키워 한 뼘 넘게 자라있다. 봄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정말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새 무르익어 버린다.얼마 전 개망초와 망초의 잎들을 뜯어 나물을 무쳐먹었는데,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고 마당 텃밭에 나갔다. 나같이 할 일없이 바쁘고 게으른 사람은 현관을 나가 마당에 바로 텃밭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매일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짬을 낼 수 있다. 차를
‘커피의 맛’에 이어 이번에는 커피가 가진 향미 중 ‘향’에 대해 얘기 하고자 한다. 커피의 맛을 얘기할 때 한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표현하는 맛의 분류는 향에 의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커피가 입안으로 들어오면 혀로 감지하는 맛은 기본적으로 신맛, 단맛, 짠맛, 쓴맛으로 알려진 네 가지와 감칠맛(우마미)에 불과하다. 커피 용액의 향기화합물이 후각세포로 올라가 향을 느꼈을 때, 커피의 풍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식품마다 매력적이고 다양한 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 커피만큼 복잡한 향을 지니고
척추분리증은 척추 뼈의 앞과 뒤를 연결하는 협부라는 부위가 분리된 상태로, 엑스레이 영상에서 금이 가거나 깨진 상태로 보여 환자들이 골절된 것으로 간주해 겁먹는 일이 종종 있다. 원인으로는 선천적으로 척추 관절에 결함이 있는 경우, 과격한 운동에 의해 척추 관절에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피로 골절이 된 경우, 발육기(10세 이상 청소년) 과정에서 결손된 경우가 있다. 척추분리증은 전 국민의 5% 이상이 가지고 있는 의외로 흔한 질병이다. 평소 바른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 허리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평생을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
며칠 전 약속이 있어 잠시 외출했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고 내가 사는 동네를 산책했다. 친구는 “와, 진짜 예쁘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봄이 오면 지천에 피는 하늘을 닮은 파란색 꽃잎이 너무나도 예쁜 큰개불알풀이었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키 작은 봄꽃들이 앞 다퉈 핀다. 그냥 지나치면 잘 보이지 않는다.자세히 소중하게 들여다봐야 보인다. 꽃다지도 노란 꽃을 피워내고, 냉이는 하얀 꽃을 피웠다. 그 추운 2월에도 양지바른 곳에서 별꽃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민들레도 꽃대를 높이지 못한 채 노란 꽃을
사상 유래 없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인시도 1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집단 발생이 지속되면서 3월 7일까지 1765명이 용인시에서 확진되고, 다른 지역에서 180명이 발견됐다. 더구나 17명이 회복되지 못했고, 아직도 투병중인 사람이 211명에 이른다.2020년은 한국사회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방역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실천하는 한해였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감염 관리의 영역이 그동안 의료기관에만 국한됐던 것이 병원을 넘어 식당, 가게, 가정까지 확산된 것이다. 전 국민이 마
그래미상이라는 이름은 대중음악에 무관심한 사람들일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아카데미(영화), 에미(텔레비전), 토니(극장 및 브로드웨이)와 함께 미국의 대중예술을 대표하는 4대 상입니다. 미국의 범위를 떠나 세계 최고 권위로 자주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고 있기에 아주 익숙한 이름이지요. 그 그래미 시상식 공연무대에서 우리나라 BTS가 단독공연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세상에나. 그 무대는 해마다 세계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만 선택돼 오를 수 있기에 그 의미는 빌보드차트 1위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거든요. 이런
아직 일교차가 많이 나는 시기이다.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야 하지만, 낮에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날이 많아졌다. 봄이 온 것이 어느 때보다 더 기쁘다. 올해 안에 우리 삶이 몇 년 전으로 돌아갈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지는 봄이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지난 겨울은 거의 감금생활에 가깝지 않았던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서 아랫집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경 꽤나 썼던 기간이기도 했다. 이제 두려움을 조금 내려놓고 햇볕이 드는 베란다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숲길에서 봄을 만끽해도 될
코로나19 여파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졸업, 입학 시즌이 한창이었을 2~3월이면 꽃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곤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덤덤한 듯하다. 작년보다 ‘코로나블루’ 증상이 덜하긴 하지만, 추운 날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나를 위해 스스로 꽃다발 한 아름을 선물했다.식탁에 올린 꽃을 보며, 거실에 놓여 있는 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꽃이 배부르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방 시들어버리는, 혹자들이 말하는 아무짝에도
커피를 연상할 때 대부분 검은색을 띤 진갈색 이미지와 씁쓸한 쓴맛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미지를 제외하고 커피를 단지 쓴맛만을 지닌 음료로 단정 지어 버린다면 실제 커피가 가진 다채롭고 황홀한 향미를 놓치게 될 수 있다. 커피의 향미는 대체적으로 품종에 의한 유전적 특성과 재배 환경 그리고 수확 뒤 가공 및 관리에 따라 커피가 지닌 특징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어떻게 로스팅하고 추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여러 향미를 지닌 커피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요즘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점점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차를 마실 수 있지만 오늘은 결명자다. 글을 쓰는 것처럼 집중해야 하는 작업을 할 때 따듯한 차 한 잔은 집중 효과를 배로 만들어준다. 평소 결명자는 여름에 주로 끓여먹었던 차였다. 결명자차를 큰 주전자에 끓여놓으면 다른 차들보다 유독 쉽게 상하지 않는다. 이가 시리는 냉장고의 차가운 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에도 물처럼 마실 차를 끓여놓아도 냉장고에 쉬이 들여놓지 않고 상온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어제 끓인 차임에도 상해서 못 마시게 돼 아깝게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유독 결명자는 다른 차에 비해
