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 알죠?” 평일 오전 뛰어 들어와 인사를 건네며 말을 거는 꼬마친구는 낯이 익은 듯했지만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는 체를 했다.“그럼, 지난번에도 도서관에 왔었잖아.”평일 오전 가끔 찾아오는 이 친구는 홈스쿨링을 통해 개별학습을 한다. 도서관에 들어와 새로 들어온 책을 확인하고 읽은 책을 자랑하는 이 친구는 도서관을 무척 친근하게 여긴다. 여전히 그 아이의 이름은 기억하기 어렵지만 얼굴만은 또렷이 기억한다.희망도서를 무척 많이 신청하는 고등학생 진호는 영화감독이 꿈이다. 과학책도 좋아하지만 가끔 영화 분
꼬마 아이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온다.“공주 책 주세요.”“어떤 공주 책?”“지난번에 읽은 예쁜 공주 책이요. 엄마랑 저기서 읽던 거요.”당당한 꼬마 아이의 요구에 당황할 때 쯤, 문이 다시 열리며 아이 엄마가 눈인사와 함께 들어선다. “아이가 지난번에 읽었던 공주 책을 찾는데, 제가 잘 모르겠어요.”아이 엄마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 손을 잡고 공주 책이 있을 법한 곳으로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지난 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공주 책은 신데렐라였다. 그림이 많은, 설명을 가지고 있지 않아 조악하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간을 키우는 영양분으로 여행과 함께 독서를 얘기합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을 통해 여행을, 그리고 와 최근의 를 통해 인간 경험의 확장과 영혼의 성장을 위해 독서 필요성을 얘기합니다. 도쿄에 있는 20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그의 개인 도서관인 ‘고양이 건물’은 제가 가장 방문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답니다. 물론 7살 딸 혜린이와 함께요.지난 겨울, 여섯 살 혜린이는 아파트 단지의 ‘자연앤북작
기흥구 영덕동 흥덕마을 8단지에는 글마루도서관이 있습니다. ‘글마루’란 글에서 본문에 해당하는 부문이란 뜻입니다. 마루가 최고란 의미를 가진 고유의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글 중 최고라는 뜻이기도 하죠. 저도 이번 기회에 자세한 의미를 알게 됐는데, 다시 읊어보니 우리 도서관이 뭔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네요.작은아이가 말이 늦어 4살 때까지도 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고 있었는데 문득 도서관 생각이 나 함께 갔더랬지요. 그때만 해도 그다지 책에는 관심 없던 아이라 구경이나 갈까 하는 생각에 나섰는데, 아이가 도서관에 구비돼 있는
3년 전 세 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작은도서관에서 처음 활동하게 됐을 때가 생각납니다. 더빛아크키즈작은도서관은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 만든 영유아 도서관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저는 아이를 데리고 활동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몇 년 동안 관장을 하며 도서관 활동에 정신없이 매달릴 뿐, 아이에게 관심을 줄 틈이 없었고 귀찮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한 딸아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 무기력한 아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그러다 둘째를 낳게 됐고, 결국 너무 지친 나머지 도서관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누군
이사를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 우리 가족의 주소를 옮기는 것은 많이 어색하고 낯섭니다. 적응이라는 단어는 새 학년을 맞이하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런 낯섦을 머묾으로 바꿔준 곳이 제게는 장미도서관이 아닐까 싶습니다.아이들을 전학시키고 녹색어머니에 지원해 아이들 등·하교시키는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네 엄마들을 만났고, 그러다보니 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시멘트 바닥의 장미도서관도 자연스럽게 만났습니다. 낯선 곳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은 미안함에 어떻게든 잘 적응하게 하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굿모닝작은도서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책을 보러 오는 아이와 엄마, 숙제하러 오는 학생들, 밝고 성실한 모습의 자원봉사자들로 늘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곳입니다. 이런 도서관에 유난히 달콤한 향기를 자아내는 자원봉사자가 있습니다. 김은숙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작은도서관과 함께한 시간이 올해로 7년이나 흘렀다고 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김은숙 씨를 처음 만난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동천동의 한 카페였습니다. 이곳은 도서관 봉사를 하는 동시에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맺어진 초콜릿 카페로, 프랑스 Ecol
“빈대떡(혹은 치킨), 올챙이, 대통령.”드디어 시제가 발표됐습니다. 백일장 시작을 알리는 고기교회 종소리가 땡땡땡~ 귓가에 울립니다. 도서관 앞에 모여 시끌벅적 하던 아이들,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일제히 점찍어 둔 장소로 갑니다. 누구는 도서관 안으로, 누구는 널찍한 앞마당으로, 누구는 뒷마당 밤나무 밑 데크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원고지를 펼쳐듭니다. “어떤 시제로 글을 쓸까?” “시를 쓸까 산문을 쓸까.” 연필을 입에 물고 생각에 잠긴 아이, 일필휘지 써내려가는 아이, 마당을 서성대며 고민하는 어른, 눈부신 햇살과 푸
작은 시골마을이 고향인 나는 책을 빌리려면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야했다. 지금은 우리 집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여섯 곳이나 있다. 원하면 누구나 쉽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30년 전 생애 처음으로 대출증을 만들었을 때 책을 그냥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그 때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잊고 지냈던 책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그러다가 마을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이용하게 됐고 자원활동을 권유받았다. 도서관 봉사를 하면 아
어느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하루는 한 남자가 보리밭을 밟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부인이 자세히 내려다보니 그는 다름 아닌 병원의 원장이었습니다. 그 때 부인의 놀라움은 실로 컸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보리밭을 밟는 것은 정원사의 일이지 병원 원장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작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병원 원장은 바로 의사이자 음악가이고 목사이자 신학자였던 슈바이처 박사였습니다.삶을 살면서 실천의 중요성은 작고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강한 감동의 힘을 가지고 있기에 저의 개인적인 작은 경험을 독자 여러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 아장아장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엄마보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 좋아하는 책을 골라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 속 이야기에 푹 빠진 모습은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해 보인다.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금화마을 5단지에 자리 잡은 어울터도서관의 평일 낮 풍경이다. 미취학 아동이 많은 아파트 특성상 어린이들이 많았지만 화사하게 새 단장을 마친 10월 이후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찾는다.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은 어울터도서관은 이제껏 마을 주민들