탈무드에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보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라”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후회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이기에 가급적 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에 그게 쉬운 가요. 살아가면서 한 번도 후회하는 일이 없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왕에 후회할 바에 다 끝난 것엔 미련을 버리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했던 것에 후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니 되새김해보라는 말이잖아요. 요즘 윤여정 배우가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주인공도 했던 위치였음에도 매달리지 않고 단역도 하
793년 6월 8일 영국 북동쪽 섬의 해안가, 원통형 투구를 쓰고 거대한 몸집에 칼과 도끼로 무장을 한 집단이 나타났다. 섬에 있던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나운 사람들의 재물 약탈과 수도원 파괴 피해를 봤다. 먼 바다를 건너온 바이킹 침략의 시작이었다. 바이킹은 배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서 해안가 마을들을 약탈하고 다시 바다 건너로 돌아갔다. 넓은 바다를 건너갈 길이 없던 유럽 국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바이킹이 나침반도 없던 시절 망망대해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된 돌의 힘이었다. 일종의 나침반 역
냉이를 샀다. 이때쯤이면 자주 냉이에 손이 간다. 봄나물인 냉이는 요즘이 가장 맛있을 때다.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이겨 내느라 애쓴 탓이리라. 태생이 시골인 나는 냉이를 볼 때마다 호미 들고 냉이를 캐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 초록이 아닌 발갛던 냉이 모습과 딱딱하던 땅의 감촉이 떠오른다. 봄이 조금 더 가까이 오면 우리는 이런저런 칼을 들고 쑥을 뜯으러 다녔다. 그러면 쑥을 뜯을 때의 햇살, 공기, 바람이 함께 떠오른다. 그러다 밭둑 가득 있던 씀바귀도 캐고, 달래도 캤다. 그러다 보면 산에 진달래가 핀다. 학교를 오가던
커피가 지닌 맛과 향을 미세하게 분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은 사람이 지닌 감각기관 중에서도 많은 경험과 기억력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노란색 공이 눈앞에 있다고 가정하자. 그 공이 눈앞에 있다면 눈은 노란색과 둥근 물체를 인지한 후 뇌에 전달해 노란색의 둥근 공이라는 결론에 곧바로 도달한다.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향과 맛을 감지했을 때 어디서 맡아본 냄새, 어디서 먹어본 맛에 대한 기억을 뇌 속에서 꺼내어 결론을 내기도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면 풀지 못한 궁금증으로 남겨
가끔 주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곡 저곡 선곡을 해주다 보면 이게 도대체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감동이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준비하고 얻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는 무방비상태에서 얻게 되는 것이 더 크게 와 닿는 법이거든요. 가령 이런저런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여행을 떠났다고 해보자고요.유럽 어느 도시를 가게 되면 꼭 봐야 할 무엇과 찍어야 할 사진 그리고 먹어봐야 할 음식 뭐 이런 것을 미리 정하고 간다면. 미리 정해진 것에 의해서 우연히 만나는 아름다움이나 풍경이 주는 여
지난 몇 년 동안 눈이 시원하게 내리지 않아 겨울 가뭄이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었다. 이미 예견된 겨울 가뭄이지만, 가뭄이 추위를 더 가중하는 효과를 내니 점점 추위가 무서워진다. 다행히 이번 겨울에는 눈이 내려주니 작은 눈도 너무나 감사하다. 필자 고향에는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여름엔 바다로, 겨울엔 눈을 찾아 강원도로 향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가을에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인 숲 길을 걸었다. 산책로에 떨어졌던 나뭇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잘게 부서져서 어떤 잎이었는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 길 바로
1612년 함경도 지역에 역병이 돌았다. 처음에는 육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옮아가면서 심해져 죽은 자가 천 단위로 헤아렸다. 가을과 겨울이 돼도 진정되지 않았고, 전염병은 이듬해 팔도로 퍼졌다. 당시 허준은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오한이 나 벌벌 떨고 고열이 나며, 머리·얼굴·신체가 붉게 부어올라 심하게 아프고, 온몸에 부스럼이 생기며 정신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답답하면서 조급하며 헛소리를 지껄인다. 심해지면 미쳐 날뛰거나 인후에 종통이 생겨 꽉 막히게 된다’고 기록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전염병으로 조선 조정에선 의약품
“커피란 무엇일까요?”처음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인사 대신 던진 질문이다. 그때 돌아왔던 대답은 모두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학생은 커피를 식물학적 관점에서, 또 다른 학생은 식품(음료)으로써 커피를 얘기했다. 의학적으로 접근해 대답하던 학생도 있었다. 그런 대답이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집필한 서적이나 사전에 있는 커피는 대부분 역사와 생두의 특징, 가공 과정 그리고 추출 및 로스팅 등에 대해서만 나와 있다.하지만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커피란 결국 저마다의 생각, 그리고 바
포근해진 날씨 덕에 자작자작한 땅을 밟았다. 신발이 더러워질까 신경이 쓰였지만, 물이 고인 곳이나 땅이 무른 곳을 피해 이따금 큰걸음으로 걸어가는 쏠쏠한 재미가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걱정을 잊게 해줬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군데군데 패인 길 위로 드러난 커다란 돌멩이들을 징검다리 삼아 갈 수 있어 오히려 반가웠다. 돌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행동이 작은 스릴을 느끼게 해줬다.굽이진 길의 그늘에 쌓인 낙엽 아래 채 녹지 않은 얼음이나 작은 물웅덩이가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하며 티 나지 않게 살짝 비켜갔다. 흙 위 선명한 고라니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