작은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딸아이가 집 바깥 세상에 호기심을 보이던 세 살 무렵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뒤뚱거리다 쓰윽 문을 열고 들어간 반딧불이도서관. 그렇게 도서관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쑥스럽기만 해서 책을 대출해서 집에서만 읽고 반납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도서관에 있는 좋은 책을 모두 읽혀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도서관 발걸음. 그런 마음으로 두 번, 세 번 찾아가면서 도서관에서 이웃을 만나게 됐고, 그 이웃들과 함께 시간과 마음을 공유하다 보니 어느새 자원활동가가 됐고 지금은 관장이라는
경남초록도서관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흥덕마을 경남아너스빌 11단지 관리동에 위치하고 있다. 초록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이지만 9000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문학 서적과 전문도서뿐 아니라 베스트셀러를 포함해서 분기별로 입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새로 구입하고 있다. 또한 널찍한 탁자와 카페같이 편안한 의자, 차와 커피 등이 구비돼 있어 편하게 독서에 빠지게 된다.경남초록작은도서관은 책만 읽고 대여하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다. 도서관은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차갑고 건조한 사회에서 이웃을 직접적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7시가 되면 우리 도서관에는 기타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서관의 기타동아리 친구들이 매주 연습하는 시간이다. 중학교 2학년 친구의 재능기부로 시작된 이 동아리 활동은 어느덧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 내부 행사는 물론, 마을 ‘책 잔치’ 같은 외부 행사에서 공연도 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우리 도서관에서는 이처럼 청소년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 기타동아리뿐만 아니라 다른 재능봉사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책 독후 활동, 농구 수업, 미술 수업, 역사 강의, 색종이 접기, 만들기 등의 다양
‘요즘처럼 하늘이 맑고 신선한 바람이 불면 아이와 집에 있지 못하고 손잡고 밖으로 나온다. 아이와 걷고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어느새 손잡고 도서관에 들어가고 있다. 늘 그렇게 지나가듯 들어간 곳이 작은도서관이다. 아이와 도서관에 책을 읽고 놀면서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랐다. 도서관과 함께한 아이는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됐다. 이제 나는 아이 없이 도관에 간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내 아이가 떠올라 오늘도 웃으며 맞아준다.’금화작은도서관은 마을 주민이 자원활동가가 돼 내 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문턱 없이 편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 애벌레도서관은 그 사이를 잇는 작은 고리가 되고 싶다. 미디어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거리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든 요즘, 애벌레도서관은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다.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못난 사람들은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진다. 애벌레도서관은 잘 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고 싶다. 애벌레도서관은 나비가 되고 싶지 않다. 미완성이지만 애벌레인 채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애벌레도서관이 주최해 지난 5월에 열린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
‘북트레일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 자이행복한도서관(수지구 상현동 소재)의 청소년 동아리 ‘샛길기자단’의 기자들은 북트레일러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북트레일러’란 새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입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가리켜 영화트레일러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용어랍니다.‘열심히 읽은 당신 표현해라’라는 제목의 이번 강좌는 경기도의 작은도서관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6월11일 ‘영상제작 프로세스의 이해’를 시작으로 현재 4강 ‘영상제작 실습’까지 진행됐습니다. 8월20일 5강부터는 ‘책에 대한 이해’ 등 본격적으로 북
“엄마, 오늘 논에서 썰매 타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어.”몇 해 전 겨울, 유치원 소풍을 다녀 온 아이가 진흙 범벅인 옷을 벗으며 말했다. “오늘 어떤 도서관에 갔는데 되게 좋다. 다락방도 있어. 이름은 밤토실이야. 예쁘지?”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마당이 있는 집과 작은 학교를 찾던 나는 딸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답사 겸 밤토실도서관을 들러보았다. 열람실에서 동네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며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이 뒤뜰에서 그네를 타고 논두렁에서 신발을 적셔가며 놀고 있었다. 도로도 불편하고 마을 환경은 좋지 않아 안타까웠지
아파트 내 주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2005년 4월 개관한 장미도서관은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했다.장미도서관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가족영화 상영과 봄·가을 도깨비시장(아나바다 장터), 여름방학에 열리는 1박2일 캠프(초등 대상), 매주 화요일 오후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보따리’ 등의 문화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매년 12월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는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공연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도깨비시장은 벼룩시장과 체험마당 먹거리장터 등 풍성한 마을 축제로 모
동네 길모퉁이 골목길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뚝박기, 하늘땅 별땅, 변변한 도구 하나 없어도 돌멩이, 흙, 나뭇잎, 종이, 동네 친구가 장난감이 돼 지칠 줄 모르고 놀던 시절이 있었다.땅거미가 어스름 내려앉은 골목 곳곳에서 목청껏 아이를 불러들이는 엄마들의 목소리에 그제야 겨우 시끌벅적하던 골목길도 어둠을 맞이하곤 했던 추억이 있다.하지만 지금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골목길은 하나둘 사라지고 높게 세워진 아파트에 잘 닦인 아스팔트길, 그나마 그 길 위엔 아이들이 아닌 자동차들이 자랑하